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주, 우리도 갈 수 있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선 어딜 가든지 내가 최초예요. 참 묘한 기분이죠, 로버에서 내리면 내가 그곳을 밟은 최초의 사람이고, 저 언덕을 올라도 최초가 되는 거죠. 45억 년 동안 이곳엔 아무도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내가 있죠. 난 이 행성에서 혼자가 된 최초의 인간이에요.”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마션>(2015)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대사이다. 영화에서 그는 화성 탐사 중 모래폭풍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다. 하지만 남은 식량으로 버티며, 기발한 능력을 발휘하여 극적으로 생존한다. 그의 생존은 관객들에게 타 행성의 거주 가능성을 꿈꾸게 했다. 영화 개봉 당시에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은 화성 거주는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Elon Musk, 1971~), ‘버진갤럭틱’을 설립한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1950~)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1964~) 등 억만장자들이 우주여행에 성공한 소식이 들리고 나아가 우주 거주를 꿈꾸며 그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주 관련 사업을 톺아보며, 우주여행과 거주 가능성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자.

 

우주 산업의 시작

 

▲왼쪽부터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 출처: 문화일보
▲왼쪽부터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 출처: 문화일보

우주 산업의 시작

우주 산업의 시작은 구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Sputnik)를 지구궤도에 쏘아 올리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61년 4월 12일,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 1934~1968)이 지구 상공을 한 바퀴 돌며 인류는 첫 우주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냉전 시대에 소련과 미국이 우주 탐사에 열을 올리며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한동안 로켓 발사는 감소했다. 특히 NASA는 1986년 ‘챌린저호(Challenger)’와 2003년 ‘컬럼비아호(Columbia)’의 폭발로 인한 두 번의 인명 사고 이후 우주왕복선 사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암흑기를 맞이한 우주 시장에서 다시 유인 탐사에 불씨를 지핀 것은 NASA와 같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었다.

 

현대의 우주 산업

과거에는 국가가 우주선과 인공위성 등을 개발하고 우주 개발 정책을 수립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 시기를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라고 정의한다. 한편 오늘날은 우주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우주 공간이 상업화되면서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민간 기업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이다. 이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로 우주 수송비용을 더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세 기업은 모두 우주여행 산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 가장 먼저 우주여행에 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7월 11일(일), 버진갤럭틱이었다. 비행기에 소형우주선을 탑재하고 이륙한 뒤, 공중에서 우주선을 분리 발사해 고도 약 88.5km까지 올라갔다. 총 비행시간은 90분 정도로 3~4분 정도 지구의 모습을 구경하고 잠깐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뒤 무동력 글라이딩 방식으로 지상에 내려왔다. 버진갤럭틱의 뒤를 이어 7월 20일(화) 블루오리진이 우주 관광객 6명을 태우고 여행에 성공했다. 관광객은 베이조스 형제와 과거 여성 우주비행사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윌리 펑크, 그리고 300억 원 이상의 돈을 지불한 익명의 세 사람이었다. 자사 로켓인 ‘뉴 셰퍼드’는 고도 75㎞ 지점에서 캡슐을 분리해 100㎞ 상공 ‘카르만 라인(우주와 지구의 경계)’을 넘어 106㎞까지 올라갔다. 캡슐은 약 3분간의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3개의 낙하산을 펼쳐 텍사스 사막에 착륙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5일(수),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우주여행에 성공했다. ‘크루 드래건’은 우주선 최초로 순수 민간인만 탑승했으며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575km 궤도에 진입하고 이후 사흘간 시속 2만 7,359km로 지구 주위를 90분에 한 번씩 선회했다. 

