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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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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은 꽤나 중압감 있는 직업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통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되고, 기사의 방향성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자의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편중되지 않게 노력해야 하고 어떤 기사를 다루든 공정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자에게는 또한 많은 열정이 필요하다. 취재거리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 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기삿거리를 위해 항상 주변을 잘 살펴야 하며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념과 노력도 필요하다. 정말 우리 홍대신문사의 표어 ‘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직업이다.
이번 호 7면에 실리는 COS를 쓰기 위해 기자는 정치에 관련된 영화 세 편을 감상했다. 세 영화에는 모두 공통으로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정치인, 정치인을 보좌하는 인물, 그리고 기자였다. 기자를 중심으로 다루는 주제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 영화에는 모두 기자가 등장했다. 아무래도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정치판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인 기자가 빠질 수 없는 것 같다. 세 영화에 나오는 기자의 양상은 다양했다. 국회의원의 비리를 캐고 다니는 기자, 정치인에게 뇌물을 받고 기사를 원하는 방향으로 써주거나 비리를 묵시하는 기자,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기자가 등장했다. 정치인에게 뇌물을 받고 한배를 타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나지만 ‘만약 저들처럼 생계가 달려있다면 과연 나도 떳떳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빠지게 된다.
기자는 원래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꿈꾸기는커녕 좋아하지도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기자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매체 탓도 있었고, 기자들이 악의적으로 작성한 것만 같은 글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기는 상황이 싫었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 캐내는, 일명 ‘기레기’라고 불리는 기자들 때문에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직업의식인지 몰라도 하나라도 더 많은 사실과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기사 당사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토록 기자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가졌던 기자가, 홍대신문사에서 어느새 2년 차 기자가 되었다. 이게 무슨 모순적인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기자라는 직업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는 기자의 목소리, 혹은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세상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어난 사실을 전달하는 기자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과 따뜻함을 안겨줄 수 있는 한마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로서 활동을 하다 보면 따뜻한 소식보다는 안타까운 소식, 마음 아픈 소식, 안 좋은 소식을 전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기자로서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런 탓에 역시 기자라는 직업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다른 진로를 찾기 위해 신문사 활동을 그만두려 했었다. 하지만 활동을 계속하게 되면서 어느새 기자로서 자부심도 느끼게 되고 무언의 소명 의식 따위도 생겼다. 벌써 2년 차 기자가 되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펴보고 취재거리로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시회 등을 갈 때면 ‘이 사람 인터뷰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떠오르게 된다. 주변 친구들도 기자가 신문사 일이 힘들다고 말은 하지만 어느 새부터 조금씩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취재거리를 찾아올 때 기자가 작성하기 편한 기사 위주로 가져올 때도 있었고 기자가 그토록 싫어했던 ‘기레기’같은 행동을 하게 될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이 글을 반성문 삼아, 이때까지 기자의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밖에서 큰소리로 외치기 부끄럽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홍대 신문사의 슬로건을 외쳐본다. ‘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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