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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경영79) 동문각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을 어루만지는 심리기획자

  이명수 동문은 정신적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는 심리기획자이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가, 7~80년대 고문피해자,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상담해왔다. 특히 동문은 기존 심리 상담과 달리 피해자가 있는 현장에 가 치유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그는 안산으로 내려가 ‘치유공간 이웃’을 설립하며 유족들을 돕고 있다. 동문을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생각하는 치유의 의미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Q. 심리기획자로서 국가 폭력 피해자, 해고 노동자들을 만나왔다. 특히 현장에 직접 참여해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고 있는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사람들의 심리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심리분석전문회사를 설립해 심리기획자로서 전문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심리분석과 새로운 심리분석의 틀을 만드는 일을 했다. 현장에 직접 참여해 피해자들을 만나고자 한 것은 내가 갖고 있던 심리 관련 경험이 현장에 잘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심리기획자’란 직업명은 사실 내가 만든 것인데, 이는 그간 이론 위주의 심리학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재난 현장에서 치유적 환경을 조성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실용적 심리학을 중요시 하는 직업을 뜻한다. 실제 참사 현장은 전쟁 상황과 비슷해서 치유 이론이 무용(無用)해진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상황에 맞게 심리 치유를 기획하고 피해자들을 상담해야 한다. 다행히 금전문제나, 자식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15년째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고 있다. 현재 정신과 의사인 아내와 함께 현장에 나가 피해자들의 치유 활동을 하는데, 아내는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나는 상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내게 있어 이러한 치유 작업은 자원봉사 활동과 같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이를 통해 돈보다 중요한 보람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Q.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는 만큼,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남다를 것 같다.

A. 심리기획자가 현장에 참여하면서 겪는 고통과 관련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 게임의 구조를 알고 있는 게임설계자는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심리기획자도 피해자들을 도우며 겪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겪게 되는 고통의 전반적인 구조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본능 상, 공포 영화를 보면 무서워하고 영화 속 고통을 외면하려고 한다. 나 역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난 후, 안산으로 집을 옮겨 참사현장을 지켜봤다. 현장은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으며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그 고통이 어떻게 나타나며, 고통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난현장이 주는 공포에 압도되지 않았다.

▲치유공간 이웃(출처:치유공간 이웃 홈페이지)

Q.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치유와 참사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리기획자로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보았는지 궁금하다.

A. 정신과는 진단을 통해 수백 가지 병명을 파악한다. 대부분의 병은 개인의 심리적인 기질, 콤플렉스 등 내적인 것에서 발현되는데, 유일하게 외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이다. PTSD는 각 개인의 품성, 생애와는 상관없이 퍽치기,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겪게 되는 트라우마이다. 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사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정신과적 질병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이 PTSD이다. 세월호 참사는 이 PTSD의 전형을 보여준다. 피해자 유족들은 가장 먼저 죄의식을 느낀다. 그들은 ‘내가 만약 안산에 살지 않았다면 내 아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아이가 가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왜 그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까’ 등 만약이라는 가정을 세워 자책한다. 나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 전쟁 이후 사람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고통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져 그들은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관해서는 대처보다 오히려 피해자와 생존자에게 2차 가해가 먼저 앞섰다. 그들을 사회의 유해적 존재로 간주하고, 폭식투쟁, 사망보험료 10억 언급과 같은 몰상식한 일들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가 없이 화가 났고 괴로웠다. 한편, 이 나라의 한 어른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일주일 만에 원래 있던 집을 안산으로 옮겼다. ‘왜 갔느냐’는 질문에 ‘어른으로서 대가를 치르러 간 것’라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시스템의 부재를 보여줬다. 일차적인 책임은 참사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에 있지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권위적인 시스템, 학연·지연 등 뿌리 깊은 사회제도 역시 이번 사건에 큰 책임이 있다. 따라서 세월호 유족들을 치유하면서도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죄값을 치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출처:위키미디어)

Q. 안산으로 집을 옮기며 3년간 세월호 유가족의 치유를 도왔다. 치유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A. PTSD를 겪는 사람들을 치유할 때 중점에 두는 것은 그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며, 앞으로에 대한 전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인간관계란 피자와 같아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있다. 한 조각의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는 다른 조각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겐 그 피자 판이 땅에 떨어진 것과 같아 어느 곳에서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그들에겐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이들을 치유한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겪는 고통이 왜 생겼으며, 그들이 이 고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을 직접 만나면서 느낀 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피해자이니깐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들이 수혜를 받아야만 하는 입장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면, 직접 돕고 싶어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데 피해자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어 웃음조차 짓지 못하게 한다. 이는 그들에게 오히려 고통을 주는 것으로,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도움은 진정한 의미의 도움이라 할 수 없다.

Q. 심리기획자로서 ‘치유’의 의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15년 간 심리기획 일을 하면서 초지일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총 304명의 인원이 물 속에 수장되어 희생되었다. 304명이라는 수만을 놓고 이 참사를 보면 얼마만큼의 사람이 죽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그것에 있지 않다. 희생된 사람들 중 250명이 학생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조명해, 그들의 이름, 생애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그 250명 학생들의 가족, 친구 등 한 개인의 역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펼칠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다. 이를 통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며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심리기획자로서의 최종 목표는 돕는 사람을 돕는, 일명 ‘돕돕 재단’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치유공간 이웃’에 자원 봉사를 하기위해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들도 역시 개인적인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심리적으로 편해야 다른 사람을 잘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돕는 사람을 돕는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들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인 문제를 돕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에 집중하며 천천히 살고 싶다.

김민우 기자  kimsio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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