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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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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관중들 사이에 팔짱을 끼고 최근의 사회를 무심히 관전하는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를 혐오가 만연한 사회라고 평가한다. 권력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범죄에 온갖 핑계와 옹호를 덧붙여 논점을 흐리다가 결국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혐오의 사회’라는 단어로 뭉뚱그림으로써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사회를 망치는 난봉꾼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폭력과 부당함이 반복되면서 운명처럼 불거진 혁명과 변화의 사이에서 누군가는 피곤함을 느끼기도 하고, 틈새를 노려 그럴듯한 비논리로 제 주머니만 챙기는 얌체가 판을 치는 와중에도 세상은 어찌어찌 돌아간다. 코로나19로 인해 말 그대로 불이 꺼져버린 적막한 거리에서 눈먼 자들처럼 각자의 소리를 어지럽게 지르고 있다. 한편, 누군가는 묵묵히 새벽을 밝히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곤 한다. 홍대신문은 이러한 세상을 작은 종이에 면밀히 담아내고 있다.

홍익대를 비롯한 모든 대학은 고요해졌다. 김성현 기자는 여느 대학교와 다를 바 없이 텅 빈 교내의 쓸쓸한 모습에 주목했고, 학식 냄새 가득한 학생 식당이나 학생들이 묵직한 가방을 들고 북적일 서점 앞의 바리케이드를 보며 알 수 없는 이질감과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일시적인 운영 중단에서 악화되어 다양한 계약들이 해지되고 기약 없이 문을 닫아버린 상황에서, 곧 사회로 나가야 하거나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사회초년생들은 더욱 현실적인 두려움을 떠올린다.

이토록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어느 집단에서든 자정작용이 일어나기 어렵게 되고, 더욱 견고하게 지켜지는 권력에 의한 폭력과 범죄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김효빈 기자가 취재한 홍대 미대 교수의 인권 유린 기사에서는 텅 빈 교내에서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홍익대 미대가 비전공자들조차 손꼽을 만큼 수준 높은 명성을 지닌 만큼 타 사례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유효진 기자는 수많은 시사 논쟁 중 복잡한 사회에서 더욱 심한 갈등을 조장하는 ‘사이버렉카’에 집중하여, 신문의 한 페이지를 채웠다. 그들의 수법을 나열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매체는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한편, 진위를 판별할만한 근거를 찾을 여유와 진정성이 사라진 사람들을 노려 하나의 잘못된 문화로서 자리 잡은 사이버렉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자극적인 정보를 의심하고 경계할 수 있는 자정작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듯 안타깝고 속 아픈 기사들 속에서도 민정범 기자의 대학생 헌혈 참여를 유도하는 기사는 오로지 타인을 위한 희생과 봉사에 대한 사람 본연의 인(仁)의 정신에 대해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안동권 기자는 세종캠퍼스 학우들의 캡스톤 디자인 금상 수상을 알리며 텅 빈 교정에서 보지 못한 대학생들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연구를 이끌어 낸 학생들의 좋은 성과를 보며 학업에 증진하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되살리게 되었다. 6면의 ‘학술’란은 홍익대학교의 정신과도 같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내며, 숨 가쁘게 달려온 마음을 새로운 방향으로 흥미롭게 하여 숨통을 트이게 한다. 복잡하고 갈등이 가득한 시간 속에서도 예술은 건재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더욱 빛나는 작품을 일궈내기도 한다.

변화는 피곤하다. 그럼에도 결국은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세상을 살게 하는 재미와 따뜻한 마음이 반드시 있다. 열 페이지 남짓의 홍대신문은 사람들이 맞부딪혀야만 하는 문제를 정확히 주시하고 있고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먼 옛날의 학자가 홀로 외친 말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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