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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정, <설경산수도>, 18세기, 지본담채, 29.5×42.0cm, 소장번호: 2299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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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설경산수도(雪景山水圖)>는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이 눈 덮인 산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설경산수도>의 화면 상단에 ‘심씨현재(沈氏玄齋)’가 주문방인으로 찍혀있으며, 눈 내린 산수를 배경으로 나귀를 탄 문인과 그 뒤를 따라 걷는 하인을 보여주고 있다. 바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과 자욱이 낀 안개를 여백으로 남긴 채 청회색 조로 음영을 처리함으로써 스산한 겨울 숲의 정취를 잘 나타내고 있다. 

심사정은 자가 이숙(頤叔), 호가 현재(玄齋), 본관이 청송(靑松)으로 18세기에 활발히 활동한 대표적인 문인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 심익창(沈益昌, 1652~1725)의 죄로 인해 과거 길이 막히자 출사를 단념하고 화업에 전념하여 평생을 보냈다. 그는 어려서부터 정선(鄭敾, 1676~1759)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스승인 정선에게 배우면서도 『고씨화보(顧氏畵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태평산수도(太平山水圖)』, 『십죽재서화보(十竹齋書畵譜)』와 같은 중국 화보를 섭렵하고 여러 수장가가 소장한 중국회화를 열람하며 화가로서 기량을 연마하였다.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그는 중국회화의 특징에 유념하여 고전문학과 관련되는 산수화, 화훼화 등을 그리면서 평생을 보냈다. 

<설경산수도>의 화제는 당대(唐代)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맹호연은 40세쯤에 진사 시험을 쳤으나 낙방하여 고향에 돌아와 은거했는데, 이른 봄이 되면 매화를 찾아 당나귀를 타고 장안에서 파교(灞橋)를 건너 눈 덮인 산으로 길을 떠났다고 한다. <설경산수도>는 심사정의 1766년작 <파교심매도(灞橋尋梅圖)>와 같이 상단에 적힌 ‘파교심매(灞橋尋梅)’라는 글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소재에서 유사하기 때문에 맹호연의 탐매고사(探梅故事)를 화제로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구체적으로, 화폭에 나타난 눈이 가득 쌓인 산속으로 매화를 찾아나서는 선비와 그 뒤를 음식이나 술, 문방구 등을 담은 보따리를 들고 따르는 시동의 모습이 그러하다. 

한편 양식 면에서 심사정은 기본적으로 남종화풍을 추구하되 다양한 중국 화파의 화풍을 적절하게 혼재시킨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는 <설경산수도>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나무를 해조묘(蟹爪描)로, 바위를 우모준(牛毛皴)으로 표현하고, 전체적으로 담묵을 적절히 가해 겨울 숲의 쓸쓸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설경산수도>는 심사정 특유의 절충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인턴 신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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