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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을 메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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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상황은 사람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너무나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는 알아채기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바꿔놓은 우리의 일상도 그러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물론이고 완전히 뒤바뀐 환경은 조금씩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알아채기 힘들고, 그대로 그 사람은 좋지 않은 습관에 조금씩 물들어 가기 쉽다. 그 깊은 간극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그대로 영영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 수 있다.

기자 또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안 좋은 방향으로 물들어갔다. 그렇게 손가락 사이로 하염없이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1학년 첫 학기를 날려버렸다. 스스로 날려버린 시간에 대한 야속함을 느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부족한 나 자신을 채워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다른 것들을 많이 해낸 주변 친구들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던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기자는 조금씩 악습관에 물들어가던 자신을 바로잡고, 남들과 벌어진 간극을 메우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신문사였다. 하지만 자신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안고 기자가 된 것도 잠시, 이전에 경험에 본 적이 없던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정해진 마감일에 맞춰, 사람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한다는 자부심이 더 컸다. 신문사 활동은 그동안  스스로가 얼마나 글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나 깨닫는 계기도 됐다. 스스로가 글을 제법 잘 쓴다고 자부해 신문사에 들어간 것이었지만, 선배 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글을 다듬어가니 기자의 글이 얼마나 정제되지 않은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마치 거대한 돌이 깎이고 깎여 작은 알갱이가 되듯이 기사가 거듭 수정되는 과정을 매번 지켜보았다. 그 과정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것이었고, 조금씩 기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치명적인 문제점 또한 바로잡게 해주었다. 기자는 이전부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원하는 의도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막연히 ‘글이 복잡해서겠지’, ‘그림이 추상적이어서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 활동을 하며 어떤 매체, 작품에서든지 읽는 이에 대한 전달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복잡한 것과 정리가 되지 않아 얽힌 것의 차이, 추상적인 것과 애매모호한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기자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매번 발행되는 홍대신문 기사를 읽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보면서도 느낀 사실이었다.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원하면서 독자에게 얼마나 존중없는 글을 썼나 돌아볼 수 있었다.

간극을 메우며 갈피를 못잡던 기자가 점차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잡게 됐다. 만약 기자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환경의 변화에 휩쓸려 간극은 더욱 벌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기자는 오늘도 작업을 하러 조형관(E동)에 가고, 기사를 쓰러 S동 211호에 가며 간극을 메우고 있다. 이제는 간극을 메우는 것을 넘어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모색 중이다. E동과 S동 사이의 높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바삐 다니는 것은 때로는 힘들 때가 있다. 하지만 매번 글을 쓰고 고민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앞으로 신문사 활동을 하며 만들어갈 날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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