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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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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작성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인터뷰다.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의견을 얻고,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 내용에 정당성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본지에는 단독 인터뷰 코너가 3개나 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영원한 미소’, ‘12면 인터뷰’를 통해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다. 본지뿐만 아니다. 잡지, 언론, 책 등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인터뷰는 필수다. 당장 인터넷에 ‘인터뷰’를 검색해도 배우, 운동선수, 교수님 등 다양한 인터뷰가 몇만 개나 나올 것이니 말이다.

기자의 이름을 본지 홈페이지에 검색하면 알 수 있듯이, 기자는 입사 후부터 줄곧 인터뷰 기사를 맡아 왔다. 처음엔 기획서의 분량이 적어 인터뷰 기사를 선호했다. 다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기사 작성에 맞먹는 노력을 들여 기획서를 작성해야 했지만, 인터뷰 기획서는 이름, 직업, 인물 정보, 2~3개의 주요 질문과 연락처 등 몇 개의 간단한 사항만 적으면 완성됐다. 그러나 간과한 점이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요청서와 질문지를 보내고, 녹취록을 만든 후 기사를 작성해야 했다. 일련의 번거로운 과정 속, 기자는 귀찮음과 괴로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인터뷰의 묘미를 느꼈다. 인터뷰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기자에게 흥미로운 소설책을 펼쳐보는 것처럼 기대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변수는 존재했다. 기자가 실수하거나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경우 말이다. 실제로 기자는 코로나 블루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할 때, 10명 이상의 교수님께 인터뷰를 거절당했다. 코로나 블루는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해 여러 대학의 사회심리학 전공 교수님께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한 교수님으로부터 “해당 주제는 임상이나 상담을 전공하시는 교수님과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답신을 받았다. 이전까지 답신을 주지 않는 교수님을 잠시나마 원망했는데, 모두 심리학에 무지한 기자의 실수였다. 질문을 잘못 적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호 12면에 실린 김장환 아키비스트와 인터뷰를 할 때, 구술 채록 사업과 구술총서를 혼동해 질문지를 작성했다. 또한 흔히 ‘기사가 터질 위험이 있다’라고 말하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기자는 보도 기사를 쓰지 않아 직접 거절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다른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거절당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짧게 한 마디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거절하는 상황이 이해되기도 했다.

기자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인터뷰 질문지를 완성할 때였다. 누가 봐도 멋있는 질문을 만들어 멋들어진 기사를 내보내고 싶었고, 인터뷰이 앞에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싫었다. 이 때문에 인터뷰이의 모든 저서를 섭렵했고 관련 기사부터 영상까지 죄다 찾아본 후 질문지를 작성했다. 그러나 기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멋있는 질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기자가 작성한 질문은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했다. 이 때문에 인터뷰이께 질문지를 보낼 때 항상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박찬용 에디터의 저서 『잡지의 사생활』(2019)에서 고민의 해답을 찾았다. 인터뷰이가 “질문이 조금 평이한 것 같아요”라고 걱정하자 저자는 “질문이 평이하다고 대답이 평이하지는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의 멋이나 길이’가 아니라 ‘나와 마주 앉은 저 사람이 잘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기자의 친구는 “인터뷰하면서 기사 쓰는 거 되게 멋있는 것 같아”라고 전했다. 친구의 말이 고맙기도 했지만, 문득 기자가 인터뷰이를 ‘잘 보이게’ 한 멋진 기사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가 발간된 직후, 감사 인사와 함께 지면을 첨부해 연락을 드리면 인터뷰이가 감사 인사를 전해오고, 가끔은 SNS에 인터뷰 기사를 올려주시기도 한다. ‘기사에 오류가 있거나 왜곡된 사실이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면서도, 인터뷰이의 인생이라는 소설에 한 문장 정도 관여를 한 듯 해서 뿌듯하기도 했다. 끝으로, 본지를 위해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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