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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와 그를 막을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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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 사고 현장/출처: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 사고 현장/출처: 연합뉴스

산업 현장에서는 여러 변수가 있기 마련이며, 이는 예기지 못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느 사건이나 개인적,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집필한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 1886~1962)의 안전 사고 발생 단계에 따르면 불안정한 사회 환경과 노동자의 개인적인 결함이 불완전한 행동, 즉 부주의로 이어지고, 부주의가 사고를 일으켜 재해를 발생시킨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는 개인의 문제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그리고 국내 법률은 어떤 관점을 강조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단일 기업에서 근로하는 근로자 수가 많기 때문인데, 산업재해로 피해를 보는 근로자는 매우 포괄적이며 많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 법이 적용됨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2017년 국내 전체 산업 근로자 수는 약 2,672만명으로 OECD 36 회원국 중 8번째로 많았으며, 2010년 대비 증가율은 11.2%로, OECD 평균 증가율보다 2.5%높았다. 국내 산업 사고사망자 수는 2010년, 2017년 각각 1,114명, 964명이었다. 높은 수치가 무색하지 않게 이따금 언론에서 산업재해 소식을 들을 수 있다.

case#1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2020년 4월 29일,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폭발과 함께 건물 전체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이 사건으로 사망자 38명, 실종자 4명, 부상자 10명이 발생했다.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 측은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현장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case#2 평택항 대학생 사망 사고
2021년 4월 22일, 평택항의 부두에서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이물질 청소작업을 하던 당시 23세 대학생 고 이선호씨가 300㎏ 가량의 개방형 컨테이너(FRC)의 뒷부분 날개에 깔렸다. 이 씨는 이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case#3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HDC) 건설사고
2022년 1월 11일(화), 광주광역시 화정동 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중인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으며,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1월 25일(화) 광주경찰청의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붕괴된 건물 39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당시 무게를 받쳐주는 지지대인 이른바 '동바리'가 무단으로 철거됐으며, 같은 층에서 지지대 없이 철근 자재인 '데크 플레이트'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지보 공법’으로 시공하는 등, 안전조치가 미흡한 점을 사고의 원인으로 짚었다.

특히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건설사고는 산업재해를 방지할 구조적 대책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사고는 사고의 규모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얼마 전, 같은 지역에서 같은 회사가 사고를 낸 전적이 있다는 점이 국민의 공분을 이끌어냈다. 7개월 전인 2021년 6월 9일(수), 같은 지역인 광주광역시에서 있었던 건설사고에 HDC현대산업이 연관되었던 것이다. 광주 학동 참사라고 불리는 해당 건설사고는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시내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해당 사고로, 업체는 과태료 3320만원만을 냈다. 당시 정몽규 회장은 쇄신을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잇따른 사고가 화정동에서 발생하고 나서야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에서 회장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지주사인 HDC 회장직은 유지했다.
공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하는 단지 주민 단체는 HDC 본사 앞에 가서 시위를 벌였다. 2021년 11월 브랜드 평판(아파트 부문)에서 4위던 HDC의 아이파크가 2022년 1월 24위로 꼴지를 기록했다. 서울시는 HDC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중대재해처벌법 배경
국회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것은 화정동 사고가 발생하기 얼마 전이었고, 이에 해당 법안은 머지 않아 주목 받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말 그대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과 그 기업의 경영진을 처벌하는 법으로, 2021년 1월 27일 제정됐으며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신생 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같은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은 15년 전 시작됐고, 그 이후에도 간간이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진지하게 논의된 적은 없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 글을 올렸고, 이 글은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2020년 9월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2021년 1월 26일 제정되기에 이른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따라오는 말말말
중대재해처벌법은 발의부터 제정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어 법안 시행 단계까지 왔지만, 불신과 불만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첫째는 예외가 많다는 점에서다. 법안 제정 이전에도 근로자 수에 따라 법 적용에 차별을 둬야 하는지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합의점으로 나온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에 명시돼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제1조 1항에는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적용을 유예했다. 또한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2장 제3조에서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이 장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둘째는 해당 법안이 만연하는 산업재해를 없애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노동계에서는 현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며 다른 법안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외에도 산업 재해를 막기 위한 법률 제정을 추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광역시 HDC 건설사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기로 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공사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전 책무를 지키지 않아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건설사업자 등도 1년 이하의 영업정지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여받는다. 건설업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경영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은 1월 26일~2월 4일까지 건설 발주사와 시공사 19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 기업의 85%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규정과의 중복(42.1%),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별도 법률 제정 불필요(40.9%)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법안이 모호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형사처벌 수준이 훨씬 높고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애매모호해 준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20일(목)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안전관리 담당자 78%가 중대재해처벌법 상 경영책임자 처벌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해당 응답자 가운데 법 시행 후 개정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5%에 달했다. 최근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회원사 215개 기업의 안전관리 실무자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으로는 ‘모호한 법조항(43.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한편, 실제 관련 법안도 제정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행 이후에도 산재 소식은 속속 들어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1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42명에 달했다. 작년 동일 기간 사망자 수인 52명보다 10명 줄었지만, 획기적인 감소량은 아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달이 되는 와중, 3월 9일(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친기업적 행보를 보였고 중대재해처벌법 확대·강화와 관련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 기준 및 강도가 완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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