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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하게 한 잔! 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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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한편에 와인을 파는 코너가 생기기 시작했다. 성인 누구든 간편하게 와인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와인이 대중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술과 다르게 “어렵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꼭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와인 앞에 서면 전부 읽기도 힘든 이름뿐이다. 결국엔 맥주 몇 캔을 사고 집으로 돌아간다. 늘 조금은 어색한 친구였던 와인,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 보자!

▲레드 와인의 모습
▲레드 와인의 모습

와인, 너에 대해 알고 싶어!

와인은 잘 익은 포도의 당분을 발효해 만든 알코올 음료다. 어원은 라틴어 ‘비눔(Vinum)’에서 왔으며 뜻은 ‘포도를 발효한 것’이다. 영어로는 ‘와인(Wine)’, 프랑스어로는 ‘뱅(Vin)’,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 독일어로 ‘바인(Wein)’이라고 한다. 주요 생산 국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이다. 와인의 이름은 원료가 되는 포도 품종과 사과, 복숭아 등의 과실 혹은 생산지의 이름을 따서 붙인다. 주요성분은 물, 설탕, 알코올이지만, 600가지 이상의 합성물이 와인의 맛, 향, 성분 등을 좌지우지한다. 와인은 가장 흔하게 색에 따라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로제와인으로 분류되며, 세 종류의 와인 모두 10~13%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_바쿠스의 승리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_바쿠스의 승리

정확히 언제부터 와인을 마셨는지 알지 못하지만, 여러 유적을 살펴보면 와인은 선사시대부터 존재해왔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BC 7000년경 터키, 아르메니아, 이란 사이에 있는 코카서스 남부지역에서 최초로 포도를 재배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와인을 종교·관례적으로 사용하며 더욱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그리스 시대의 와인은 고대 그리스 로마 의식에서 유래되었으며, 와인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와인을 바치는 종교의식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마제국 시기에는 로마인들이 그리스 신을 자신들의 신으로 영입해오며, 디오니소스가 바쿠스로 바뀌고 구세주의 의미까지 범주가 확장되면서 와인의 의미는 한층 강화됐다. 이후 중세시대에는 와인이 예수의 피를 상징하게 되었고, 성찬식에서도 와인을 주목했으므로 성직자 입회만큼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이처럼 와인은 종교의식에 필수적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로마제국이 무너진 뒤 야만족의 침략 기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와인은 북유럽과도 관계가 깊다. 알프스 북부는 침입자로 인해 포도 재배를 할 수 없어, 와인을 필요로 하는 교회만이 오로지 포도 재배를 이어갔다. 수도사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며 양조법을 발전시켰다. 수도사들은 포도, 토양, 기후를 연구했고, 이로 인해 와인은 단지 미사에 사용되는 것을 넘어 판매까지 이어졌다. 이후 와인의 고급화, 피록세라로 인한 피해 그리고 와인의 세계화를 겪으며 현재의 와인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와인은 언제 들어왔을까? 조선 시대 구한말 기독교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국산 와인이 정식으로 생산된 것은 1969년 ‘파라다이스’가 나올 때이다. 당시는 포도 주스와 주정을 섞어서 만든 과실주만 있었지만, 대학생들이 경양식에 흥미를 느끼며 우리나라도 과실주가 대중화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식량부족을 이유로 쌀보다 과일로 만든 술을 장려했기에 대기업이 와인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74년 해태에서 ‘노블와인’이라는 최초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 출시되었다. 이후 OB의 ‘마주앙’, 진로의 ‘샤또 몽블르’ 등이 생산되며 우리나라 와인 제조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와인, 너도 마실 수 있어!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프랑스어로 가득 찬 메뉴판을 본다. 프랑스어와 와인이 생소한 사람들은 선뜻 주문하기 어렵다. 와인이 다른 술과 다르게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던 ‘고급화’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17세기부터 최고급 와인에 관심을 두는 부유층과 미각이 세련된 사회적 계층이 등장했다. 원래 와인은 양조 후 1년 만에 소진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한 상인이 고급 와인을 요구하며, 와인을 숙성하고 개선하는 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보르도에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포도 품종을 분리하고 포도밭 면적 대비 수확량에도 제한을 두게 되었다. 최상급 포도만 사용하며 양조·숙성 과정에서 정확성을 추구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 와인이 부유층의 문화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문화는 귀족에서 중산층으로 올 때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귀족에겐 먼 나라의 와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진 와인을 유리병보다 오크통에 담아 팔았기 때문에 이를 싣고 나르기 위해선 마차나 거대한 배가 필요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냉장고가 없으므로 습도·온도 조절이 편리한 석회 지하실을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많은 와인들이 대대로 이어져 오면 이를 목록화하고 분류·선택하는 일을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러한 복잡한 일을 처리할 사람을 프랑스어로 ‘butelier’라 불렀고, 점차 발음이 바뀌며 집사라는 뜻의 버틀러(Butler)가 되었다. 하지만 중산층은 복잡한 일을 할 버틀러가 없기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자신의 와인 취향을 자발적으로 파악하고, 술을 따라 마셔야 하다 보니 점점 와인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도 와인을 쉽게 마셔보자! 먼저 자신이 어떤 행사를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디저트 파티를 기획하고 있다면 달콤하고 톡 쏘는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인과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일반 와인을 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와인의 다양한 맛 표현 때문에 초심자들은 “어떤 맛을 고를 것인가?”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기본 척도는 바디감, 당도, 산도, 탄닌인데, 편하게 바디감과 당도만 살펴보자. 바디감이 약한 것은 연하고 목 넘김이 가벼우며 바디감이 강한 것은 진하고 묵직하다. 당도는 달면 스위트, 쓰면 드라이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와인 2개만 소개하겠다. 첫 번째, 카베르네 소비뇽(레드와인)이다.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교배로 태어났으며 두꺼운 껍질 덕분에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대중화됐다. 와인 색도 진하고 맛과 향이 강하다. 두 번째 샤르도네(화이트와인)이다. 환경 적응을 잘하는 품종이며 2차 숙성 과정에서 오크통에 넣어 버터, 코코넛, 바닐라, 커피 맛 등이 나게 된다. 취향 차이로 최근엔 스테인리스스틸 통에서 숙성하기도 한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 때 필요한 포도품종이다./출처: Wine Australia Ian Routledge
▲카베르네 소비뇽을 만들 때 필요한 포도품종이다./출처: Wine Australia Ian Routledge

