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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를 넘어 인생의 멘토로

강사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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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기다. 그 시기에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누군가의 일생을 변화시킬 만큼 거대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사회·탐구 영역 강사이자 오랜 시간 학생들의 멘토로 인정받고 있는 이지영 강사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수 있고, 필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수 있고, 희망을 주는 계기를 줄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넘어서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이지영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현재 사회·탐구 영역에서 대치동 1타 강사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강사를 꿈꾸게 되었는지, 강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A. 강사를 처음부터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강사의 길로 들어섰는데 운이 좋아서 잘 풀린 경우라고 생각한다. 사범대학에 진학했지만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사법고시에 낙방하면서 세화여고 교사를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유학 준비를 하면서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해 학원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학원 일이 너무 잘 맞고 잘 풀렸다. 강사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내가 잘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일인데 학생들도 나를 좋아해주고 금전적인 보상도 많이 주어지다 보니 직업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너무 크게 아프면서 ‘이렇게까지 나를 혹사해가며 살아야 하나’ 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내가 만약 강의하는데 사명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지 못했을 텐데. 그럼 내가 다시 건강해져도 원래 나의 사명에 돌아가는 게 맞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

A.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때문에 내가 하는 말, 강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아픔이 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부분들이 생긴다. 이를테면 사회·문화에서 면접법을 가르칠 때 가정폭력 피해자의 면담을 예시로 들 때가 있는데 그 단어가 상처가 되는 제자들이 있다. 그 예시를 듣고 공부하다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예시 하나를 고를 때도 정말 신중하게 골라야겠다고 생각한다.

 

Q.강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2018년에 아팠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년의 커리큘럼을 학생들한테 제시하고 학생들은 1년 동안 나와 사회탐구 공부를 하겠다고 수십만 원을 지출하는 프리패스를 구매한 상태인데, 3월부터 6월까지 아팠다. 강단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였고 학생들의 불안함에 대규모 환불 사태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거의 환불 하지 않고 “선생님만 건강해져서 여름부터만이라도 진행해 주신다면 무조건 기다리겠다”라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며 응원 글을 많이 남겨줬다. 그 덕분에 빨리 회복해서 그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커리큘럼을 전부 다 완성해서 올릴 수 있었다. 또 건강하게 복귀했을 때 학생들이 많이 좋아해 주고 “선생님이 갑자기 세상에 없어지니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는데 와주셔서 감사해요”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Q. 강사 생활을 은퇴하게 된다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또 후에 대학생, 사회인을 대상으로도 교양 강의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A. 지금까지는 수능 공부를 가르치는 강사로서 수능의 오지선다를 잘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강의를 해왔다. 그런데 인생에는 그렇게 5개 중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꼭 수능 강사 이지영으로서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사로서 또는 하나의 멘토로서 더 많은 사람에게 호소력 있는 강의를 진행하고 싶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던 선생님, 나보다 더 독했던 선생님,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똑 부러지게 해내던 선생님으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또 내가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선생님의 강의 중 위로 한마디로 버틸 수 있었다는 느낌이 남았으면 좋겠다.

요즘 육체적이고 물질적이고 외적인 것이 중시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같은 플랫폼만 봐도 외적으로 멋지고 화려한 삶들을 보여주는 것들에 주목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싶다. 그리고 학창 시절 나의 목소리로 실존주의 철학이나 실용주의 철학을 배운 학생들이 교과서가 다루지 않는 현대철학을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다. 또한 진로 선택이나 인생의 고비를 만나서 판단하는 법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그 위기들을 어떻게 돌파했는지를 나의 지식들로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Q. 현재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SNS 매체를 통해 학생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데 해당 SNS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또 ‘study with me’나 ‘what’s in my bag’처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A.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SNS를 정말 싫어했다. 원래 유튜브 채널도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강의 플랫폼에서만 나를 1년에 몇백 시간을 만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강의 이외에 다른 모습으로 소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의 클립을 올리는 팬 계정이 생겨나고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가고 강의 영상들이 100만 조회 수를 넘어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내 강의를 찾아주고 있었다. 그래서 공식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듣고 싶은 걸 들려주고 필요한 영상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SNS를 시작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강제 진출하게 된 거나 다름없는 것 같다. 그런데 현재 학생들, 앞으로 수험생이 될 학생들, 그리고 졸업한 이후에 성인들까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니까 더 좋다. 지금은 내가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를 하지는 않지만 댓글로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 추천이 많은 것을 제작한다. 

 

Q. 학생들에게 따끔한 조언과 따뜻한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힘든 20대를 지나온 선생님으로서 현재 취업 준비와 진로 탐색 등으로 힘들어하는 20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10대와 20대를 방황과 분노와 좌절의 시기라고 규정하고 싶다. 나는 20대 때 너무 세상이 두렵고 막막했다. 주머니엔 항상 돈이 없었고, 학비는 과외로 충당해야 했다.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으셔서 나의 생활도 어려운데 부모님 치료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20대를 보냈다. 그때 내가 무엇이 될지, 사회적으로 어떻게 자리 잡고 돈을 모을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을 보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나의 미래 모습을 말해줬다면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불안한 건 당연하다. 꿈이 없거나 꿈을 만나더라도 장벽이 많거나 아니면 장벽을 해칠 의지력도 있는데 경제적인 뒷받침이 안 돼서 막막한 청년들이 많을 것이다. 거기서 무책임하게 “괜찮아. 조금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다 돼”라고 말하는 건 어른으로서 올바른 조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노력해야 해”라고 하는 건 기만이자 잔인한 말이다. 온갖 제반 사항들이 불투명하고 힘든 점이 있겠지만, 자신을 믿고 개발하면서 성실하고 우직하게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길은 열린다. 그 길이 때로는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언젠가는 그 분야에서 나의 가치를 찾고 인정받을 일이 온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Q. 강사, 교사를 꿈꾸는 본교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A.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직업이 인재를 양성하는 교사와 강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와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강의를 거의 17년 가까이 해오면서도 매년 새롭게 배워야 할 게 많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못하다. 하지만 작년의 나보다는 올해의 내가 더 좋은 교사, 더 좋은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또 교과 연구를 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심리를 어루만지는 역할에서도 발전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학생들의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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