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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온라인 공론장의 중심, ‘사이버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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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HEPR 뉴스
▲출처:THEPR 뉴스

교묘하게 편집한 사진,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꿔 과장하며 영상으로 제작하는 이슈 유튜버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4월, 한강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사건에 각종 이슈 유튜버들은 허위사실 유포 및 음모론 제기 영상을 수없이 제작했다. 이들의 거짓된 영상들은 사건 진상 규명 과정에 혼란을 주며 피해자 유족에게 더 큰 아픔을 남겼다. 연예 기자 이슈 유튜버 김용호는 배우 한예슬, 개그맨 박수홍 등 연예계 사생활 폭로를 일삼으며 해당 연예인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타인에게 조작된 정보로 피해를 주면서 고수익을 얻는 이슈 유튜버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슈보다는 조회 수

사건의 진위성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슈 유튜버를 비판하면서 ‘사이버렉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사이버렉카란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Wrecker)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자극적인 섬네일과 함께 조회 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의미한다. 이들은 기성 언론이 보도한 기사와 사진, 동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목소리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영상을 제작해야 더 많은 조회 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아닌 이미 보도된 자료화면을 편집해 올린다. 최근에는 영상에 제작자의 근거 없는 생각과 루머가 들어가며 사실관계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사이버렉카는 이렇게 만든 조회 수 높은 영상을 통해 광고 단가를 높이거나, 실시간 방송을 진행해 슈퍼챗으로 후원을 받으며 수익을 창출한다. 

비디오 플랫폼 ‘유튜브’가 등장하기 전까지 사이버렉카의 표적은 주로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시작 가능한 1인 미디어의 성행으로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사이버렉카의 저격 범위 또한 확장됐다. 예시로 작년 12월, 징역 12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을 촬영하러 온 사이버렉카 유튜버들로 인해 동네 주민과 경찰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중 몇몇 유튜버는 조두순이 탑승한 법무부 호송차 지붕 위에 올라가 차량을 훼손시켜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적 성향을 띈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2018년 채널 설립 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타 정치인에 대한 자극적인 폭로를 일삼아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했다. 이 외에도 사이버 렉카는 타 유튜버, 인터넷 방송인, 심지어 미디어 노출 의사가 없는 일반인들까지 소재로 사용하며 본인의 이익을 위해 조회 수를 올리는데 혈안인 실정이다.

 

점점 증가하는 사이버렉카, 그 원인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이버렉카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유튜브 알고리즘을 들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연구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2019)에 따르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을 오래 체류시키기 위해 개인의 선호에 알맞은 영상과 다수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영상을 추천한다. 유튜브는 조회 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상을 알고리즘에 띄우고, 이용자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자극적인 섬네일을 클릭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 판별력을 잃은 유튜브 이용자들은 결국 *확증편향에 빠지고 만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영상의 내용이나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도식 속 사이버렉카는 유튜브 알고리즘 특성의 수혜자가 된다. 그렇다면, ‘신뢰도가 보장된 뉴스를 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성 언론 또한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의혹’이라는 말로 감싼 불확실한 정보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사이버렉카의 정보, 그리고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러한 기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보 수용에 더 혼란을 준다. 지난 8월부터 국회에서는 언론사의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명예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안인 ‘언론중재법’이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렉카는 언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규제할 만한 법률은 발의되지 않은 실정이다.

사이버렉카가 성행하는 심리적 원인을 살펴보자. ‘관심 경제’라고도 불리는 주목경제는 사이버렉카가 증가하는 이유를 뒷받침할 수 있다. 주목경제란 세인의 주목을 받는 것이 경제적 성패의 주요 변수가 된 경제로서 개개인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나타난다. 개인은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무리한 전략을 내세우고, 사이버렉카는 거짓 정보 전파와 같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또한 현재 사회에 만연해있는 디지털 자경주의가 사이버렉카를 부추긴다. 디지털 자경주의는 법 위반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특정인을 온라인상에서 시민 스스로가 응징하려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으로 자경주의가 변질되어 나타난 모습이다. 사이버렉카가 조작된 거짓 뉴스로 미끼를 던지면, 사람들은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온라인 트롤링’을 행한다.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이용해 사이버렉카는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증가하는 사이버렉카를 막아 낼 명백한 처벌 법안이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유튜브 방침에 따르면 유해성을 띠는 콘텐츠에 한해서는 3번까지 경고를 한 뒤, 계정을 일시 정지하거나 영구 폐쇄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매년 유튜브에 몇백 건에 달하는 불법 및 유해 정보 동영상에 대해 자율규제를 요청하고 그중 대부분을 유튜브 측에서 삭제하거나 차단한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으로는 거짓 뉴스 확산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 특히나 특정인을 저격하는 폭로의 경우 직접 명예훼손 등 법적 고발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된다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따라 사실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상의 벌금, 허위 사실로 밝혀질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상의 벌금이 처해진다. 하지만 벌금 액수보다 높은 수익으로 형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징역형의 선고 비율도 22% 내외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법의 형량이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 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 처해지는 것에 대비해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고 볼 수 있어 온라인 명예훼손 법의 형량을 가중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이버렉카,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지난 7일(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죄 등 10여 건의 고소에도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체포됐다. 김 전 기자는 체포 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유튜브가 나를 괴물로 만들었다’라고 언급하며 사이버렉카 활동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사이버렉카의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언론을 모방하여 왜곡된 정보를 전파하는 사이버렉카의 부적절한 질주를 막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방송법」상 ‘방송’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된다. 20년 전 개정된 방송법은 방송에 대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고려해 공공성과 공정성 유지라는 책무를 부여하고 엄격히 규제했다. 반면 유튜브처럼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짐에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격이다. 이에 법률전문가는 “이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 이상 기존 방송은 엄격한 규제 속에 경직되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기존 방송에 싫증 난 시청자들은 유튜브로 더 많이 넘어가며 규제가 미비한 유튜브 시장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쏟아내게 된다. 물론 플랫폼 차원에서의 규제가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제 21조 1항에 따라 플랫폼 내에서 함부로 제한하기 어렵다”라며 플랫폼 내의 규제가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자체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에 관한 적절한 내부 규약을 설립하거나 수익 창출 정지와 같은 엄격한 조건을 내세워야 한다고 뜻을 밝혔다. 또한 법률적으로는 사이버 명예훼손 외의 새로운 법적 조항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이버렉카의 규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선별적 정보 취득이다. 소비자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생산도 멈추지 않는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가짜 뉴스를 더욱 양산시키는 셈”이라며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사이버렉카 역시 존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는 정보 판별력을 길러 올바른 정보를 선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렉카는 온라인에서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언론의 ‘공론화’와 ‘정보전달’이라는 언론 본연의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알권리를 방패 삼은 사이버렉카는 이들을 규제하는 법률적 조항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온라인 공론장을 제공하고 거짓된 정보로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들의 영상은 심각한 사이버 범죄이다. 그들의 질주를 막기 위해선 법률적 해결책과 무엇보다도 정보 수용자들의 선별적 정보 판별력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온라인 정보에 더욱이 혼란을 겪는 시기, 렉카 유튜버의 거짓 정보 폭격으로 인한 사이버 공간의 혼선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오세욱,송해엽,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확증편향: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온라인 트롤링: 인터넷 공간에서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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