예‘술’적으로 와인 마시고 즐기기

와인의 라벨은 다른 음료보다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와인을 장식한 예술 작품을 한 번 알아보자.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는 자신의 상표를 유명 거장들과 협업했다. 1945년부터 진행된 이 기획에는 엄청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등이 있다. 우리나라 작가도 참여했는데 2015년 이우환(1936~)은 와인만을 위한 작품을 제작했다. 특이한 점은 ‘샤또 무똥 로칠드’가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지급한 대가는 돈이 아니라 ‘그들의 와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유명작가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의 명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이탈리아 와인 ‘카사노바디 니타르디’에선 물방울 화가라 불리는 김창열(1929~2021)의 작품이 실렸다. 그들의 본사가 있는 곳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가 소유했던 곳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작가들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이우환의 그림이 담긴 와인 라벨/출처: 소믈리에 타임즈
▲이우환의 그림이 담긴 와인 라벨/출처: 소믈리에 타임즈

와인은 어디서 마시든 맛이 보존되지만, 현지에서 즐기는 와인은 풍미가 남다르다. 특히 와인 애호가들은 여행할 때 생산지를 꼭 찾아가서 진한 와인을 즐기길 원한다. 하지만 와인을 잘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포도밭은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첫 번째, 프랑스의 본이다. 본은 과거에 바다였던 곳이다. 이는 본의 토질이 영양으로 가득하고 무엇을 심든 잘 자란다는 의미다. 본의 대표 와인은 ‘브르고뉴 와인’이며 이곳 와인의 맛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유는 바로 비옥한 토양 때문이다. 본은 와인의 고장답게 와인을 주제로 한 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대표 행사는 ‘오스피스 드 본 와인 경매 행사’로 여행자들의 혼을 빼놓기 충분하다. 두 번째, 독일 뤼데스하임 암 라인이다. 이곳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수집된 와인 관련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는 라인가우 와인 박물관이 있다. 와인을 마시지 않더라도 와인의 매력에 빠지기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는 광양제철선 개량화 사업에 따라 폐선이 된 기차 터널을 개발한 광양와인동굴이 있다. 와인과 예술이 어울려진 복합예술공간으로 와인 전시관, 세계 와인 판매장, 와인 카페테리아 등이 있어 편하게 와인을 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았다. 아직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다. 생소한 브랜드 이름부터 맛 표현까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오랫동안 향과 맛을 즐기며 자신에 맞는 와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와인에는 예술과 여행이 항상 따라오듯이 와인은 우리의 일상과 아주 가까운 알코올 음료이기도 하다. 생일이나 기념일 등 특별한 날을 맞아 한 번쯤 고급스러운 와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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