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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治外)직업, 타투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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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거리의 타투샵들.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법과 괴리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홍대 거리의 타투샵들. 길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법과 괴리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홍대 거리를 거닐다보면 몸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부터 다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 용까지 다양한 타투들은 길거리를 ‘홍대’답게 만든다. 영구적으로 몸에 남는 타투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더라도 눈썹이나 입술에 문신의 일종인 반영구화장을 한다. 이렇듯 타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현행법상 불법 시술자에게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홍대거리가 이런 '무법천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은 1992년 대법원으로부터

1992년 대법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는 미제 자동문신용 기계를 이용해 새기는 화장문신이 유행했으나, 부작용을 호소하며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반영구화장사 A씨는 기소됐고 법정에 서게 된다. 국내에서 생소한 문신기계를 다루는 행위를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법정 공방 끝에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간다. 대법원은 끝내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문신행위를 의료행위로 봤다. 이에 A씨는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1항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에 해당되어 유죄가 확정됐다. 해당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 여러 판결에 영향을 줬고 현재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이 법리적 해석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료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타투이스트 B씨는 자신이 기소되자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한다. 법원에 의해 신청이 기각되자 B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도 B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07년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사안에서 법원이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문신시술자의 행위가 의학상의 기능과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피시술자의 생명, 신체 또는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문제”라며 해당 법에 합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대는 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국내에도 개성과 취향을 인정하는 국민이 많아졌고 문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변했다. 최근 자신의 팔에 이름과 생일을 새긴 김민우 (회사원·23)씨는 “타투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다”라고 말했다. 인식 변화는 타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구글 트렌드에 ‘타투’를 검색했을 때 그래프가 우상향함을 볼 수 있다. 타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타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표본인구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자 15.3%는 문신, 30.7%는 반영구화장을 경험했다. 이처럼 타투시장은 국내에서 어엿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규모는 1조 2천억 원(반영구화장 1조원+영구문신 2천억 원)이며 관련 종사자는 약 22만 명 이상이다. 하지만 소비자 대다수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타투 시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조사에서 171명의 문신경험자, 316명의 반영구화장경험자를 대상으로 시술 장소를 조사한 결과, 각각 병·의원 2.7%, 13.1%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투샵에서 시술을 받은 김민우 씨는 병원에서 타투 시술을 받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주변에서 타투를 시술하는 병원을 찾기 어렵다. 타투샵이 대중화가 돼 있어서 자연스럽게 접하기 쉬운 곳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피부로 체감하는 문신의 대중화는 타투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만들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의사 이외의 일반인도 자격을 갖추면 타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타투업 법안’에 대해 ‘타투업 법안에 찬성한다’가 51%로 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젊은 층으로 갈수록 강해 20대는 찬성률 81%에 달했다.

국내의 이러한 흐름은 세계적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문신을 합법화한지 오래된 미국, 독일 등 서양은 차치하더라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봤던 일본도 최근 문신을 비의료인이 시술할 수 있게 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우리나라의 대법원 격인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타투는 미술적인 의의가 있는 사회적 풍속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라며 “미술 등 지식과 기능을 요하는 행위로 의사면허 취득 과정에서 이런 지식 등을 습득하는 일이 예정돼 있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타투의 대중화, 시장 확대 그리고 세계적 흐름에 국가기관은 타투이스트와 반영구화장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2015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에 타투이스트가 포함됐다. 2019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에서 복지부는 반영구화장 등 문신시술 중 안전·위생 위험이 낮은 분야에 대해서는 비의료인의 시술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동 걸리는 법안 제정, 타투이스트들이 제 발 벗고 나선다

복지부는 2020년 12월까지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을 통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법제화에는 실패하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 타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은 2007년 17대 국회에서부터 있었다. 당시 민주 통합당 김춘진 국회의원은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타투법을 발의했지만, 제정안은 매번 임기 만료 폐기됐다. 가결이 순탄치 못한 배경에는 늘 의료계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국민 건강을 위해한다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과거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김원석 교수는 문신 합법화에 따른 국민 건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착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건 타투이스트들이다.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한 타투이스트들은 처벌받을까 두려움에 떨며 타투를 시술할뿐더러 진상손님에게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시술 후 변심한 손님이 신고를 해 수사를 받거나, 불법이라는 점을 악용한 협박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타투이스트들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

이런 실정에 타투업 종사자들은 대외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2017년, 2019년, 2020년에 걸쳐 여러 차례 수백 명의 현직 문신사와 함께 집단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타투유니온은 지난 6월 16일(수)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타투인들의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동참한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의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은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당일 류 의원은 등에 타투스티커를 붙인 채 등이 파인 보라색 드레스를 입었다. 이는 류 의원이 같은 달 11일(금) 발의한 「타투업법안」과 함께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 유사한 작년 12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문신사법안」과 올해 3월에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도 재조명됐다.

세 제정안은 용어, 허용 범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타투업자의 교육, 면허를 규정하고자 한다. 교육과 면허를 통해 타투이스트나 반영구화장사를 양성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다. 타투를 이미 법 테두리 안으로 끌고 온 해외에서도 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타투이스트는 질병관리, 감염관리 및 예방조치에 관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시험 합격 증거를 위원회에 제출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프랑스는 타투시술을 하기 위해 최소 21시간의 위생‧보건교육 이수증을 제출하고 지역의 지역 보건청에 신고해야 한다. 위생교육은 정부에서 공인한 업체에서 받을 수 있으며 3일간 시행된다.

 

민간 타투 자격증

법의 공백 상태에도 불구하고 타투이스트들에게 교육과 면허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교육과 면허를 실시하게 만들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타투이스트와 반영구화장사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단체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을 만났다.

Q. 타투이스트를 대상으로 위생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생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A. 중앙회 정회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4시간이 소요되며 주로 침습행위와 관련하여 고객과 타투이스트 본인에 대한 보건과 기자재, 업장관리 및 환경 등 위생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 위생교육은 의과대학원 교수님께 부탁하고 있다.

Q. 대한문신사중앙회에서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 민간 자격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자격증 시험 출제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A. 약 20여 분의 외부 전문가를 출제위원과 평가위원으로 선임해서 난이도를 조절하고 A형과 B형으로 구분했다. 시험 문제는 약 백여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4년에 걸쳐 만든 교재를 토대로 출제된다. 교재는 외국의 전문서적과 박물관 자료, 논문과 언론에 공개된 모든 자료를 확인 후, 그 중에서 확인되고 검증된 내용으로 꾸렸고 이를 다시 현직 종사자들의 의견을 거쳐 발행했다.

Q. 반영구화장사 자격증 시험은 2회, 타투이스트 자격증 시험은 5회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격증 시험 참여도는 어떤가?

A. 저조한 편이다. 회당 평균적으로 60여 명이 시험에 응했다. 그래도 국가 자격증 제도 시행을 대비해서 증거자료를 남기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Q.해당 자격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A. 직업적 자존심이다. 위 자격증이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건 아니지만, 타투가 의료행위라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소신을 보여주기 위해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 인가를 받았으며, 그 덕에 자격증을 소지한 타투이스트들이 외국비자를 받을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타투업의 법제화로 국가 자격증 제도가 시행되어도 국가가 허락해준 자격증이기 때문에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문신사법안」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에 관한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문신·반영구화장에 대한 면허와 자격을 부여하여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를 관리·규제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했다. 앞서 본 여러 지표는 타투법 제정이 피할 수 없는 관문임을 말해준다. 비의료인의 타투행위를 법적으로 인정해주고,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고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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