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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께서 지난달 카드로 결제하신 내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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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머니’ 시대다. 지난 9월 13일(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말 개인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억 539만장이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수로 따지면 1인당 2.44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 결제액도 상당하다. 한국은 연간 1인당 1,500만 원 정도를 카드로 사용한다. 결제가 편리해 거의 매일 사용하는 카드, 그 중 신용카드는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왔을까? 금융계의 혁신을 이끈 신용카드에 대해 알아보자.

 

우연, 상상을 실현하다

신용카드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88년이다. 과거 공상과학 속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듯이, 신용카드도 SF소설 속 상상이 실제로 구현된 것이다. 신용카드 개념은 에드워드 벨라미(Edward Bellamy, 1850-1898)의 SF소설 『뒤돌아보며: 2000년에 1887년을』에서 처음 등장한다. 1887년에 잠들었다가 2000년에 깨어난 주인공은 당시 상황에 대해 “신용카드로 모든 동네에 있는 공공창고에서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리고 무엇이든지 구입할 수 있다”라고 묘사한다.

▲프랭크 맥나마라/출처:https://creditcard.umwblogs.org/invention/
▲프랭크 맥나마라/출처:https://creditcard.umwblogs.org/invention/

여러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최초의 현대식 신용카드는 1950년 다이너스클럽의 카드이다. 다이너스클럽이 카드를 발명한 데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1949년, ‘해밀턴 크레딧 코퍼레이션’의 사장이었던 프랭크 맥나마라(Frank X. McNamara)는 뉴욕 레스토랑에서 계산을 하려고 했을 때 본인이 지갑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그의 아내가 계산했다. 이후 맥나마라는 유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당장 돈이 없어도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충전식 카드를 생각했다. 이후 변호사 랄프 슈나이더와 함께 뉴욕 레스토랑에서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다이너스클럽(DINERS CLUB)이 탄생한다. 다이너스클럽은 200명에게 27개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카드판에 사인을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레스토랑은 그의 신용도를 믿고 이를 허락했다. 회원사인 레스토랑은 거래가 있을 때마다 수수료 7%를 지불했고, 고객들은 연회비로 3달러를 냈다. 카드의 편리함이 알려지며 1952년에는 회원사가 400여개의 레스토랑, 30여개의 호텔 등으로 확장됐다. 

다이너스클럽이 매섭게 성장하자, 은행계도 신용카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우리가 흔히 아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만들어졌다. 이 둘은 각각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인터뱅크’가 만든 카드를 시초로 한다. 1958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뱅크아메리카드(BankAmericard)’를 출시했다. 이는 1976년 비자(VISA)가 된다. 마스터카드의 전신 ‘마스터차지’는 1966년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용카드는 백화점에서 시작됐다. 1969년 신세계백화점은 자사 제품의 판매 증진을 위해 ‘고객 카드’를 발급했다. 이후 1974년 미도파백화점도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은행이 카드를 발행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1980년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1982년에는 5개 은행 연합이 비씨카드를 발행하며 본격적으로 은행업계들도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전, 그리고 마케팅으로의 발전

기술: 종이에서 플라스틱, 마그네틱에서 IC카드로

1950년 프랭크 맥나마라가 신용카드를 발급할 당시에는 종이 재질의 카드를 사용했다. 종이 카드에는 일정한 규칙으로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했다. 이후 카드의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다. 1960년, 미국 IBM에서 플라스틱 카드의 한쪽 면에 자기 테이프가 있는 마그네틱 카드를 개발했다. 마그네틱 카드는 자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한다. 하지만 자기 물질의 특성상 내구성이 낮고, 카드에 담을 수 있는 데이터가 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단점을 보완해 IC 카드가 등장했다. 일반적인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접촉식 IC 카드이다. 교통카드에는 보통 비접촉식 IC 카드가 사용된다. 비접촉식 IC 카드는 카드 안에 무선 통신이 가능한 모듈이 있어 카드 주변의 신호를 감지해 데이터를 교환한다. 

