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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가 드리운 소외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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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점이라고 할 때, 정보취약계층의 정보화 수준은 72.7점이었다. 2014년 취약계층의 정보화 지수가 50.1점이었던 데에 비해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격차는 작지 않게 벌어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의 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며 정보취약계층은 단순 일상생활에서부터 코로나19 관련 중요 정보를 얻는 것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최근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포용법’이 마련됐지만, 실질적인 법안 제정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디지털 정보 격차는 단순한 불편에서 끝나지 않고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되어 소외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시대가 논의되는 시점에서, 이들의 소외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디지털 격차라는 소외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정보취약계층에게 손을 뻗어야 할 때다.

디지털 격차는 어떻게 정보취약계층을 고립시키는가?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정보화 수준에 따라 계층 간 간극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의 편리함을 더 누리는 반면, 디지털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불편함이 커진다. 문제는 디지털 격차가 ‘격차’에서 끝나지 않고,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되어 ‘소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디지털 활용 및 역량 수준뿐만 아니라 디지털 정보 접근 수준도 고려하는데, 4대 정보취약계층에는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이 해당된다. 디지털 격차는 정보취약계층의 사회적 소통의 단절을 낳고, 정보를 획득·가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을 제약한다. 이는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 양극화의 심화라는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디지털 정보 양극화는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가속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 1967~)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가 “2년이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코로나19로 2개월 만에 이뤄졌다”라고 언급했듯, 비대면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돼 대화나 거래를 하는 데 있어 디지털 서비스가 만연해졌다.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활용성은 커졌지만 계층별 수용도의 차이가 벌어진 것 또한 디지털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과 같은 차세대 신기술이 보편적인 기술로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특정계층, 특정 지역에 기술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자평하는 국가로서 뛰어난 디지털 역량을 갖춘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작년 OECD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접근성은 부동의 1위였으며, 가정 내 인터넷 보급률은 이미 2019년 기준으로 99.7%에 달했다.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 보급률이 높다는 사실은 낮은 디지털 정보 격차로 직결되지 않는다. 인터넷에 대한 활용 능력이 있어야만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로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다.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저소득층 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95.1%로 4대 취약계층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장애인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81.3점, 농어민은 77.3%, 고령층은 68.6점을 기록해 모두 전년보다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체 디지털취약계층의 부문별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살펴보면, 접근수준이 93.7%인데 반해 활용부문은 74.8%, 역량부문은 60.3%에 불과했다. 디지털정보화 접근 수준은 △유무선 정보기기 보유 여부 △인터넷 상시 접속가능 여부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활용수준은 △유선 및 모바일 인터넷 이용 여부 △인터넷 서비스 이용 다양성 △인터넷 심화 활용 정도로 점수를 측정하고, 역량수준은 △PC 이용 능력 △모바일기기 이용 능력으로 측정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정보취약계층이 일반 국민에 비해 디지털 기술 활용과 역량 면에서 격차가 벌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활용·역량 면의 격차는 디지털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정보취약계층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소외된 사회의 얼굴들
키오스크 등 무인단말기는 정보취약계층에게 큰 장벽인데,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소비자 중 51.4%가 복잡한 단계로 인해 조작이 어렵다고 답했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인 키오스크는 고령층에게는 글씨가 작고 속도가 빨라 어렵고, 장애인에게는 점자 및 휠체어 등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현재 금융, 행정기관, 공항 등에서는 키오스크를 약 14만 대가량 운영 중이며, 패스트푸드점, 철도 및 버스, 의료기관, 영화관 등에서도 키오스크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무인 기기·서비스 활용이 늘어나는 데 반해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 기반 접근성 준수율은 평균 45.5%에 불과하다. 온라인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어 은행 각 지점이 점포 수를 줄여나가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507곳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 304곳, KB국민은행 225곳 등 4대 시중은행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인터넷 뱅킹 등 휴대전화를 활용한 금융에 익숙지 않은 계층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서울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었는데, 지난 2021년 12월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직원 2명이 상주하는 출장소를 두는 형태로 바꿨다. 노인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이 어렵고, 세금이나 공과금도 직접 은행에 방문해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포 폐쇄는 노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웹 접근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장애의 구분 없이 모든 사용자들이 웹에 올라와 있는 정보와 기능을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는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두고 있는데, 이 지침에는 눈으로 화면을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대체 텍스트로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쇼핑몰에 올라온 상품 정보들이 이미지에 담겨 있는 탓에 시각장애인들이 상품의 상세 설명과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쿠팡, G마켓과 같은 국내 대형 쇼핑몰에서 마스크, 영양제, 신발, 밀키드 등 생필품을 검색하면 제품 항목명은 대체 텍스트로 들어가 있지만, 상세 정보는 기다란 이미지에 전부 들어가 있다. 반면, 해외 쇼핑몰(월마트, 아마존 등)에 들어가 보면 영양 성분과 기본 정보가 모두 텍스트로 표시되어 있어 시각장애인도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웹 접근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낮은 정보 접근성은 교육 격차와도 크게 연관이 있다. 특히 디지털기기 이용 행태는 저소득층과 일반 국민의 디지털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작년 발표한 ‘통계로 보는 오늘의 교육’에 따르면 사교육과 디지털기기 이용 행태 등에 대한 변화도 가정의 경제 수준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학습뿐 아니라 아동의 건강, 여가활동, 사회적인 관계 등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농어민의 정보 접근성 강화는 디지털 기기 이용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동체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고령화로 심각한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도서, 산림과 같은 낙후 농어촌 지역은 공동체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농어민의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
현재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법이 마련돼 있지만 전 국민이 아닌 취약계층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는 데다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 격차 해소와 관련해서 ‘지능정보화기본법’이 있지만,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 추진과 전문인력 양성, 키오스크 접근성 보장 정책 등의 근거도 미흡하다. 디지털로의 대전환이 야기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해 디지털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견이 없다. 이에 국회와 정부가 ‘디지털 포용법’을 마련해 기존 법이 가진 내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당 법안에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의 디지털역량 함양을 촉진하는 국가 및 사회의 책무 △장애인·고령자 등의 디지털 접근성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 등을 규정하고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사회 모든 구성원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유망 포용기술·서비스를 지정·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다른 법안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지난 2021년 1월 발의된 이후 1년 넘게 국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포용법 제정을 올해 주요 추진 업무로 설정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반기 중으로 디지털 포용국가 기본계획(디지털포용 2.0)과 함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년 디지털배움터 성과보고회’에 따르면 정부는 늘어난 디지털 격차에 대한 대책으로 ‘디지털배움터’ 사업을 추진했고, 2021년 65만6000명이 교육을 받았다. 디지털배움터 사업은 국민 누구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디지털 역량 교육을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배움터 사업 뿐 아니라 정보접근성 제고 등 디지털 포용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되는 디지털포용법의 제정, 디지털이 기본이 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사업 운영을 효율화해 디지털 포용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문화와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뒤바꿨다. 근시안적으로 바라봤을 때 디지털 기술의 빠른 발전은 편안한 일상만을 낳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디지털 기술로의 변경, 도입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디지털 약자뿐만이 아닌 모든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 함양을 가능케 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 IT교육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격차가 소외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이웃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승환·성욱준, 『농어민의 모바일 인터넷 이용과 디지털 격차에 관한 연구』, 한국정보화진흥원, 2020.

정나영·유지연, 『디지털 격차 개념 변화에 따른 디지털 격차 해소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인터넷윤리학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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