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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검열(檢閱)

 

기자에게는 기자와 마찬가지로 학보사 기자 일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있다. 졸업 이후 기자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어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친구였기에, 얼마 전 그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서로 회포를 풀었다. 서로의 신문사 생활은 어떠한지까지 이야기가 도달했을 때, 친구는 기자에게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하며 당장이라도 신문사를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 발행마다 기사를 작성할 때, 자신의 학교 혹은 특정 정당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사가 실릴 때마다 가차 없이 검열하는 신문사의 태도에 실망한 것이 그 이유였다. 단순히 “업무가 힘들다”라는 답변을 예상했던 기자에게 친구의 답변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면서, ‘혹시 나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지는 않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검열(檢閱)’이란 신문·잡지·서적·라디오·텔레비전·영화 등 여러 매체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의 표현이나 공개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언론 검열이 우리나라에 최초로 법으로 규정된 것은 1907년에 공포된 대한제국 「광무신문지법(光武新聞紙法)」이었으나,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언론에 대한 검열의 수위가 높아지고 범위 또한 광범위해졌다. 일제강점기 이후의 검열은 ‘언론 통제’라는 이름으로 독재 정권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열쇠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유신체제의 ‘긴급조치 제9호’와 80년대 제5공화국 시절 정부가 언론 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전달했던 ‘보도지침’이 있다. 

그러나 검열이 항상 부정적인 것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대중들의 눈과 귀를 가릴 목적으로 사용했던 언론 검열 사건들이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발발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적당한 수위의 검열은 행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가 확실하다면, 정부에게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엠바고 등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공권력을 사용해 기사의 발행을 막을 수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얼마 전 발생한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부동산 투기 사건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폭로 이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이후 취재를 통해 더 많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의 전달은 이후 예정되었던 2021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LH 사태의 공론화 이전과 이후의 서울의 정당별 지지율은 여·야 정당 지지율이 역전하는 등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5)에는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라는 기자가 좋아하는 명대사가 나온다. 이때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에 편향되지 않고 진실한 정보만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언론사들은 이 점을 잘 숙지하고 있다고 기자는 느낀다. 따라서 사회에서도 잘 행해지지 않는 ‘검열’이 학보사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말을 친구에게 들었을 때, 기자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자는 언론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검열에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등 SNS에서 기사를 게시하는 인터넷 신문의 경우, 조회수가 곧 돈이 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혹은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내용과 제목으로 기사를 게시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소위 ‘유사 언론’의 경우 어느 정도의 검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검열을 당했다던 친구는 독자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선정했다던가, 혹은 자신의 이념을 담은 편향적이거나 사실 여부에 어긋나는 기사를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학교에 해가 돼서, 혹은 특정 정당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해서 기사가 삭제되는 것은 대학생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처사가 아닐까 싶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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