우주 산업의 대표적인 민간 기업 세 곳 모두 우주여행에 성공하면서 우주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이 우주에 가는 것을 보고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키웠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우주에 가고 싶어 할까?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고 새로운 미지의 공간에 대한 탐구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우주의 근원을 찾는 것에 있다. 우리는 우주에 우리 말고도 누군가 살고 있음을 믿고, 그들을 찾고 있다. 우주에 우리 말고 문명을 가진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과거 혹은 미래 혹은 또 다른 우리의 현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황폐화돼가고 있는 지구를 떠나 정착할 다른 행성을 찾는 생존과 번식의 문제로도 해석된다. 유럽 위원회의 세계 사막화 지도에 따르면, 지구 육지 면적의 75% 이상이 이미 퇴화했으며 2050년까지 90% 이상이 퇴화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인터스텔라>(2014), <승리호>(2021)와 같은 영화에서도 우주로 간 이유가 황폐해진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아 사람들은 우주에 단순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을 갖는 것을 넘어, 생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주로 여행을 떠나요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주여행은 크게 △준궤도 여행 △지구 궤도 여행 △지구 밖 여행 △항성 간 여행으로 나뉜다. 준궤도 여행이란 로켓을 이용해 약 100km의 우주 경계선에서 잠시 무중력을 체험한 뒤, 지구를 조망하면서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 성공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우주여행은 부유층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일반인의 우주여행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들의 여행은 준궤도 여행이라는 점에선 같지만, 여행 방식엔 차이가 있다. 버진갤럭틱은 항공기와 로켓을 혼합한 활공 비행이며, 블루오리진은 전통적인 로켓을 이용한 수직 이착륙 비행이다. 활공 비행이란 글라이더와 같은 공기보다 무거운 항공기의 하강 비행을 말한다. 수직 이착륙이란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비행을 말한다. 지구 궤도 여행은 우주정거장까지 이동해서 잠시 머물다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초기엔 비용 절감으로 주목받았지만, 운영 축소, 여행 프로그램 연기 등으로 인해 현재는 진행되기 어렵다. 항성 간 여행은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별로 여행하는 것이다. 이는 아직 시행하기엔 기술적 한계가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별까지 현재 우주선의 속도로 계산했을 때, 7만 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과제

현재 우주로 여행할 방법 중 준궤도 여행이 가장 실현성이 높지만, 안전하게 우주로 가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우주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가격 문제다. 유명인사 등 700여 명이 우주여행에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일반인이 여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버진갤럭틱은 우주여행 예약을 받아 약 25만 달러(한화 약 2억 8천만 원)에 600장을 판매했다. 내년까지 약 4만 달러(한화 약 4천 6백만 원)까지 낮출 계획이지만, 아직 상용화하기엔 턱 없이 비싼 가격이다. 블루오리진 관광 가격 시초가는 20만 달러(한화 약 2억 3천만 원)로 추정된다. 하지만 베이조스, 브랜슨 등 외에도 여러 억만장자의 투자와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으므로 우주까지의 수송비용을 이른 시일 내에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두 번째, 안전 문제다. 버진갤럭틱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버진갤럭틱의 첫 우주선 ‘스페이스 쉽 투’는 2007년 애리조나 모하비 사막 시험장에서 로켓 엔진 연소 시험 단계 중 사고가 일어나 제조 담당이었던 엔지니어 3명이 사망했다. 또한, 2014년 스페이스 쉽 투 개량 모델 시험비행 중 공중분해되며 부조종사가 시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안전 장치 설계 문제, 감독체제 미비, 조종사 경험 부족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역경에도 버진갤럭틱은 우주선 ‘VSS 유니티’ 발사에 성공했고, ‘브랜슨’도 무사 귀환했다. NASA의 우주 왕복선이나 스페이스X의 우주선은 궤도에 도달하기 위해 여러 로켓 엔진, 추진 시스템, 전문 비행사 등의 요구 조건이 있다. NASA 현역 우주비행사 더그 할리(Douglas Hurley, 1966~)는 이와 비교해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의 우주선 설계도는 단순하지만, 유인 우주 비행에선 간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주선이 궤도로 진입하면 안전히 지구 귀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항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신체조건 문제다. 과거의 우주 비행은 전문가에게도 신체조건뿐만 아니라 작동 방식, 전문 훈련 등으로 까다로웠다. 현재도 우주 비행을 하기 위해선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장치 설계와 작동 방식이 간단한 준궤도 여행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 비행시간도 짧아 생명유지를 위한 특별 장치가 필요 없다. 따라서 탑승 전 수개월 동안 훈련받지 않아도 된다. 버진갤럭틱의 경우 사흘 동안 통신 장비 사용법이나 탑승 훈련 등을 배운다. 블루오리진은 안전 문제상 신체조건 제한, 체력, 5.5G 압력 시험 등이 있지만, 우주비행사만큼 큰 제한은 없다. 결론적으로 우주여행 비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더욱 견고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며, 현재보다 신체조건 기준을 완화한다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우주를 유람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빌리지 상상도 / 출처: 유럽 우주국(ESA)
▲문 빌리지 상상도 / 출처: 유럽 우주국(ESA)

