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COVID-19) 시대에 접어든 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그동안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은 사회 각계를 막론하고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언젠가는 곧 이 대유행의 상황이 종식될 거라던 희망도 여러 차례 좌절을 맞았고, 도무지 스스로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 바이러스는 인류가 구축해 온 사회의 구조와 체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계적인 범유행 상황임을 알리는 팬데믹(Pandemic)이 선포되었고 끊임없는 변이종의 재생산으로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며, 모두를 불안케 했던 이 바이러스와 인류는 영원히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화 예술계 또한 이렇게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것에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국가 정책 기관에서는 국민들에게 지급되었던 소위 긴급 재난 기금의 성격과 유사한 몇몇 예술 활동 지원금을 편성하는 한편, 정부가 추진한 방역 지침의 일환으로 실시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차원에서는 각 국공립 및 사립 미술관들이 미술관 방문 운영 기준을 다시 세워야만 했다. 동시에 이를 위한 비대면(Untact) 방식의 관람과 그에 따른 예술 콘텐츠 생산을 고민해야 했다. 이러한 시도는 대면이나 밀접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분명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었으면서도, 그 매체의 특성상 시청각 범주에서 행해지는 예술 활동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실제 관람의 측면이 중시되는 미술 전시의 형식으로 인해 긴급히 마련된 코로나 발 예술 정책의 효용성에 의문의 여지가 남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재난 상황에서의 예술 활동 지원을 위해 새롭게 편성된 재원이 과연 실제로 예술가들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 또한 국공립 미술관과 같은 기관 차원에서 실현하려는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 제공 시스템 역시도 급작스럽게 구축되었기에 그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향유자인 관람객에게도 아직은 많은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례없는 이 절명(絶命)의 순간을 헤쳐 내기 위해 예술은 무엇을 진실로 고민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 예술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작금의 상황은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s)이나 각종 스트리밍(Streaming) 시스템 구축 등 기존 아날로그식 관람을 위해 짜인 예술 콘텐츠 향유 구조를 기술 기반의 디지털 환경에서의 체계 안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가능케 했다. 뿐만 아니라, 예술 교육의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비대면 방식 소통 시스템을 활용해 예술 주체와 관람자 사이에서의 또 다른 상호작용을 연계하려는 노력을 뒤따르게 했다.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 이전부터 지속된 디지털화의 경향에 기인해 예술의 외연을 다양하게 확장하는 시도와 노력, 다시 말해 예술 산업에서의 콘텐츠 향유 구조 전환의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리적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는 그렇게 허물어지며, 다시 구축되고 있다. 더 이상 무언가를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인 급변하는 오늘날, 중요한 것은 예술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범주이자 지지체로서 새로운 자기 정립의 필연성과 그 의미를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코로나 19가 일으킨 예술의 위기에 대한 논의는 어쩌면 오늘날의 재난 시국에서 좀 더 분명해진 것일 뿐, 절대 급작스레 제기된 문제가 아니었음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예술은 그간 사회 구조의 변화나 그로 인한 구성원 간 관계 변화의 요구에 너무도 무던하게 반응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예술계는 이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산업 전반에서의 위기를 자기 도약의 발판으로 바꿔낼 수 있는 일대의 기회를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변화를 위한 예술 범주 전반의 노력은 당장 눈앞의 종식을 위한 끝맺음을 목표해서는 안 된다. 예술계가 산적해 온 복잡하고 다단한 과제들을 직면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코로나 이후의 예술, 새로운 시대의 예술은 그제서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