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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세계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는 여정

<문예창작론2> 백수린 교수가 추천하는 『위폐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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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폐범들』은 노벨상 수상자이며 프랑스 현대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 1869-1951)의 장편 소설이다. 앙드레 지드는 국내 독자들에게 섬세하고 열렬한 사랑 이야기인 『좁은 문』의 저자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좁은 문』 같은 청순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들에게 『위폐범들』은 당혹감을 줄만한 작품이다. 『좁은 문』과 『위폐범들』의 차이가 보여주듯 앙드레 지드는 사실 서로 다른 양 극단적 가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변모해 온 작가로 평가되곤 한다. 지드가 이러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그의 자전적 삶과 연관이 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청교도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지드의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은 1893년의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은 이전까지 지드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고 지드를 억압하던 청교도적 윤리에서 벗어나 삶을 즐기고 욕망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위폐범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우선 한 가지 방식은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베르나르와 올리비에, 보리스와 같은 청년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분투하는 과정에 동행하는 것이다. 스트루빌루를 비롯한 위조지폐를 만드는 일당들이 소설 속에 실제로 등장하긴 하지만 ‘위폐범들’이란 표현은 단지 그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앙드레 지드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소설에는 눈에 띄게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비유적인 의미에서 모두 위폐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위폐범들이 진짜 화폐가 아니라 가치가 없는 위폐를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상반되는 이중적 자아를 가진 채 자신의 욕망을 외면하고 거짓된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결국 이 소설은 주인공 베르나르가 자기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부르주아 세계에서 일탈해 자신의 개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위폐범들』은 주제만으로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 작품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이 소설이란 장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는 『위폐범들』이라는 소설을 창작하고 있는 에두아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우리가 읽어나가는 『위폐범들』과 우리가 읽어나갈수록 완성되어가는 에두아르의 『위폐범들』은 거울에 드리워진 상처럼 서로를 비춰주면서 앙드레 지드가 생각하는 ‘소설’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위폐범들』은 1891년 『앙드레 발테르의 수첩』를 발표한 이래 많은 문학 작품을 남긴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유일무이한 소설이라고 칭했던 작품이다. 이렇듯 중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긴 분량과 소설 형식이 갖는 새로움 때문인지 아쉽게도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인공 베르나르처럼 자신을 억압하는 기성질서와 인습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이들이라면 이 소설의 매력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고 추구하길 원하는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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