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청년귀농의 스마트한 전성시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긋지긋한 서울살이 다 때려치우고 나도 한번 홍반장 해볼까?” 

“그래서,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가 어디라고? 나도 가서 살고 싶네.” 

도시를 떠나 시골 어촌 마을에 정착해 행복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는 작년 방영돼 귀촌에 대한 청년들의 낭만을 움트게 했다. 청년들이 꿈꾸는 귀촌에 대한 이상을 반영한 해당 드라마가 흥행했듯, 최근 2030세대의 귀농·귀촌 인구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귀농·귀촌 가구 중 30대 이하 귀농 가구는 1,362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귀농·귀촌이 더 이상 퇴직한 중장년층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스마트팜 등 기술의 발전과 늘어나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청년들의 귀농·귀어·귀촌을 돕는 요인으로 훌륭하게 작용하고 있다. 반면 귀농 열풍과 함께 역귀농·귀촌 현상 또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청년들이 꿈꾸는 귀촌 이상 실현을 위해 기술·정책적인 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알아보자.  

 

도시로 왔던 청년들, 이제는 촌으로 가는 청년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한민국은 폭발적인 도시화를 경험했다. 최소한의 지표로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도시화는 1950년대에도 상당히 진전돼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전쟁 등으로 인한 인구의 일시적인 이동과 도시로의 집중이라는 점에서 외형적 도시화에 불과했다. 진정한 도시화는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는 196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다. 1961년 군사정부가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도시화는 급속하게 전개됐다. 1960년부터 1966년 사이 농촌 인구는 약 101만 명 증가했지만, 도시인구는 약 181만 명 증가해 농촌 인구의 증가를 앞섰다. 1960년대 후반 농촌의 절대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도시로의 인구집중이 주를 이뤘다. 그 추세는 도시인구가 농촌 인구를 능가하는 197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1970년대 후반부터 도시화에 가속도가 붙었는데, 이는 197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중화학 산업화, 수출산업화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생산 및 고용 구조, 노동시장 유통구조를 구축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일거리와 소득 창출 기회가 도시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형성됐다. 특히 1980년대 후반 도시화의 증가 속도 및 규모는 최고치에 이르렀다. 한편, 1990년에는 도시화율이 선진국 도시화의 원숙기 초입에 해당하는 75% 수준에 이르렀다. 도시화율의 증가 폭이 현저하게 둔화하여 1960년 이래 가장 적었다. 1990년대 서울의 인구 감소 속에 인근 중소도시들이 빠른 성장을 이뤘는데, 이는 결국 서울 인구가 광역적으로 분산된 것에 불과하다. 

 2000년대에 이르러 농촌으로 향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특히나 이례적으로 청년 인구의 귀촌·귀어가 늘어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통계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2020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농·귀어·귀촌 인구는 49만659명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30세대 인구는 23만 2884명으로, 귀농·귀어·귀촌 전체 인구의 47%나 차지했다. 이전에는 촌을 떠나 도시로 향했던 청년들이, 왜 이제는 다시 촌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첫째로, 경쟁사회에 지친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과 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을 피해 귀농·귀촌·귀어를 선택한 것이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되자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결국 도시를 떠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0대 취업자 수는 약 360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3.9%나 줄었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을 구하지 않은 20대도 약 41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5.2% 증가해 30·40대보다 많았다. 일자리 환경이 좋지 않자 구직 활동 자체를 미루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그 가운데 귀촌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자연히 증가한 것이다. 둘째,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농촌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귀농귀촌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는 귀농의 이유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39.1%로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 창업농, 영농 정착 지원사업 등의 정책적 유인과 농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이 배경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대중매체의 영향도 크다. 매체에서 성공한 연예인들이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 떠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서 시골에 대한 로망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삼시세끼’와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기능주의적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그러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도시화가 불러일으킨 도시에 대한 염증이나 경쟁사회로부터 오는 압박을 피해 청년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촌으로 내려간다. 귀농귀촌종합센터의 2020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촌 가구수는 12,489가구고 귀어 가구 수는 897가구로, 귀촌할 때에는 귀어보다는 귀농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농촌에 내려간 청년들은 어떻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까?

 

▲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출처: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청년의 귀농, 농사도 스마트하게!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귀촌 청년’들이 덜컥 농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막막함이 앞설 것이다. 이런 귀촌 청년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이란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축사 등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을 접목하여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원격, 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농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스마트팜을 이용함으로써 청년들은 오랫동안 작물을 재배했던 사람들의 숙련된 경험을 데이터 기반으로 80~90% 이상 따라갈 수 있기에 귀촌 청년들이 스마트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정부의 청년 스마트팜 지원정책도 청년들이 스마트팜에 관심을 두는 데 일조하고 있다. 2019년 통계 기준으로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이 68.2세, 40세 미만이 0.7%로 1%도 되지 않는다. 이런 농촌의 고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9년부터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사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4개소 지정하고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2022년까지 전문 인력 500명을 양성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정책에 따르면 보육센터 수료 청년 농업인이 초기 시설투자 없이 적정 임대료만 내고도 스마트팜 창업이 가능하도록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도 조성한다. 또한 스마트팜 산업인프라를 구축해 전후방 기업의 실증연구, 제품테스트, 창업·전시·체험 기능을 갖춘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또한 2022년까지 생산·교육·연구 기능이 집약된 첨단 융복합 지구인 스마트팜 혁신 밸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스마트팜 혁신 밸리에 포함된 청년창업보육센터는 귀농·귀촌 청년들이 농업·농촌에 적응할 수 있도록 20개월 동안 농업 이론과 실습 교육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대해 농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을 실시하기에 앞서 실효성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우려를 보낸다. 실제로 정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자금 지원 등 지원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귀농인 가운데 정책자금 지원 미수혜 비율은 79.4%, 주택 및 농업시설 자금 지원 미수혜 비율은 85%에 달했다. 박기윤 강원 화천현장귀농학교장은 “정부가 창업자금 지원을 통해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농지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데 귀농인 입장에서는 선뜻 빌리기가 쉽지 않다”라며 “귀농 후 5년 정도 지나 겨우 소득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바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농업 기반 마련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인데 귀농인 상당수가 빌린 돈을 갚는다고 부업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귀농인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상환기간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은 청년의 귀농을 더 수월하게 하지만, 한계점이 분명히 있다. 스마트팜은 시설 규모가 작고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투자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는데,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높은 투자 비용을 부담할 수 있고 투자 회수 기간 동안 안정적인 농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규모 농가에서는 일부 기술에 대한 제한적인 투자만 진행될 것이며 이 또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 농업기술은 아직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 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게다가 스마트팜은 제어기기 조작이 어렵고 기술에 대한 신뢰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

