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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을 통해 고찰한 일상의 단면

<투유: 당신의 방향>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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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가능케 하는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권리이다. 특히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은 이동이 가진 영향력을 여실히 느끼게 했다. <투 유: 당신의 방향>은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라고 믿었던 ‘이동’이 우리의 삶,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며 이동의 구조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물리적 이동뿐만 아닌 정보의 이동, 행위로서의 이동, 계급의 이동 등 다양한 개념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전시에 참여한 총 8명(팀)의 작가들은 미디어아트, 설치작품, 영상물,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이동’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신에게 매우 밀접한 이야기일 수도, 혹은 멀리 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결국 누군가에게는 삶의 커다란 한 부분을 이루는 조각인 각각의 작품들은 큰 울림을 가져올 것이다.

 

▲ 유아연, 〈공손한 님들〉(2022)
▲ 유아연, 〈공손한 님들〉(2022)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모든 관람객은 입구에서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상적인 사물인 진동벨을 받는다. 전시를 관람하던 도중 갑작스레 진동하는 진동벨은 관람객을 퍼뜩 놀라게 만들고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는 서빙로봇에게 진동벨을 반납하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에는 목적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진동벨을 반납하는 행위’에 대한 의아함이 가득하다. 유아연 작가는 <공손한 님들>에서 진동벨과 서빙로봇을 통해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를 전시장에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플랫폼 노동과 배달 노동이 노동의 주체를 삭제하고 결과만을 소비하는 것을 비판한다. 관람객들이 영문을 모르고 행하게 되는 반납 행위는 이들이 행한 ‘이동’을 지우고 반납이라는 결과만을 강조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
▲ 김재민이,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

제 2전시장에 들어서자 매우 실감 나게 구현된 책상이 양쪽에 보인다. 방금 전까지도 누군가 앉아 있었던 것만 같은 책상들에는 이동에 대한 연구기록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김재민이 작가의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은 영화 <기생충>(2019)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해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 실패했는지를 순례길로 상정해 상상의 기념품들과 아카이브를 비치했다. 집착적일 정도로 이동에 대해 조사한 기록들은 이들이 지역의 이동을 넘어 계층의 이동을 위해 어떤 길을 지나왔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영화상 이들의 꿈이 결국 좌절된 점은 이동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어 계급이동의 비극을 상기시킨다.

 

▲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2022)
▲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2022)

언뜻 보면 롤러코스터를 단순화해 축소시킨 모양인 정유진 작가의 〈돌고 돌고 돌아〉는 상공을 비행하다가 다시 목적지로 돌아오는 비행인 ‘무착륙비행’을 표현한 설치작품이다. 무착륙비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쉬이 해외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가 땅에 멈춘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개발한 것으로, 면세품 구매를 촉진하는 ‘이벤트’로서의 비행에 가깝다. 어지럽게 얽혀 있으면서도 어딘가 앙상한 느낌이 들게 하는 나무 구조물은 롤러코스터처럼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비행을 택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듯 보인다. 목적이 없는 ‘이동을 위한 이동’은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시스템을 위한 수단으로 비친다. 

 

“우리가 일상으로 지나쳤던 이동의 한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시를 본 후 집으로 향하기 위해 4호선 혜화역 전철을 탄 기자가 한 생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가 열렸던 장소인 전철을 이용하는 행위는 누군가에게는 편리하게 누리는 것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이라는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기자의 소감을 반영하듯, 이번 전시는 장애인 환승 지도를 기획한 협동조합 ‘무의’와 이동 장애인의 미술관 이용 설명서를 제작하고 휠체어 체험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리적 이동의 배제는 결국 정보 등의 배제로 이어질 것이고,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인 줄 알았던 이동이 사실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전시는 우리의 삶에 자리잡은 다양항 이동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이제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에 담긴 ‘이동’이 가진 다각적인 의미와 단면을 들여다볼 차례이다. 

 

전시기간: 2022년 2월 24일(목)~ 4월 24일(일)

전시장소: 아르코미술관 

관람시간: 화~토요일 11:00 ~ 19: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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