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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물과 자연물, 창작물을 비추는 찬란한 빛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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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여러 학문에서 볼 수 있는 탐구 소재다. 물리 분야에서는 입자냐 파동이냐 논쟁이 있었고, 에너지 분야에서는 빛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고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문학에서는 빛을 희망, 동경의 대상 등으로 비유한다. 시기에 따라 네 섹션으로 구성된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展은 예술적 관점에서 빛을 포착하고 탐구한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Alice Dalton Brown, 1939~)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첫 번째 섹션은 ‘빛과 그림자’이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들로 구성된 해당 섹션에서는 신임시절 작가의 예술 세계와 화풍을 엿볼 수 있다. 후기 인상주의 화풍과 추상 표현주의 등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던 앨리스는 농장과 헛간을 정밀한 기법으로 그려내며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해갔다. 작가는 빛뿐만 아니라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통해서도 풍경을 묘사했다. 세 작품으로 구성된 나무와 그림자 시리즈는 선명한 붉은 벽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림자는 관람객이 그림의 풍경뿐 아니라 그림 밖에 서 있는 나무와 태양의 위치도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또한 각각의 작품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그림자는 그림 속 풍경에서의 시간대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수영장(My Pool)>(1990)/ⓒAlice Dalton Brown
▲<수영장(My Pool)>(1990)/ⓒAlice Dalton Brown

두 번째 섹션은 ‘집으로의 초대’이다. 해당 섹션에서는 앨리스가 여러 차례 전시를 개최하며 작가로서 안정적 입지를 다진 시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당시 앨리스는 뉴욕 주 웨스트필드에 있는 웨스트필드 저택,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 섬의 집, 유년시절 친구의 집 등 주택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그렸다. 이때의 작품에서는 주택의 인공적인 소재와 자연적인 경치를 조화롭게 담아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수영장(My Pool)>(1990)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수영장의 맑은 물에 반사된 나무들은 인공물인 수영장 안에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져 둘 간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집으로의 초대’가 주택 밖에서 주택과 주변 풍경을 바라본 구도였다면, 세 번째 섹션 ‘여름 바람’은 반대로 건물 내부에서 밖을 바라보는 구도이다. 앨리스를 대표하는 여름 바람 시리즈로 구성된 ‘여름 바람’은 여동생의 집 베란다와 작가가 어릴적 살던 이타카에 위치한 카유가 호수 풍경을 합쳐 새로운 장소로 재해석한 〈황혼에 물든 날(Long Golden Day)〉(2000)을 비롯하여 작가가 온전히 새롭게 창조해낸 물가의 풍경에서 커튼 한 자락이 휘날리는 장면을 그린 〈느지막이 부는 바람(Late Breeze)〉(2012)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섹션 마지막에서는 작가가 마이아트뮤지엄의 의뢰로 만든 신작 <정적인 순간>(2021), <설렘>(2021), <차오르는 빛>(2021)도 만나볼 수 있다. 세 작품에서 80세가 넘은 작가의 노련미를 포착할 수 있으며, 작품을 그리기 위한 습작에서 작가의 열정도 느낄 수 있다.

 

▲<나무와 두개의 창문(AAR)(Tree with Two Windows)>(2016)/ⓒAlice Dalton Brown
▲<나무와 두개의 창문(AAR)(Tree with Two Windows)>(2016)/ⓒAlice Dalton Brown

네 번째 섹션인 ‘이탈리아의 정취’는 이탈리아 시리즈와 이에 영감을 줬던 과거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탈리아 시리즈는 작가가 2015년 한 달여 간 이탈리아에 머무르면서 자신의 방 창문에서 보이는 건물의 창과 외벽의 빛을 포착하고, 뉴욕으로 돌아와 스무 개의 연작을 그린 시리즈이다. 유화를 즐겨 쓴 기존 작품과 다르게 해당 시리즈 작품들 대부분은 거칠지만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는 파스텔로 그려져 있어 이탈리아 특유의 고전적인 풍경과 정취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특히 <나무와 두 개의 창문>(2016)의 붉은 나무줄기와 집, 그리고 창밖에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붉은 빛은 따뜻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인공물, 자연물 혹은 작가가 만든 창작의 세계 할 것 없이 그것에 드리운 빛을 포착하고, 사진과 같은 섬세한 붓 터치를 한 땀 한 땀 캔버스에 수놓는 앨리스의 화풍은 많은 관람객에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을 탐구한 학자이자 예술가인 앨리스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기간: 2021년 7월 24일(토) ~ 2021년 10월 24일(일)
전시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전시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오후 7시 입장 마감, 추석 당일 휴관)
관람요금: 성인 18,000원 / 청소년 12,000원 / 어린이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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