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서관의 매력에 푹 빠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곳에서는 읽고 싶은 책이나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빌릴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시험 공부를 위해서 대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 중 하나다. 혹은 넓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이처럼 도서관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자, 학업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다방면으로 유용한 공간이다. 지금부터 도서관의 역사와 도서관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왕의 서재로부터 시작된 도서관

작가 도널드 데이비스(Donald G. Davis JR., 1939~)는 “도서관은 인류의 집단적인 기억이다”라며 “도서관 장서를 통해 우리는 옛 문화를 이해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의 집단적인 기억과 옛 문화를 담고 있는 장소답게 도서관의 역사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은 ✱아시리아의 통치자였던 아슈르바니팔(Assurbanipal, B.C.685~B.C.627)이 설립한 니네베(Nineveh) 도서관이다. 아슈르바니팔은 지식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왕의 위엄을 내세우기 위해 도시 니네베에 큰 궁전을 지어 나라 안의 모든 책을 궁전으로 가져오게 했다. 그러고는 제사장들에게 아시리아의 역사를, 점성가들에게는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의사들에게는 의학에 관한 지식을 점토판에 기록하게 했다. 각종 지식을 기록한 점토판은 도서관에 안치됐다. 하지만 단순히 많은 양의 점토판이 있었기에 최초의 도서관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점토판들은 통치 기록, 연대시, 과학, 의학 자료, 왕의 법령 등에 따라 항목별로 분류됐으며, 서판의 모양에 따라 자료가 분류돼 있었다. 사각형 서판은 재무 거래용, 둥근 서판은 농사 정보용으로 활용됐다. 이 외에도 색상별 마크나 간단한 요약, 혹은 본문의 첫 단어 몇 가지로 분류돼 있었다. 자료가 체계적으로 분류된 도서관으로 인정되는 이 도서관에서는 오늘날까지 3만 5천여 장의 점토판이 발견되었다. 다만 니네베 도서관은 일반인에게 공개된 공간이 아니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늘날 도서관과 유사한 최초의 도서관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00년 경, 알렉산더 대왕 사후에 이집트 왕이었던 톨레미 1세(Ptolemy Ⅰ Ster, B.C.367(추정)~B.C.283)가 세웠다.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였기에 이 도서관은 7년 만에 학문과 문학 도서를 총망라한 공간이 됐다.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당시 이 도서관이 보유했던 서적은 최대 40만여 권에서 적게는 4만여 권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이 도서관은 아쉽게도 기원전 48년,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B.C.00~B.C.44)에 의해 불에 타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옛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2년, 새로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서관의 필수 인물…필경사와 사서


고대, 중세 도서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은 필경사다. 필경사의 임무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이들은 송아지, 양, 염소 등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양피지를 사용했다. 양피지는 오늘날 종이, 펜처럼 쉽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필사를 준비하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 양피지를 비벼 깨끗하게 하고 속돌로 닦아 부드럽게 만들고, 날카로운 칼로 흠집을 제거하고 낱장마다 자와 송곳으로 가로줄과 세로줄을 표시한 후, 비로소 잉크를 찍은 펜으로 필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들이 성경책을 필사하는 데에는 무려 15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게다가 필사실의 외부인 출입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고, 잡담 또한 금지되어 있었다. 중세에는 필경사가 필사를 끝낸 후, 짧은 후기나 헌사를 적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필사는 이렇게 끝났다고 한다. “끝났다! 아, 고맙습니다.” 필경사의 고된 노동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세에 필경사가 중요한 직업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서는 문헌을 수집, 정리, 보관하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근래에는 민간단체도 도서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사서가 자유롭게 테마를 정해 자료를 구비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특정 분야가 발달하거나 특정 계층을 주 독자로 하는 도서관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단어만 들으면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말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다. 작은도서관은 일반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하는 엄숙한 공공도서관과는 달리,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에 가깝다. 작은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여는 등 지역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공간이다. 또한 운영자와 사서가 비교적 자유롭게 문화를 정하고 운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해시 팔판마을에 위치한 ‘팔판작은도서관’은 책과 예술 활동을 결합한 미술특화사업을 펼치는 작은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책의 내용을 토대로 미술 활동을 하며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노동자를 위한 작은도서관 ‘사람’은 인천 지역 노동자를 위한 인문학도서관이다. 이곳은 생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소금꽃 이야기 마당’을 비롯해 ‘글쓰기 마당’과 같은 독서 소모임을 운영하며, 책을 매개로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나 여기 가고 싶을지도?…취향 따라 즐기는 이색 도서관


도서관도 취향대로 즐기는 시대가 됐다. 십진분류에 따라 ‘총류(000)’부터 ‘역사(900)’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골고루 있는 도서관 외에, 특정 분야의 자료를 모아놓은 전문도서관, 지역 문화를 담은 도서관 등 다양한 테마의 도서관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테마에 맞는 문화 경험도 제공해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민간 기업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 도서관을 만들기도 한다. 도서관을 통해 기업 문화를 전달하는 동시에 희귀하면서도 전문적인 자료를 제공하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의정부미술도서관’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며진 내부 공간을 지닌 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약 1만여 권의 예술서와 예술 디지털 콘텐츠, 전자책이 구비되어 있어 미술 분야의 전문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서적 중 무엇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1층의 널찍한 아트 라운지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으며, 소규모 전시공간에서 미술 전시를 볼 수 있다. 만약 서체, 사진 등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수 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소량 인쇄됐거나 절판된 희귀도서를 포함해 약 1만 8천여 권의 도서가 있다. 이 도서는 모두 분야별 전문가와 글로벌 북 큐레이터들이 함께 선정한 도서로 분야 최고의 전문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음식 문화나 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떤가? 국내 최초의 음식문화전문도서관인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은 음식 레시피 등 음식에 관한 3만여 권의 도서를 총망라한 공간이다. 혹은 앞서 언급된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 중 ‘쿠킹 라이브러리’를 찾아갈 수도 있다. 요리 레시피부터 요리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1만여 권의 책과 함께,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 프로그램을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어 쿠킹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고대에 지식을 얻고자하는 열망에서부터 시작돼 현대에 이르러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번 주말에 도서관을 방문해 교양도 쌓고 다양한 경험도 쌓아보는 것은 어떤가?

 

✱아시리아: 메소포타미아 북부지역에 위치했던 고대국가로, 고대 오리엔트 최초의 세계 제국이었음.

참고문헌
스튜어트 A.P. 머레이, 『도서관의 탄생』, 예경, 2012.
박소희, 『여기는 작은 도서관입니다』, 학교도서관저널, 2019.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