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병신과 머저리』에 대하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청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병신과 머저리』는 1966년 <창작과 비평>에 실리면서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인 60년대는 충격의 시대였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저항한 4.19 혁명이 일어났고, 그 결과 이승만은 하야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이전 정부를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자 많은 사람이 새 시대에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새로 설립된 제2공화국의 장면 총리는 이전의 시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한 실망감 속에서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가 정권을 다시 이양할 것임을 약속하자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박정희가 약속을 어기고 1963년에 제3공화국을 세우자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당시 정부는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임을 강조하며 경제 제일주의를 펼친다. 사람들의 자유는 억압되었으나, 지갑은 더 풍족할 수 있었고 배를 곯는 날보다 채우는 날이 더 많게 되었다. 50년대에 전쟁이라는 큰 폭풍이 불어닥친 후, 좌우간의 이데올로기 대립은 더이상 무의미해졌다. 이후의 전후 문학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달아 일어난 충격은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어렵게 얻은 자유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가, 배를 덜 굶어도 자유가 없다면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유와 조국, 민족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이전에 한계에 부딪혔던 한국 문학이 다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 작품 또한 새로운 길을 나아가는 한국 문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소설이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기법을 추구하면서 모더니즘 문학이 한국에서도 등장하였고, 『병신과 머저리』는 그러한 문학의 대표작이다. 비록 소설에서 50년대의 이야기인 전쟁을 다루나, 60년대에 50년대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느낌이 들게 만든다. 단순히 그 전쟁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소설의 가치를 증가시켰다. 전쟁을 마주한 개인의 무력함을 다루고, 전쟁을 겪은 세대와 전후 세대의 트라우마를 다루면서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관모’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형’이 절망적이고 잔인한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추리하며 추리소설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이전과는 다른 기법을 활용하면서 작품을 써낸 점에서 이 작품은 당시대의 문학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1960년대 소설, 전쟁을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이 작품이 현재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였고, 작품이 쓰인 그 시대의 특징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학생들에게 전쟁의 잔인함과 아픔을 이야기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전쟁에서의 경험은 그 전쟁으로 끝나는 것이고, 이후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한다. 개인의 아픔을 다루는 데 집중한 이 작품은 비록 작품의 서사를 개인에게 집중하고 있으나, 전쟁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독자에게 각인시켰다. 전쟁을 직접 몸소 경험한 사람도,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은 사람도 그로 인한 아픔을 갖는다. 개인은 큰 폭력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무력한 개인의 아픔은 쉽게 치유할 수 없다. 이러한 메시지가 단순히 작품이 창작된 시기에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도 중요한 메시지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텍스트는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글자들의 모임이 아니다. 창작된 텍스트를 지워버린다고 해서 영영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텍스트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가 절대 퇴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이후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문학의 가치를 계속 빛나게 만든다. 이 작품 또한 그러한 텍스트에 속하는 소설이다. 계속해서 그 가치를 이후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현재에도 이 작품은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