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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그린 과거와 현재의 ‘청춘(靑春)’

이준익(1959~) 감독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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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처럼 만물이 푸른 봄철, 젊은 나이를 뜻한다. 청춘은 푸르지만, 사람들마다 명도와 채도가 다르다. 이준익 감독(1959~)은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청춘을 다룬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동주>(2015), <박열>(2017)에서는 못다 핀 청춘과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거웠던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며, 동시대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변산>(2017)에서는 성장해가는 청춘을 보여준다. 세간에서 ‘청춘 3부작’이라 불리는 세 영화를 통해 청춘을 느껴보자.

<동주>에서는 일제강점기 두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와 ‘몽규’.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성격은 정반대였다. 몽규는 산문을 쓰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성격이지만, 동주는 시를 쓰며 차분한 성격이었다. 둘은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여진’을 통해 정지용 선생을 만나 일본 유학을 제안받는다. 동주와 몽규는 일본으로 가서 각각 도쿄 릿코 대학, 교토제 대학에 입학한다. 일제가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조선어 사용을 금지한 당대 상황에도 몽규는 조선인 유학생 단체를 조직하고, 독립운동에 더욱 매진한다. 동주는 대학에서 ‘다카마쓰’ 교수와 ‘쿠미’를 만나는데 이들은 동주의 시집 발간을 도와주기로 한다. 이후 동주는 도쿄에 있는 대학에 편입하고 몽규를 찾아가 독립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몽규는 동주에게 “너는 시를 계속 써라. 총은 내가 들 거니까”라고 말한다. 이후 몽규는 조선인 유학생들을 만나 혁명을 계획하는데, 일본군에게 발각되고 만다. 발각된 후 몽규는 동주에게 고향에 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동주는 시집의 원고를 전해 줄 쿠미를 만나기로 해서 “너 먼저 가”라고 말한다. 몽규는 일본군에 바로 잡히고, 다음날 동주는 카페에서 쿠미를 만난다. 쿠미는 번역된 시집을 동주에게 전해주며 시집의 제목을 물어본다. 제목을 냅킨에 적으려던 찰나, 동주를 미행하던 일본군이 찾아와 동주 또한 잡힌다. 본인의 아들이 형무소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은 동주와 몽규의 아버지는 일본으로 향한다. 그러나 동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몽규도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전한다. 시를 사랑한 동주와 세상을 사랑한 몽규는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대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의 못다 핀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속 시 읽는 장면과 흑백 배경은 못다핀 청춘의 모습을 씁쓸하게 부각시킨다.

<동주>에서 못다 핀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박열>은 역동적인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인력거를 끄는 '박열'. 그가 쓴 시를 보고 '후미코'가 찾아와 동거를 제안한다. 둘은 동거 서약을 맺고, 연인이자 동료로 함께 지내게 된다. 어느 날, 관동대지진이 발생해 일본 열도는 혼란스러워진다. 일본 내각은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고 퍼트리고, 이를 핑계로 조선인을 학살한다.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 운동을 하던 박열은 감옥이 더 안전할 거라며 자진해서 감옥에 가게 되고, 후미코와 불령사 단원도 함께 감옥에 들어간다. 일본 내각은 거짓을 은폐하기 위해 박열을 배후로 지목한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 한다. 후미코도 박열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이 박열을 조종했다고 말한다. 대역죄로 재판을 받게 된 박열은 순순히 재판에 임하지 않는다. 박열은 재판 시 조선의 예복을 입게 할 것, 일본이 조선을 강탈한 강도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하게 할 것 등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재판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박열을 재판에 세우기 위해 조건을 들어주고,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을 빨리 마치고 사형시키려 했으나, 재판이 일본과 조선에서 화제가 되어 2차 재판부터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박열과 후미코는 사형을 선고받지만 일본 내각은 천황의 이름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시킨다.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 박열은 후미코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박열은 사인 규명, 부검을 거부당한 채 사망한 후미코의 시신을 조선 땅에 묻어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은 약 22년을 복역한 후 세상에 나오게 된다. 영화는 일본에 대응해 당당하고, 강렬하게 타올랐던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작 전에 ‘이 영화는 고증에 충실한 실화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사실 그대로를 고증해 만든 <박열>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뜨거웠던 청춘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일본에 굴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선사한다.

인물에게 초점을 맞췄던 앞선 영화와 달리. <변산>에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두드러진다. 쇼미더머니 오디션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무명 래퍼인 ‘학수’. 그는 또다시 도전했던 오디션에 탈락한 후 알바 생활을 전전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향한다. 병원에 가니 같은 병실에서 ‘선미’가 자신의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었다. 선미는 고등학생 시절, 학수가 ‘미경’에게 고백하려 했지만 실수로 고백한 상대였다. 바람둥이에 조폭이었던 아버지, 잊고 싶었던 고백의 상대 선미.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향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던 중, 학수는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의심을 받아 변산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학수의 교생 선생님이자 학수의 시를 베꼈던 ‘원준’의 도움으로 겨우 의심을 벗는다. 이후 우연히 원준과 연인관계인 ‘미경’을 만나게 된다. 학수는 원준에게 허락을 받고 미경과 단둘이 술을 마신다. 그러나 원준은 조폭이자 과거에 학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용대’를 시켜 둘을 찾아내고, 용대는 학수에게 뒤늦은 복수를 한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학수는 병원에 돌아와서도 아버지와 싸운다. 감정에 북받친 학수는 미경, 선미, 원준과 함께 노래방을 가게 된다. 이후 술을 마시던 중 미경과 원준은 결별한다. 며칠 후 쇼미더머니 탈락자 중 다시 보고 싶은 참가자로 선정된 학수는 서울로 올라가려 하는데, 용대가 나타난다. 학수는 용대가 미경과 사귀면 자신이 용대의 부하 노릇을 하겠다고 내기를 건다. 용대가 미경과 사귀게 되고, 학수는 용대의 부하 노릇을 한다. 조폭 따까리 역할을 한다며 학수의 아버지는 학수에게 화를 내고, 자리를 뜬 학수는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비보를 듣는다. 아버지는 학수에게 용대와 정리하라고 말하고, 학수는 갯벌에서 용대와 실컷 싸우고 화해를 하게 된다. 이후 서울로 돌아가 쇼미더머니 무대에 선 용대는 선미에게 고백하며 영화는 끝난다. 과거를 배경으로 했던 앞선 영화와 달리, <변산>은 현대의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고향에서 입었던 여러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내는 학수의 모습을 통해 부끄럽지만 빛나고,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준익 감독은 청춘 3부작을 언급하며 “청춘을 정해놓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살아 있는 순간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청춘이라고 흔히 불리는 청년부터 모든 사람을 위로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우리의 삶, 이 자체가 다양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청춘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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