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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경관과 공간인식(2)현대 건축의 이해
  •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 승인 2017.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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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서의 인간

  하지만 이러한 관념적인 건축공간이 점차로 강해진다고 해서 인간 고유의 현실에 발을 디딘 부분이 없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마치 TV가 발달을 해도 오래된 연극이나 극장은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건축에서 우리의 많은 부분들은 수백만 년 동안 축적되어온 동물적인 본능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통해서 미래에는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외곽에 ‘전자오두막(Electric Cottage)’을 짓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지낼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만큼의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을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필자 생각에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플러의 ‘전자오두막’에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할수록 물리적인 접촉과 이동 역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례로 TV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거실에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TV로 봤으니까 여행은 안가도 되겠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면을 통해서 본 세상을 직접 가서 보기 위해 여행이 더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외에도 텔레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이렇듯 사람들은 직접 만나야 할 이유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동기는 이성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간다. 주말저녁에 홍대 앞에 가보신 분들은 이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다른 이성들을 보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젊은이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더욱 모이게 된다. 보이어리즘(Voyeurism)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이를 마케팅에 적극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이트클럽의 ‘삐끼’들이다. 클럽매니저들은 새로운 클럽을 오픈하면 아름다운 아가씨들에게 ‘패스포트’라는 것을 주어서 공짜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일종의 패스를 부여한다. 그렇게 하면 패스포트를 가진 아가씨들을 보기 위해서 능력 있는 남자들이 모이고, 또 능력있는 멋진 남성을 만나기 위해서 일반 여성들이 또 모이는 마케팅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좋건 싫건 이런 것들은 인간의 본능적인 성품이다. 나이트클럽 매니저들은 이런 특성을 잘 알고, 자신들의 사업에 적극 반영한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위한 도시를 설계하는 우리들은 많은 부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놓치고 디자인상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위에 말한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족들과 조용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라고 생각한 점 역시 그런 실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그렇게 고상하지만은 않다. 인간은 큰 전염병이 돌기 전에는 계속해서 모이고, 붐비는 공간으로 모여들 것이다. 가상체험이 3D 입체영상으로 보여줘도 사람들은 실제로 모일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짝짓기를 하는 동물이며, 동물은 시각적인 것 이외에 냄새를 통해서도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는 기술이 어떻게 발전을 하던 결국에는 냄새를 맡기 위해서, 그리고 서로 터치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떨어져서 살기 보다는 모여서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터치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이폰이 큰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만지고자 하는 본능에 충실한 터치폰을 만들어서이다. 우리나라 LG도 프라다폰으로 일찍이 터치폰을 개발했지만, 애플은 스크린을 손가락 끝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면서 조작할 수 있는 폰을 만든 것이다.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가 나온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혁신이 여기에 있다. 이처럼 건축도 기술도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쪽으로 기술은 발달할 것이다. 기술은 가상공간이라는 지극히 관념적인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그 내면에 필요로 하는 컨텐츠는 아직도 본능에 충실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계속해서 기술적인 발달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본능을 채워줄 수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동물 이상의 인간

  인간의 동물적 본능을 무시한 채로 디자인되는 건축은 좋은 건축이라고 하기 어렵다. 인간은 주광성 동물이기에 채광과 통풍은 기본이다.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이 지식을 잊어먹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축은 아무리 보기에 아름다워도 좋은 건축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이면서 동시에 그 이상이기에 배부르고 따뜻하기만 하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건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지만 또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기능적인 건축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좋은 건축이 되는 것이다. 좋은 도시경관이라는 것 역시 앞서 말한 인식에 근거를 둔 가치와 동물적 요구사항 모두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건축이 어려운 것이다.

 

유현준(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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