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오늘, 당신은 어떤 세계를 보고 싶은가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두 눈’. 두 눈은 기자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매우 분주하다. 수업을 듣는 동안 PPT를 따라가거나 과제 리서치 자료를 찾거나, 유튜브를 보는 동안 말이다. 그 두 눈은 기자가 잘 때조차 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꿈은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니까. 이렇듯 눈은 하루 종일 기자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어떤 시각적 욕구에 의해 분주히 움직인다. 길게 설명하기는 했지만, 일상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날, 기자는 한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어떤 전시와 관련된 책을 발견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전시 『팁과 요령: 오늘 당신의 눈은 어떤 세계를 보게 될까요?』에 관한 책이다. 전시 제목을 보고 ‘아!’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펼쳤다. 기자는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오늘 당신의 눈은 어떤 세계를 보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자가 배우고 있는 시각디자인 분야도 디자인을 통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집어 든 책에서 얻은 교훈을 설명하기 전, 기자가 이 책을 인용하려는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자는 현재 2학년이다. 이번 학기를 앞두고 반드시 올해 안에는 무엇을 하며 먹고 살지 정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그 다짐을 한 지 며칠 뒤 한 교수님은 기자의 머릿속을 읽은 것인지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며칠 동안은 교수님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짐만 해뒀다. 그렇게 두루뭉술한 하루들이 지나, 정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을 땐, 결국 뻔하디 뻔한 답이 나왔다. “많이 보고 듣고, 많이 경험해 보자.” 교수님의 조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기자에겐 정말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답이었다. 이 답을 도출한 뒤로부터 시간이 지나,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쏜살같이 흐르는 날짜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선 ‘벌써’라는 단어가 벌써 10번 이상 오고 간 것 같다. 다짐한 시점으로부터 약 2개월,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이미지를 봤다. 그럼 이제 기자는 이번 학기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을까?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아니’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눈과 뇌가 ‘그만!’이라고 외치는 환청까지 들리지만 어떤 작업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나의 미래를 그려갈지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그런 와중 이 책의 한 구절을 읽게 됐다.

“그림은 보는 일을 강제해요. 보는 일의 즐거움을 암시해요. 호기심을 가지고 보이는 것을 더듬을 때 생겨나는 즐거움이 있어요. 그것이 대단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간에 어떤 인식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그림은 즐거움과 관계해요.” 

기자는 무언가를 계속 봤지만 한 가지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정말 말 그대로 보기만 한 것이다. 그동안 무언가를 보면서 한 번도 ‘즐거움’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늘 기자의 눈이 어떤 세계를 보게 될지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보고 있는데, 시각에서 즐거움을 느낀 적이 없다니.” 기자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기자는 어떤 것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의무감’만 있었을 뿐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100세 시대다. 기자가 할머니가 될 때쯤엔 120세 시대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남은 긴 세월 동안 우리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볼 테지만, 어떤 호기심과 목적도 없이 그냥 봐야 해서 보는 것이라면 피로만이 당신을 채울 것이다. 마치며, 독자에게 책의 제목을 바꿔 질문하겠다. 오늘, 당신은 어떤 세계를 보고 싶은가요?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