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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여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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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한 지 2년이 넘었다’라는 말도 이젠 소용없다. 이 시국이 얼마나 지속되었고,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이미 의미가 없는 듯하다. 마스크를 쓰고,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이 이젠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 이후 매일 경고를 들어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2일(수), 인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신규 사망자 수 4,205명을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화장터도 여의치 않아 강에 시신을 떠내려 보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실제로 구급차가 갠지스강에 시신을 버리는 영상이 SNS로 퍼지기도 했으며, 강에 시체가 떠다니는 사진도 찾을 수 있다. 인근국인 몰디브도 지난 13일(목)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1,272명을 기록해 최고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몇몇 국가는 항공업계 부활과 여행에 목마른 국민의 여가를 고려하여 해외여행을 위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추진했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19 방역 우수 지역 간 안전막(bubble)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의미한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입국자의 필수 격리 조치가 완화되는 등 협약 상대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방역 선진국들은 이미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 북유럽의 인접국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는 확진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자 ‘발틱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달 19일(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이 가장 낮은 호주와 뉴질랜드도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몇몇 나라가 트래블 버블을 맺었으며, 우리나라도 여행업계 활성화를 위해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을 대상으로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며 트래블 버블 추진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마음 한켠에 해외여행을 기대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방역 선진국에서는 여행을 논의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사망자의 시신 처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현 상황은 나라 간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잘 사는 나라는 더 잘 살도록, 못 사는 나라는 더 못 살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물량 공급에서도 나타난다. 선진국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지켰다. 미국의 경우 백신이 남아 몇몇 주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유럽의 몇몇 국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제외하고 다른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백신을 공급하지 못해 접종 중단 사태가 빚어지고 있으며, 방역 체계 또한 무너지고 있다. 백신 공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트래블 버블을 맺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트래블 버블은 침체됐던 항공업계를 부활시키며 여행에 목마른 국민들의 기대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래블 버블을 시행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트래블 버블 시행을 48시간 동안 중지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래블 버블을 체결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잠시 중단하고, 재개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현상황을 보면 자유로운 여행은 시기상조(時機尙早)가 아닐까 싶다. 또한 여행을 논의하는 나라와 생존을 논의하는 나라의 간극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가.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달콤’함을 느끼지만,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쌉쌀’하기도 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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