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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예쁜 껍데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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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IDP(한국디자인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자인의 경제적 가치는 2013년 89조 원에서 2017년 117.4조 원으로 커졌다. 산업디자인 출원도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이며,  디자인 고용인 1인당 매출액 또한 약 10만 달러로 세계 6위에 있다. 또한,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인 디자인씽킹은 사회나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며 혁신을 주도하여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디자인 중심 혁신은 전통적 디자인 분야뿐만 아니라, 서비스, 정책, 조직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기관과 기업들은 디자인을 핵심가치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디자인적 혁신 기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 기관 및 기업들은 디자이너를 고용하였으나 이들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제한적이며, 여전히 디자이너들의 기업 활동 참여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최종 결과인 상품기획, 또는 광고 및 마케팅 영역에서 참여가 가장 높다(KIDP,  2018). 아직도 많은 기업이 디자인의 역할을 마지막 단계의 장식적 형태나 스타일 개발로 제한하여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을 이런  제한된 역할로 인지하고 있는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에 대한 대가를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지불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많은 정부 기관 및 기업들은 참여적 디자인 접근이라는 미명 하에 디자인 의뢰 플랫폼을 통하거나 자체적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주최하고 있다. 대부분이 간단한 한 페이지 정도의 공모전 또는 의뢰 목적만이 주어진 채, 디자인 결과물을 모집하고 300만 원 정도 또는  더 낮은 대가를 지불하고 수상작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디자인 의뢰 플랫폼에서는 몇 십만 원, 또는 몇 만 원에 로고나 리플릿 등의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을 예쁜 껍데기로 인지하는 경향이 크다.  보통 이러한 가격대의 결과물은 기존 템플릿을 기반하거나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한 일차원적 도형 배치에 가깝다. 또한, 디자이너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최종 전달된 결과물은 클라이언트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디자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자이너의 처우에 관해서도 살펴보면, 2017년 잡코리아 조사는 기업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평균 연봉은 3,000만 원 선, 신입 디자이너는 2,000만 원 초반 정도를 받고 있다고 파악하였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최저시급이 상승되었으니, 신입 디자이너의 연봉도 상승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디자이너 구직 연봉’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더니, 여전히 ‘디자이너 연봉 원래 적나요?’라는 제목의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이 중 한 글에서는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들보다 낮은 약 2,000만 원 중반 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디자이너의 푸념이 담겨 있다. 이 연봉은 최저시급으로 일년 근무하는 것보다 조금 높은 금액이며 이는 기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디자인에 대해 얼마만큼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예일 것이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와의 수많은 미팅을 통해 그들의 머릿속 흐릿한 의미를 구체화 시켜주며, 그들이 사용자와 그 맥락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더 의미 있는 가치를 규정할 수 있도록 한다. 디자인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러한 과정이 없거나 디자이너가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결국 클라이언트는 의도하는 바를 고객에게 왜곡하여 전달하게 되거나,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즉, 디자인이 예쁜 껍데기가 아니라 의미 있는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타겟)와 그들의 맥락을 이해하고 클라이언트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의미가 통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 또는 조건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정부 기관 및 기업은 디자이너가 단순히 기술(skill)을 가진 자가 아니라 무형의 가치가 구현되는 조건을 계획하고, 전략을 세우고, 그 조건을 만드는 역할자로 인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디자인이 혁신을 주도하는 데에 있어 더욱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디자이너가 “그냥 알아서 디자인해주세요”라는 말 대신 “함께 이야기하며 해결해 보아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기를 바란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산업디자인 통계조사 요약보고서』, 2018.

최인호, <디자이너의 월급은 왜 이 모양일까?>

『출근하지 않는 디자이너』, 2017, https://www.huffingtonpost.kr/inho-choi/story_b_186944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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