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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 최지향 옮김, 2009, 걷는나무

<대중예술의이해> 조영준 교수가 추천하는 『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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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화씨 9/11>(2004)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칸느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Francis Moore, 1954~) 의 책, 『마이클 무어의 대통령 길들이기』 (원제 Mike’s Election Guide)는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듣는 그의 음성 voice-over narration을 옮겨놓은 듯한 촌철살인의 미국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해학적 분석이 절절히 녹아 있는 책이다.

철저히 반공화당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내 놓고 활동하는 마이클 무어는 이 책에서 역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내가 강의하는 <대중예술의이해>와 <영화의이해>에서 학생들에게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2015)를 보여주는 현실과 맞물려, 이 책은 조금 오래된 책일지라도 미국 정치 사회뿐만 아니라 동시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의 이해를 위해서도 필자가 독자들에게 읽기를 권하게 되는 책이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우리나라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내용도 있고 (물론 진보와 보수라는 거대 양 세력이 존재하는 상황이 유사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어의 미국 정치권을 향한 냉철하고 통렬한 비판은 진영 논리에 빠져 국민들을 등한시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향하는 일갈이기도 하다.

저자인 마이클 무어는 서양 광대(Jester)의 면모를 보인다. 그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그의 풍채, 풍자, 위트, 유머와 비판은 그를 기득권 정치인(특히 공화당 대통령인 부시)을 제대로 ‘엿 먹이는’ 광대로 연상하게 한다.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그의 좌파적 시각은 서유럽에서발생한 것이 아닌 미국에서도 이미 도입되었거나 존재했었지만 사장되거나 시행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들 혹은 제도들을 상기시킨다. 앞에서 언급한 그의 최근 다큐멘터리 <다음 침공은 어디?(Were to invade next?)>는 서유럽 복지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많은 복지와 관련한 제도들이 미국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시행되었지만 사라졌거나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제도들이 다시 시행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언급과 함께 끝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 선출을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우리나라 두 거대 정당 소속의 정치인들에게 마이클 무어의 책은 정치인들이 당리당략(黨利黨略)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사한 거대 양당구도를 지니며 뚜렷한 이념 대결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비록 미국의 역사·문화적 배경과 다르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유사한 정치적 지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무어의 미국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상당한 울림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그의정치적 견해가 우리나라에서는 극좌라고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크지만, 서유럽이 복지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훨씬 낫다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정치인들도 있을 것이다.

밋밋한 정치 평론 수준의 글로 채워진 1장과는 달리 2장부터 마이클 무어는 그 특유의 익살 어린 재담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2장에서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 하에 가상의 공약을 내세워 미국 사회가 가진 여러 제도의 치부와 허점을 노출함으로써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에서 다룬 사회 복지와 관련된 공약들이 주제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3장에서 무어는 역설적인 반어법을 통하여 민주당을 아우르는 진보 진영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를 열거한다. 6가지 전략 중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맞는 전략이 있으니 읽으면서 ‘역시 사는 건 다 똑같구나’하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4장에서는 미국 선거제도를 비판하는데, 미국의 선거제도야 우리도 알다시피 엉망이기에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으니 사는 게 진짜 똑같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5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우리나라 상황과는 전혀 다르기에 도리어 무어의 의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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