 

▲YTN&#160;
▲YTN&#160;

 

역귀농의 고리를 끊기 위해 효과적인 정책 마련 필요해 

흔히 귀농·귀촌은 닌텐도의 비디오 게임 <동물의 숲>에서처럼 평화로운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연상시켜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게 한다. 하지만 앞서 귀농을 한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초기부터 명확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이를 하지 못해 어려움에 맞닥뜨린 이들은 필연적으로 역귀농을 택하게 된다.

역(逆)귀농은 문자 그대로 귀농·귀촌을 한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귀농·귀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의 장애요인으로 ▲자금부족(47.2%)▲영농기술습득(27.4%)▲농기구입 어려움(25.5%)▲생활여건 불편(23.8%)▲지역주민과의 갈등(16.1%) 등이 있다. 이러한 장애요인은 역귀농을 하게 만드는 시발점이 된다.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039명의 귀농·귀촌인을 조사해 발표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 따르면 역귀농률이 89명(8.6%)였다. 하지만 조사대상 귀농·귀촌인들이 기존 농업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다양한 분야에서 학위·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등 실제 귀농인들의 실상과는 차이가 있어 다수의 귀농인·귀농단체는 체감 역귀농인수는 이를 훨씬 웃돈다고 입모아 말한다. 

청년들이 귀농·귀촌을 꿈꾸다가 정착을 포기하는 이유에는 주거, 정책, 심리 등 경제적·비경제적 여러 요인들이 얽혀 있다. 이 중 가장 큰 원인은 토지·주거에 대한 불안으로 분석된다. 논밭은 일반 주택과 달리 매물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감안한 ‘농산어촌 청년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지원사업의 선발 조건이 까다로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한편 만 40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농식품부의 ‘예비 청년 창업농’에 선발되면 3년간 영농정착 지원금을 월 최대 100만 원씩(1인)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농사를 지을 땅이 있다’는 서류를 갖춰야 해 자본이 적고 연고가 없는 청년은 받기 어렵다. 또한 해당 지역에서 임대를 내놓은 땅 또한 농사 경험이 많은 원주민에게 먼저 돌아간다. 농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을 적응하기 힘들게 하는 ‘텃세’가 정책에도 존재한다. 실제 농사를 짓는데도 농지가 있음을 증명하는 ‘농지원부(농지대장)’가 없으면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물려받을 농지가 있는 ‘후계농’이 혜택을 본다. 실제 2018년 청년 창업농 사업의 지원 대상자 중 64.4%는 부모에 이어 농사를 짓는 후계농으로 파악된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인 가운데 ‘정책자금 지원(지자체 정책) 미수혜 비율’이 79.4%, ‘생활 관련 지원미수혜 비율’은 95.6%에 달했다.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귀농인의 농촌 정착을 어렵게 했다. 귀농·귀촌 실태조사에서 귀농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원자격 및 절차의 까다로움(31.6%)’을 꼽은 인원이 가장 많았고,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움(27.3%)’, ‘지원금액이 적음(14.7%)’라고 답한 사람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의 역귀농을 막기 위해서 촘촘한 정책과 더불어 지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힌 맞춤형 지원을 펼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귀농귀촌종합센터와 지자체, 교육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귀농·귀촌교육을 수료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귀농자의 경우 교육을 이수한 사람은 54.8%, 귀촌자는 18.6%에 그쳤다. 실제로 사전 교육을 받은 인원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시행착오가 적고, 이는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은 청년 귀농·귀어·귀촌인들의 정착률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귀농·귀어·귀촌에 대해 청년들이 가진 이상은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악화되는 취업난 속에서 귀촌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귀농·귀어·귀촌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준다. 한편 주거 문제, 정보 습득의 어려움 등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이들의 이상을 꺾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청년들의 귀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과 자립을 돕기 위한 커뮤니티 구성이 필요하다. 귀농·귀어·귀촌을 꿈꾸는 청년들 또한 모호한 이상만을 좇지 말고 스마트팜 등 성공적인 자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노소영 기자 (0415laura@mail.hongik.ac.kr)

민정범 기자 (ffpanda@mail.hongik.ac.kr) 

 

[참고문헌]

조명래, 「도시화의 흐름과 전망– 한국 도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비판사회학회, 2003.

남재작, 「스마트팜의 미래: 가능성과 한계」, 정밀농업연구소, 2018.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