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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존재하는 스트릿 아트 작가 ‘지알원 왔다감’

지알원(회화석사16)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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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거리를 걷다 혹 ‘지알원 왔다감’이란 스티커를 본 적이 있는가. 하나의 표식 같기도 한 사각형의 스티커는 검정색과 하얀색의 강렬한 대비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얼굴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그래피티이자 스트릿 아트 작가인 동문 지알원(회화석사16)을 만나보았다. 길거리 낙서의 장본인이자 동시에 미술관에 걸려 있는 작품의 작가이기도 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그래피티와 스트릿 아트 작가로 활동하다가 홍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본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어릴 때부터 만화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러다 보니 힙합 문화에 그래피티라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너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바로 스프레이 캔을 몇 통 사서 집 근처 다리 밑에서 그래피티를  무작정 해본 것이 시작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는데 사실 타 대학에서 다른 학부를 졸업한 뒤 회사에 취직해 1년 정도 다녔었다. 미국에서 회사를 다녔기에 평일 저녁엔 집에서 계속 스케치를 하고 주말엔 그래피티를 하러 거리에 나가는 등 작업을 쉬지 않았다. 이러한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던 중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정말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고 서울에 작업실 겸 집을 구한 뒤 거리예술 활동을 하다가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위해 본교 회화과 대학원에 지원했다.

 

Q. GR1이란 이름은 Graffiti의 ‘GR’과 ‘only one’‚ ‘number one’이란 의미가 있다. 이 필명을 내세운 ‘지알원 왔다감’이란 문구는 홍대를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지알원 왔다감’이란 문구를 시그니처처럼 사용하며 스티커를 길에 붙이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였다. 외국이든 국내든 길거리에 있는 많은 낙서를 보며 궁극적으로 이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한국적으로 표현하면 ‘왔다감’이란 표현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내 필명과 결합한 ‘지알원 왔다감’이 만들어졌다.

표현 방식의 매체가 꼭 스티커였던 이유는 길거리 낙서에는 비합법적인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다고 작업을 해도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기에 스티커로 제작해 쉽게 탈부착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직접 쓰는 것보단 스티커가 나에게도 더 빠르고 간편한 방식이기도 했다. 이 작업을 계속해서 하다 보니 지금은 내 작업이나 프로젝트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래서 미술관에 전시할 때도 ‘지알원 왔다감’이 적힌 정사각형 캔버스를 스티커 대신 작품 옆에 걸어두는 식으로 진행 중이다.

 

 

Q. 짧은 선을 반복해 명암과 질감 등을 표현하며 블랙 앤 그레이로 작업 톤을 잡았다고 했다. 원색과 대비감이 센 색감을 많이쓰는 서양의 그래피티와는 다른 느낌인데 동문이 작업을 하는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동문만의 스트릿 아트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A.  초반에는 지금과 같은 스타일이 아니라 글씨를 활용해서 다양한 색들을 섞어 쓰는, 즉 일반적인 그래피티 스타일의 작업을 많이했다. 그런데 간판이나 여러 요소로 복잡한 도시의 거리에서 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대비가 강한 이미지로 작업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블랙 앤 화이트를 선택했고 다른 작업과는 차별점을 가지기 위해 그레이 톤을 섞어보았다. 또 도시를 비유할 때 쓰는 ‘회색빛 도시’라는 표현에서 회색 자체가 도시를 상징하는 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회색의 톤을 쓰게 된 계기 중 또 하나는 예전에 아주 컬러풀한 작업을 할 때, ‘페이스트업’이란 그래피티 작업 방식을 시도해 본 경험이다. 당시 가장 싼 종이가 회색빛의 갱지였기에 그 위에 검정색 라인으로 드로잉을 막 했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결과물이 좋았고 반응도 괜찮았다. 회색 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작업이었던 것 같다.

 

Q. 그래피티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회·문화적 이야기를 작품으로 보여주고 전시장뿐만 아니라 건물의 벽에 작업을 자주 한다. 가장 애정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을까? 작품 자체 말고도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A. 특별히 애정이 가거나 신경이 쓰인 작품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작업은 있는데 스스로가 정말 좋다고 느꼈던 작품은 없었다. 작업이 하나 끝나면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작업 과정에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았던 건 시카고에 있을 때다. 시카고에서 그래피티 하는 친구들과 모여 주말마다 그림을 그리러 갔었는데 폐공장 건물 안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2층까지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이미 층마다 다른 사람들의 그래피티로 벽은 꽉 차 있었고 이미 그려진 그림을 덮을 수는 없었다. 그래피티에서 다른 사람의 그림을 덮고 위에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그의 작업을 디스리스펙(disrespect), 즉 그를 무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안에는 계단도 따로 없었기에 봉을 타고 한참을 올라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8층이었다. 그때가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아무래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경험이었던지라 그런듯 싶지만. 

 

Q . 최근에도 서울 소마미술관부터 부산 신세계 갤러리까지 여러 전시에 참여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다차원적인 의미에서 스스로가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실내로 들어왔을 수도 있고, 어떤 하위문화에서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왔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항상 밖에 있던 사람이기에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오히려 활동 영역의 장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년에 미술관과 관련된 전시와 작업이 많았는데 앞으로도 스트릿 아트나 그래피티나 너무 본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양쪽의 영역에서 작업해 나가고 싶다.

 

Q. 그래피티라는 장르를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아는데 현재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A. 살아보니까 느끼는 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래피티만을 좋아해 그것만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다른 것들을 많이 못 해봤다. 다양한 경험은 나중에 진짜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시기에 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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