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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동 211호 대신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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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발행되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아?

연극 <보도지침>에서 편집국장이 ‘주혁’ 기자에게 말한다. 그렇다. 실제로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일’이 일어난다. 보도기획서를 추려 기사 소재를 정하고, 논의와 취재를 거친다. 이외에도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야 12면의 신문이 완성된다. 기자는 약 1년 동안 편집국장으로서 모든 일을 총괄했다. 경험이 부족했던 기자지만, 이번 호를 끝으로 모든 신문의 발간을 어찌저찌 마쳤다. 

많은 일을 통해 기자는 많은 것을 잃고 얻었다. 우선 학점과 수업을 잃었다. 밀려오는 업무로 시간이 부족해지자 가장 먼저 포기했던 것은 학기 평점과 수업이었다. 앞자리가 바뀐 평점에 한숨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게 더 많다고 느낀다. 마지막을 체감하며 기자가 본지에 입사했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기자가 신문사에 지원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기자는 열정만 넘쳤던 수습기자에서 책임이 무거워진 편집국장까지 바쁜 일상을 보내며 최선을 다했다. 또한 기자는 글 쓰는 것을 매우 기피했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작성한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극도로 꺼렸다. ‘신문사에 입사하면 강제로 기사를 쓰니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입사를 결심한 것도 있다. 매 호마다 달콤쌉싸름을 작성하고 동료 기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신문이 발행되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아?

연극 속 편집국장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자. 편집국장은 단순히 일이 많다며 주혁에게 어려움을 토로하는 게 아니다. 언론 보도가 자유롭지 않던 시절, 기자인 주혁이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취재하고 싶다고 편집국장에게 말한다. 그러자 편집국장은 국가가 내린 ‘보도지침’을 보고 기사의 취재처와 분량을 제한한다. 주혁이 광고주와 국가의 눈치를 보는 편집국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편집국장은 위의 대사를 읊는다. 보도와 취재에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는 대사인 것이다. 

문서화된 지침은 아니었지만, 본지의 기사에도 제약이 존재했다. 본지는 교내의 사안을 기사로 작성하는데, 각자가 정의하는 ‘교내’의 범위가 달라 취재처의 범위나 기사 소재에 이견이 있었다. 말과 말의 거리가 너무 멀어 좁혀지지 않았을 때, 결국 기사는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학교 본부의 이해관계와 상충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경우가 생겼을 때, 기사와 기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편집국장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균형을 지키며 만족할 만한 신문을 만들었나? 이 질문엔 쉽사리 긍정의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족할 만한 신문. 만족의 척도는 각자 다르고, 기자는 갓 편집국장이 되었을 때 ‘독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를 위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고민을 거듭했다. 무던히 노력했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서를 구상할 때 자료를 조금 더 찾아봤다면, 회의나 취재를 조금 더 일찍 시작했다면 조금 더 나은 기사를 쓸 수 있었을텐데. 기자가 조금 더 신경 써서 취재를 총괄했으면 어땠을까. 부족한 기사 소재와 지면을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편협한 시각을 가졌던 몇몇 순간들이 떠오르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편집국장 김효빈’으로 바이라인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지면이다. 마지막 달콤쌉싸름에는 후련함과 만족감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후회가 남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기자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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