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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디자인의 시작이자 끝, 타이포 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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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Jost Hochuli의 책 Detail in Typography
▲ 출처: Jost Hochuli의 책 Detail in Typography

발표용 ppt를 만들 때 우리는 하나의 고민에 빠진다. 바탕체는 성의 없어 보이고 맑은 고딕은 어딘가 심심하다. 그러나 특색을 주겠다고 손글씨나 너무 볼드한 폰트를 꺼내는 순간 가독성을 잃고 내용이 아닌 글자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어떤 폰트를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사실 같은 폰트라도 크기, 자간의 넓이, 굵기 등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글자처럼 보일 수 있다. 이것이 타이포그래피의 힘이다. 서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해 디자인하는 타이포그래피는 당신의 ppt를 더 세련되게 만들어줄 것이다. 컴퓨터로 모든 걸 작업하는 세상에서 타이포그래피의 기초는 알고 가자. 

 

타이포그래피, 그게 뭔데?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인쇄의 문자 배열을 의미한다. 자세하게는 문자의 서체, 발음기호, 특수문자, 구두점, 굵기와 크기, 자간, 여백 면적,  조판 방식, 인쇄 방식, 인쇄물의 조형성, 가독성, 독이성 등 언급한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여기서 흔히 헷갈릴 수 있는 폰트나 캘리그라피(Calligraphy)와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먼저 폰트의 경우, 폰트는 인쇄를 위한 알파벳, 숫자, 기호 등과 같은 활자 꼴을 의미한다. 디자인된 여러 가지 스타일과 크기를 포함한 문자의 모음집을 폰트라 칭하는데 여기에는 조판방식이나 인쇄 방식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타이포그래피 안에 폰트라는 요소가 속해있는 것이다.

캘리그라피는 뜻 자체는 ‘손으로 그린 문자’라는 의미다. 이는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말한다.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발전된 폰트나 타이포그래피와는 상당히 다른 분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는 15세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과 함께 발전했다. 요하네스의 금속활자 인쇄술에서는 글자에 맞는 거푸집을 생산했기에 글자의 크기와 넓이 조정이 가능해졌다. 금속 활자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조판 방식 덕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등장의 시초가 됐다.

 

디테일은 퀄리티를 바꾼다.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한 요소를 꼽아보자면 ‘세리프’(serif)와 ‘산세리프’(sans serif)가 있다. 세리프는 로마자 활자의 시작이나 끝부분에 있는 작은 돌출 선을 말하는데 쉽게는 글자의 삐침을 의미한다. 이는 활자 서체의 개성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글자의 길이와 크기, 굵기 등의 미세한 차이가 글자의 분위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세리프체에는 가라몬드, 나눔명조와 같은 글꼴이 있다. 또한 현재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신문(홈페이지에 쓰이는 글꼴은 ‘Arial’, 산세리프체이다)도 ‘파랑세체’, 즉 세리프체에 속하는 폰트를 사용 중이다. 산세리프는 세리프 앞에 ‘sans’, 영어로는 with out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붙은 것으로 세리프와는 반대이다. 글자에 삐침이 없는 글꼴로 고딕체를 떠올리면 쉬우며 대표적으론 ‘맑은 고딕’이 있다. 

▲ 엑스하이트와 어센더, 디센더 예시
▲ 엑스하이트와 어센더, 디센더 예시

세리프, 산세리프 이외에도 ‘엑스하이트’(x-height)가 있다. 엑스하이트는 로마자 기준, 가장 아래 맞춤선이 되는 베이스라인과 소문자 상위 평균 맞춤선이 되는 가상선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어다. 이 엑스하이트를 기준으로 위로 넘어가는 영역을 어센더(Ascender), 베이스라인 밑으로 내려가는 영역은 디센더(Descender)라 부른다. 엑스하이트가 커질수록 어센더와 디센더는 짧아진다. 엑스하이트는 글자의 가독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엑스하이트가 높을수록 가독성이 높고, 글자의 크기가 같아도 상대적으로 더 커보인다. 엑스하이트가 높은 글자로는 대표적으로 ‘헬베티카’(Helvetica)가 있다. 헬베티카는 뉴욕 지하철 전면에 사용되고 있는 서체이며 흔히 볼 수 있는 Fedex, Jeep, Toyota, 3m, The north face 등의 로고 또한 헬베티카를 사용 중이다.

