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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세상 속 나의 능력 찾기 -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1997)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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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TI 열풍이 불고 있다. 그저 성격 테스트 중 하나에 불과한 MBTI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는 ‘나’가 어떤 존재인지 간단히 규정시켜 주기 때문일 수도 있고, MBTI가 몰랐던 나의 능력을 찾아주며 나아가 같은 성향인 사람들과 공감하고 자신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이유에서 기인할 수도 있다. 실제로 MBTI는 사회에 막 나온 우리가 나를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해 작은 부분이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인간관계에 대한 쉬운 틀을 만들어 준다. 이 테스트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 나를 부정하며 롤모델을 정해놓고 그와 똑같은 앵무새가 되려고 하는 것을 넘어, 나의 성격을 온전히 품어내어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나를 브랜딩하려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나 또한 그랬다. 늘 민감한 성격으로 매사 고민이 많았던 나는 대학에 입학한 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의 편협한 세계관을 부수며 20대가 되어가는 성장통을 나름 심하게 겪었다. ‘어른들이 말했던 세상과 내가 겪는 세상은 너무 다르다’며 시작된 내적 갈등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상대하는 게 피곤하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너무 싫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또 이런 세상에 적응을 잘하는 동기들과 선배들을 보며 나는 남들처럼 무던하지 못하다는 자학에 심각하게 빠지기도 했었다. 최근에서야 심리상담을 받고, MBTI 같은 테스트를 통해 나의 성향을 편하게 공유하며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찾으며, 나의 고민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안 뒤에서야 마음이 어느 정도 놓일 수 있었다. 이처럼 남들의(외부의) 반응과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민감성’에 대해 자책하고, 심하면 자학에 빠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런 점에서 일레인 아론(Elaine N. Aron, 1944~)의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1997)은 남들보다 예민하고 민감하다고 생각되는 당신에게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저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HSP(Highly Sensitive Person) 기질에 관해 설명한다. HSP란 책의 제목처럼 자신을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회에서는 민감성은 좋은 성격으로 받아들여지진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민감함을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놀라운 능력이라고 말한다. 책을 참조하자면, 스티브 잡스, 타이거 우즈, 윈스턴 처칠, 슈만, 아이작 뉴턴 등 세상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룬 이들은 모두 HSP였다. 또 실제로 이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주 미세한 변화를 포착하고, 유행과 흐름을 선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당신이 혹시 타인의 기분에 좌우되고, 고통이나 카페인 같은 각성에 민감하며, 바쁜 날이 계속되면 홀로 지내고 싶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툭하면 몽상에 잠기는 등과 같은 성향을 지녔다면 이 책을 일독하기를 조심스럽게 권한다. 당신에게는 어쩌면 당신도 모르는 놀라운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목표를 ‘예민하기 때문에 고달팠던 사람들이 섬세해서 활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이라 말한다. 즉 자신을 민감한 사람이 아닌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민감한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가령,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피로를 느낀다면 그 사람을 텔레비전 화면 속에 있는 사람이라고 상상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면 “야, 내 얘기 들어!”라는 상대의 압박에 과거에는 옴짝달싹 못 했지만, 곧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한 당신이 만약 종강 기간의 기말 과제같이 한꺼번에 여러 일이 몰아닥치는 일을 마주한다면, 주눅 들지 말고 ‘나는 원래 하나씩 일을 해내는 것이 장기다’라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하나씩 해치우자’라는 구호는 섬세한 사람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로 머릿속을 전환하는 마법의 주문이기도 하다.

위와 같은 해결책은 비단 민감한 사람들만을 위한 방법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해결 방식은 우리 대부분이 몰아치는 일에 허덕일 때, 사람에게 상처받고 지칠 때 이겨낼 수 있는 한 가지의 방안이다. 우리는 모두 민감한 상태를 한 번씩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는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 지금 예민해!’하고 모든 상황을 적대적으로 돌려세우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나의 상황을 관망해보자. 어쩌면 바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책에서 말하는 해결 방안은 요긴한 묘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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