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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경영08)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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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추억의 만화 캐릭터들을 떠올려보자. 먼저 외양이나 그림체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만화 캐릭터들의 목소리 또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목소리는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만화 속에서도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다. 또한, 어떤 목소리들은 만화 캐릭터들의 심경을 그림보다 더 잘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 만화 속 세계를 목소리로 생생히 전달하는 성우가 있다. 프리랜서 성우인 이다은(경영학과 08) 동문은 한때 대원방송 성우극회 7기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쿠키런 킹덤> 슈크림 맛 쿠키의 성우로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다은 동문과 함께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의 세계에 빠져보자.

 

▲ 출처: 쿠키런 킹덤 홈페이지
▲ 출처: 쿠키런 킹덤 홈페이지

Q. 처음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된 계기와, 성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어렸을 때부터 유독 만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나 학창시절, 

<강철의 연금술사>(2003)가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 직접 만화책을 사서 모으는 일명 ‘덕질’을 많이 하기도 했다. 사실 본격적으로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은 

<뫼비우스의 띠>(2002)를 본 후였다. 등장인물로 나오는 성우들의 목소리가 워낙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 애니메이션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성우 공부만 할 거라는 확고한 생각 탓에, 신입생 때 학교 공부를 놓고 자퇴를 하는 무모한 결정을 했다. 하지만 막상 성우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다 보니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고 학교에 다니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성우라는 꿈을 접고 본교에 재입학했다. 학교를 다니는 의미를 찾아서인지 재입학 이후부터 경영학과에서 여러 활동을 시도했다. 이후 진로를 고민하던 때에, 성우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다시 성우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2016년 동대문에서 야간 아나운서 일을 하다 대원방송국에 합격해 현재는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다.

 

Q. 게임, 애니메이션, 웹 소설 오디오 클립 등 분야별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애니메이션 더빙은 전반적인 이야기를 숙지하고 상대방과 주고받는 호흡과 대사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빙을 하다 보면 상대방이 하는 말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이 변화하기도 한다. 반면 게임은 녹음을 할 때 애니메이션과 달리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게임의 일러스트에 맞춰 단독으로 대사를 하다 보니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를 더 밀도 있게 연기한다. 웹 소설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일러스트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특성을 잘 알기 위해선 원작의 전반적인 내용을 읽는 편이다. 하지만 원작을 전부 숙지하면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성우들도 있다. 이러한 성우들은 대본이 따로 있어 대본만 숙지해 뒷이야기를 배제하고 연기에 들어가는 편이다.  

 

▲ <바이올렛 에버가든>(2020)
▲ <바이올렛 에버가든>(2020)

Q. 바이올렛 에버가든, 아델, 에르나 하르디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무엇인가?

A.  ‘바이올렛 에버가든’이 성우로서 나에게 많은 배움을 준 터라 그 캐릭터를 뽑고 싶다. 이 캐릭터는 프리랜서가 되자마자 했던 작품인데, 

‘에버가든’은 어렸을 때부터 가냘픈 이미지로 보이지만 군대에 들어가 군인으로 활동하는 친구여서 외적인 것과 속내의 대비가 큰 인물이다. 또한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이 나에게 처음 해보는 시도였기 때문에 ‘에버가든’이라는 캐릭터가 애매하게 표현이 될까봐 고충이 많았다. 하지만 그 배역을 맡은 후로 오히려 감정을 덜어내는 연기를 잘 하는 성우로 알려질 수 있게 되어 내면의 성장과 더불어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단지 캐릭터의 성격과 나라는 사람이 비슷한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최근 맡은 『문제적 왕자님』(2020)이라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여주인공인 ‘에르나 하르디’이다. 전체적인 순수한 분위기가 나의 성격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 출처: 메이플 스토리 홈페이지 아델 일러스트
▲ 출처: 메이플 스토리 홈페이지 아델 일러스트

Q. 작품을 꾸준히 준비하면서 생긴 직업병이나 고충이 궁금하다.

A. 같이 일하는 사람의 발음이나 발성이 좋다 보니 성우가 아닌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 말을 잘 못 알아듣곤 한다. 또한 더빙을 맡고 있다 보니 예전처럼 애니메이션들을 마냥 취미로 즐기기 어려워졌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더빙은 캐릭터의 목소리라기보다 성우 동료의 목소리로 들리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만화 자체의 이야기보다 성우들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목소리의 방식에 더 집중한다. 또 화면이나 글을 많이 보고 말해야 하다 보니 목과 눈이 많이 피로해진다. 일을 할 땐 이어폰을 껴야 해 귀에 염증이 생긴 적도 있었다. 특히나 성대는 예민하고 세심히 관리를 해야 하는 기관이다 보니 관리가 어렵게 여겨지기도 한다. 

 

Q. 성우로서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빨간 머리 앤>(2018)을 추천하고 싶다.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어린 시절이라 빨간 머리 앤이라는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다시 본 <빨간 머리 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줬다. 대원방송 전속 성우로 일할 시절, 나는 옆집 아줌마 역할인 ‘레이첼 린드’로 작품에 참여했다. 작품을 마냥 보았던 시절보다 성장한 채로 직접 참여를 하다 보니 대사 하나하나가 철학적이라 더욱 와닿았다. 특히 일을 진행하며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에 위로받는 기분에 깊은 감명이 들었다. 이렇듯 이 만화는 요즘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하고 잔잔한 분위기와 느린 속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학우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성우를 꿈꾸고 있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입사를 할지, 방송국 입사를 준비할지 고민했던 것처럼 모두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성우라는 길은 겉으로는 쉬워 보이고 재밌어 보이는 직업이라고들 생각해 안일하게 준비하곤 한다. 하지만 어느 분야든 취업은 어렵고 힘든 길이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이 기업 입사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성우 준비 또한 일정 시간을 두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학교는 꿈을 펼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주는 학교이고, 진로에 맞춰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도 많이 열려있다. 진로에 대한 결과는 어떤 직업이든 대학에서 어떻게 활동을 하고, 스스로 노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그러니 부디 학교생활에서 얻는 것들도 놓지 않고 열심히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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