또한 내용에 따라 조판을 알맞게 구성해야 한다. 화면에서 보이는 글자의 비율을 고려해 크기와 자간, 넓이, 굵기 등을 조절하고 여백의 크기, 단락 배열 등을 디자인해야 한다. 

타이포그래피에서 여백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여백은 읽는 자가 한 화면 안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구간이기 때문에 여백의 조정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리듬감을 줘야 하거나 강조를 해야 할 때 여백을 활용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정보의 흐름이 필요한 글인 경우엔 여백을 균일하게 남겨 읽는 자로 하여금 방해되는 요소를 최소한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단락 사이가 아닌 글자 사이의 여백 또한 중요하다. 폰트 디자이너가 할당한 글자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피트’(fit)는 이미 디자이너가 정해둔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대문자와 소문자를 함께 쓴다거나 대문자만 사용할 때 글자의 간격이 일정한지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당신에게 맞는 폰트 추천

▲ 왼쪽 위부터 그레타산스, 한나는 열한살체, 미리아드 / 출처:산돌, 우아한 형제들,미리아드 폰트 사이트
▲ 왼쪽 위부터 그레타산스, 한나는 열한살체, 미리아드 / 출처:산돌, 우아한 형제들,미리아드 폰트 사이트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기초를 알아봤으니 당신의 과제를 해결해줄 여러 폰트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좋은 폰트를 쓴다고 해서 좋은 타이포그래피가 되진 않겠지만 다양한 폰트를 사용해 보며 글자의 자간, 굵기, 단락의 간격 등을 조절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연습이 될 것이다. 

첫 번째로는 얌전해 보이지만 매력 있는 폰트다. 산돌의 ‘그레타산스’라는 폰트로 보통 ppt에서 자주 사용한다. 깔끔하면서도 깨끗하게 떨어지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그레타산스는 10종의 굵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본문부터 제목까지 폰트를 활용하기에도 매우 용이한 편이다. 매번 쓰는 바탕체나 명조체 대신에 그레타산스로 세련된 ppt를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로는 레트로풍의 폰트다. 패션부터 문화까지 레트로 시대인 한국에서 폰트도 그 유행을 따라가고 있다. 먼저 추천할 폰트는 배달의 민족 회사에서 나온 ‘한나는 열한살체’다. 이 폰트는 두께가 두껍고 평범한 고딕체인 듯 싶다가도 ㅅ, ㅈ 같은 자음에서 세모 형태가 부드럽게 밑으로 벌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폰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열한살이 쓴 듯한 오묘한 굵기가 매력적이다. 특히 아라비안 숫자를 사용할 때 들쑥날쑥한 굵기를 느낄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레트로 풍의 폰트를 많이 만들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레트로 폰트가 필요할 땐, 우아한 형제들 사이트에서 다른 폰트들도 찾아보길 바란다. 

다음으로 추천할 레트로 폰트는 디자인 연구소의 ‘쌍문동 B’이다. 이 폰트는 두껍고 엑스하이트가 짧아 투박한 느낌이 물씬 든다. 음절 하나하나가 같은 크기의 사각형 안에 완전히 들어가는 네모꼴 구조를 띠고 있어 제목, 간판용으로 활용하기 좋다. 

마지막으로 어디서 본 적은 있지만 이름은 잘 모르는 폰트를 소개한다. 애플 유저라면 무조건 만났을 폰트인 ‘미리아드’(Myriad)다. 이것은 올드 스타일의 산세리프 서체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공식 서체로 선택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떤 용도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며 어딘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폰트다. 

MBC의 예능 <무한도전>(2006~2018)을 즐겨 봤거나 제국의 아이들 ‘광희’를 좋아한다면 알고 있을 폰트, ‘지희체’를 소개한다. <무한도전> 447회에 나왔던 광희의 발연기는 그 자체로도 웃음을 안겨주었지만, 대사에 쓰인 자막 또한 광희의 연기와 찰떡이라는 평을 많이 받았다. 이 이후로 <무한도전>뿐만 아니라 다른 예능에서도 광희의 말에 ‘지희체’를 사용한 자막을 써, ‘휴먼광희체’라는 별명이 생겼다. 

 

▲ 이민영 디자이너 作
▲ 이민영 디자이너 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 속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었길 바라며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들을 찾아보고 활용했으면 한다. 매번 쓰는 것만 쓰기엔 세상엔 너무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타이포그래피가 많다. 이번 학기에는 다양한 폰트를 활용해 특색있는 ppt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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