다음 스텝은 우주 거주

인류는 우주여행을 넘어 우주 거주를 꿈꾼다. 흔히 거주지로 거론되는 후보는 달과 화성이다. 달은 현재까지 인류가 발을 딛어 본 유일한 천체이다.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해 표면 연구가 많이 된 행성이다. 화성을 제외한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은 수성, 금성과 같이 태양과 가까워 온도가 높거나 목성, 토성과 같이 기체로 이루어져 거주가 불가능하다. 태양계 외부는 어떨까? 2016년, 태양계에서 4광년(약 9조4600억 km) 떨어진 곳에서 항성 ‘프록시마 켄타우리’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 ‘프록시마 b’가 발견됐다. 이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1.3배로 지구와 흡사하다. 또한 대기권이 있고 표면 온도가 0~100도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태양계 외부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현재로서는 주로 달과 화성이 거주지 후보로 꼽힌다. 다만 둘 모두 지구처럼 살기 쾌적한 상황은 아니다. 달에는 공기가 있는 대기층이 없고, 화성은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이 어렵다. 국제우주정거장처럼 산소, 식량 등을 지구에서 조달하거나, 아니면 해당 천체에서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선택지, 달과 화성

거리상 접근에 유리한 것은 달이다. 지구에서 짧게는 이틀이면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층이 없어 지구로부터 산소를 가져가야하는 문제점이 있다. 대기층이 없어 온도 차도 크기 때문에 비교적 온도 차가 적은 지하에 거주지를 잡는 것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산소 문제는 지구로부터 산소를 조달함으로써, 온도 차 문제는 달의 지하에 거주지를 잡음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 유럽우주국(ESA)은 ‘문 빌리지(Moon Village)’를 건설해 2040년경에는 100여 명, 2050년대에는 1,000여 명 거주라는 목표를 세웠다. ESA는 달에서 직접 채집한 원료를 사용해 3D 프린터로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달도 충분히 매력적인 거주지이기는 하지만, 지구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화성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과학 잡지 ‘스페이스(Space)’에서 2024년에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지금도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거주를 위한 실험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인류가 정말 화성에 거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환경 면에서는 달보다 조금 더 유리하다. 화성에는 희소하게나마 대기층이 있다. 대기층에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질소, 아르곤 등 여러 원소가 있다. 또한 과거에 물이 존재했다는 근거가 있다. 물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면 산소와 로켓 연료를 화성에서 만들 수 있으며, 식물을 재배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와의 거리가 문제가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대략 200일이 소요된다. 채연석 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화성까지 가는 것은 몇 달이 소요되지만, 혹시나 중간에 경로를 잘못 들 경우 다시 지구로 귀환하려면 2~3년이 소요된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3년 치 식량과 공기를 싣고 가야하는데 비용, 무게 등의 문제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비용, 수송 기술, 안전 문제 등 개선돼야하는 문제가 있다.

 

냉전 시대부터 NASA까지, 국가 기관의 전유물 같았던 우주의 문이 이제 민간인에게도 열렸다. 아직 민간인이 낮은 가격으로 자유롭게 우주를 여행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우주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우주 거주를 위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채린 기자(nofeel13@mail.hongik.ac.kr)

노소영 기자(0415laura@mail.hongik.ac.kr)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