마케팅: 디자인과 혜택을 담은 카드

▲카카오페이 신용카드/출처:매일경제
▲카카오페이 신용카드/출처:매일경제

기술의 발전으로 카드 사용이 더 편리하고 안전해진 것을 넘어, 신용카드는 마케팅 도구가 됐다. 매력적인 디자인이나 파격적인 혜택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 현대카드는 카드에 디자인을 도입한 선구자다. 2001년 설립된 현대카드는 일반 카드 크기보다 작은 ‘미니 카드’부터 자동차 모양의 ‘프리폼 카드’ 등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현대카드는 떡볶이 등 배달음식 사진을 재치 있게 활용한 ‘배민현대카드’를 출시했다. 올해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로 인정받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현대카드의 독특한 디자인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외에도 디자인에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가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예는 KB국민카드와 카카오페이가 협업한 ‘카카오페이 KB국민 체크카드’, 삼성카드와 카카오페이가 협업한 ‘카카오페이 신용카드’다. 둘 모두 카카오프렌즈와 니니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최근 카드 마케팅의 트렌드는 ✱PLCC다. 2015년 처음으로 PLCC 카드를 내놓은 것은 현대카드다. 당시 이마트와 PLCC를 출시했고, 올해 8월까지 발급된 PLCC 카드 중 약 95%가 현대카드일 정도로 적극적인 PLC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위에서 언급된 배민현대카드 외에도 국내 최초로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출시해 국내외 카드 이용금액이 3만원씩 누적될 때마다 스타벅스의 리워드 포인트 별을 1개씩 적립해주는 혜택을 제공했다. 이 카드는 출시 6개월 만에 발급 10만 매를 넘어섰다. ‘네이버 현대카드’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최대 10% 적립, 매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무료 이용권 제공 등의 혜택을 내걸며 출시 열흘만에 발급 3만 매를 돌파했다. 이렇게 현대카드의 PLCC가 성공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카드사들은 제휴를 특화하며 혁신을 꾀하는 중이다. 

 

카드가 불러올 미래는?

현금 없이도 결제 가능한 카드

카드의 편리성은 현금이 없어도 카드 한 장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금 없는 시대’를 불러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가계지출 중 현금 결제 비중은 19.8%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라인 결제가 확대되며 더 가속화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통카드나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며 현금 사용이 축소되자, 지난 10월부터 서울 시내 버스 8개 노선에서 현금 결제 방식이 사라지기도 했다. 4년 전부터 현금 없는 매장을 도입한 스타벅스는, 현재 국내 매장 중 약 60%를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 현대카드/출처:매일경제
▲스타벅스 현대카드/출처:매일경제

카드 없이도 결제 가능한 핸드폰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긴 것은 모바일 결제다. 이제는 집에 지갑을 놓고 와서 카드가 없어도, 손에 핸드폰만 있다면 결제할 수 있다. 핸드폰에 삼성페이, 애플페이가 탑재돼있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현장 결제서비스를 지원하면서부터다. 더 나아가 아예 카드 형식이 없는 QR코드 결제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현금도, 카드도 필요로 하지 않는 QR코드를 이용해 모바일결제를 시행했다. 중국에서 5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고 알려진 알리페이는 QR코드를 이용해 결제한다. 소비자가 판매자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모바일 결제도 점차 진화하는 것이다.

▲출처:파이낸셜뉴스
▲출처:파이낸셜뉴스

맥나마라의 우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신용카드는, 이제 단순히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하는 것을 넘어, 더 예쁜, 더 좋은, 더 혁신적인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마케팅의 고도화에 따른 카드의 발전은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다. 

 

✱인터뱅크: 미국 은행 17개가 모여 설립한 연합.

✱PLCC: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의 약자로, 특정 브랜드나 기업과 협업해 혜택에 특화된 카드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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