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마덮개>, 근대, 섬유, 153X122cm, 소장번호 1684

박물관을 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마덮개>, 근대, 섬유, 153X122cm, 소장번호 1684
▲<가마덮개>, 근대, 섬유, 153X122cm, 소장번호 1684

2022년 검은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임인년의 임(壬)은 오행상 수(水)의 기운으로 검은색, 북쪽, 지식과 정보, 지혜, 어두움 등을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임인년을 ‘지혜로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지혜롭게 코로나 시국을 잘 헤쳐 나가 마침내 밝고 건강한 2022년이 되길 소망하며 호랑이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며 산신(山神), 산군(山君) 등으로 일컬어지며 신수(神獸)로 여겨졌다. 호랑이의 용맹함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 때문에 새해가 되면 우리 조상들은 호랑이 그림이나 부적을 대문에 붙여 귀신이나 불순한 것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기원했으며, 심지어는 호랑이 몸 일부를 약의 재료로 사용하여 건강을 빌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온 몸을 뒤덮은 짧고 빛나는 털, 검은 줄무늬, 강렬한 눈매, 긴 송곳니, 날카로운 발톱 등 그 외관도 훌륭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디자인 분야에 활용되었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 문양을 참 많은 곳에 활용했다. 권력과 무반의 상징으로 의례용 기물이나 복식, 장신구, 도자기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사용한 것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19세기 후반 의료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했던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견문록』에서는 “조선의 양반들은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을 가마에 깔고 이빨과 발톱은 장식품으로 쓴다. 조선 사람들에게서 나는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이 민족에게는 호랑이 이야기가 아주 많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어 한민족의 삶 속에서 호랑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호랑이무늬 가마덮개는 신부가 타고 가는 가마의 지붕을 덮는 보(褓)로, 잡귀를 쫓아내고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제작한 혼례용구이다. 이는 언더우드 부인이 언급한 것처럼 관원들이 가마를 타고 행차할 때 위용을 드러냄과 동시에 안녕을 빌고자 등 뒤에 호피를 드리운 것과 성격이 일치한다. 조선시대는 반상의 구별이 엄격했던 시대였으나 혼례만큼은 계급에 상관없이 귀인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혼례 의례 가운데에서 ‘신행(新行)’과정에서 이 호랑이 가마덮개가 사용되었다. ‘신행’은 ‘우귀(于歸)’라고도 불리며, 신부의 집에서 대례를 마친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신랑의 집으로 향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신부가 타고 있는 사인교의 둘레에 흰 옷감으로 휘장을 두르고 지붕에는 호랑이 가죽을 얹어 가마덮개로 사용했다. 본래 신부의 가마에는 새끼 호랑이 가죽 등 호랑이 가죽을 지붕으로 덮었으나 일제강점기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인해 호랑이가 사라지면서 가죽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호랑이 가죽무늬가 있는 모직물로 대체해 사용하게 되었다. 삿된 것을 쫒아내는 액막이로서 혼례를 마치고 들어가는 신부의 복을 지켜주는 물건으로 조선시대 혼례문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라 할 수 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