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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수꾼> 속 야구공의 이동과 소통의 연관성

  영화 <파수꾼>(2010)은 무엇 하나 명확하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닌 여러 명의 서술자들이 각자 이야기를 서술한다. 따라서 오직 한 명의 시선에서 사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원하게 사건의 해답을 얻기가 어렵다. 이처럼 부분적인 서술은 전체적으로 볼 때 오해의 소지가 많다. 그리고 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내용을 오해하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파수꾼>의 영화감독이 의도하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폐역사(驛 社)와 야구공, 캐치볼 등은 본 영화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기태가 친구들과 멀어지는 장면이나 사건이 일어나면 그 다음에 꼭 한 번씩 폐역사가 등장한다. 폐역사에서 캐치볼을 하는 인물들을 살펴 보면 기태와 희준, 동윤이 등장하는데 기태가 친구들과 멀어질 때마다 희준, 동윤 순서대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결국 마지막엔 기태 혼자 등장하게 되고 기태는 자살을 선택한다. 따라서 나는 여러 오브제(objet) 중 야구공이 영화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파수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품인 야구공은 서술자의 시점이 바뀌거나 아이들의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야구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영화 속 내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자면 야구공은 등장인물 간의 소통을 의미한다. 이것은 영화 속 여러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장면처럼 기태는 동윤과 소통하고 싶어하지만 동윤은 기태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기태는 혼자가 되고 나서 폐역사에 쓸쓸히 걸어간다. 야구공은 있지만 그걸 받아줄 사람은 없다. 이것은 기태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였으나, 정작 그 대상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야구공을 갖고 있던 인물은 기태에서 희준에게로 넘어간다. 기태는 희준과 다시 소통을 하고 싶어서 야구공을 마지막 선물로 건네지만, 그 야구공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었다. 결국 기태는 고립 되었다 느끼고 자살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것을 영화서술자와 연관을 지어보면 어떨까. 영화의 시작은 기태의 아버지이다. 그와 동시에 이 사람은 기태에 대해서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기태의 자살에 관하여 가장 모르면서 가장 먼저 기태와 대화를 그만둔 사람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서술자가 보여줄 수 있는 사실은 매우 편협하고 부족하다. 그 다음 서술자는 희준이다. 기태의 아버지보다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기태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기태가 자신에게 보여준 적의만을 보며 화해의 제스처는 보지 못한다. 오직 자신의 관점에서만 서술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기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태가 사실은 여리고 관심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관객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기태가 보여주는 호의와 화해의 제스처는 희준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뿐이다. 그가 갑자기 돌변하여 자신에게 막 대한 것처럼. 동윤은 진실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가장 마지막 서술자이기도 하면서 기태가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손을 건넸던 인물이다. 동윤은 기태와 희준이 멀어진 이유부터 기태가 사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인물의 인식의 깊이와 정보의 성격에 따라 서술자가 달라지고 동심원의 구조로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이와 같은 구조는 야구공의 이동과 닮아 있다. 기태와의 소통의 정도에 따라 정보의 양이 다르고 서술자의 시점도 달라진 다. <파수꾼>은 청소년기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시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기태를 보며 우리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들, 민감하고 예민한 청소년기이기에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 기태에 대한 안타까움 등 떠오르는 것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영화 <파수꾼>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소통’이다. 이 영화 속 소년들의 대화에는 아무런 핵심이 없다. 내용은 없으면서 설명하기도 민망한 오해와 갈등이 결국에는 기태를 자살로 이끌었다. 야구공이라는 오브제는 시간의 흐름은 물론이거니와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묘사도 명확하지 않은 <파수꾼>이라는 영화에서 여기저기에 흩어진 여러 암시들을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야구공이 이 영화에서 담고 있는 의미는 명확하다. 야구공은 영화에서 뒤죽박죽 섞인 진실과 시간들 사이에서 곧게 뻗어있는 하나의 줄이다. 야구공은 영화 속에서 소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주제의식인 소통의 부재와 오해로 인한 영혼의 파멸을 잘 표현하고 있다.

김가영(광고홍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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