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유의 역설: 나눌수록 왜 변질되는 건가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적 관심사를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해석할 때, '소속감'은 전제조건으로서 기능한다. 강력한 소속감은 개인의 행동과 때로는 사고 내에 잠재되어있을 집단의 이해관계를 추측하게 한다. 이러한 원리 하에 작동하는 그러한 해석 방법이란 전쟁,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융의 분석심리학은 앞서 광범위한 인간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집단의 영향력을 집단 무의식(集團無意識)으로 규명한 바 있다. 집단사고가 개인의 사고를 대변하기까지 하는 그러한 현상은 보다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기자는 지난 10일(목)과 12일(토), 13일(일)에 개최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SEOUL’의 티켓을 예매하는 데 실패했다. 기자의 이러한 행동은 일반적으로 기자 자신이 BTS의 팬이며, 팬덤 ‘ARMY’에 소속되어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한편, 기자는 이른바 ‘취소표’를 잡기 위해 3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으며, 끝내 콘서트에 가지 못한 것을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실은 ‘팬심’을 설명하는 동어반복일 뿐, 팬덤에 대한 기자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팬심’에 대해 기자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소속감’으로 답변할 수 있다.
소속감이 내포하는 파급력은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으로서 증명되고 있다. 1961년 예루살렘의 법정에 소환됐던 아이히만을 관찰하던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앞세워 소속감의 힘을 조명했다. 집단지성의 발휘는 내부로부터의 결집을 필요로 하고, 시너지는 비단 독특하고 재기 발랄한 개인들의 합으로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편, 집단행동으로 표출되는 개인적 감정은 이따금 광기로 치환되며, 고양된 소속감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이는 소속감이 시사하는 공유 환상, 즉 타자와의 일체감이 개인에게 부여하는 맹동주의적 행동양식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진다.
기자의 소속감은 방탄소년단에 ‘입덕’했을 때가 아닌, 스스로에게 ‘아미’라는 정체성을 부여했을 때 비로소 형성됐다. 두 가지 사건 사이 발생한 시차는 향후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이슈가 생겼을 때 그 온도차로서 재구성된다. 콘서트를 가고 싶다는 것과 콘서트를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두 가지 사고 흐름 중 어떤 것이 뜨겁고, 차가운지를 구분할 필요 없이 대체로 강한 것이 이겨왔다. 실현시키지 못하면 죄책감과 실망감이 생기고, 이를 누르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오프라인 티켓을 예매하지 못했으니, 온라인 티켓을 구매하고, 비용이 덜 들었으니 굿즈를 구매하는 일련의 ‘노력’은 비단 하고 싶은 무언가가 좌절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맹목적이다. 이는 왜 그렇게까지 콘서트를 가야만 했던 것인지에 대한 반문으로 귀결된다.
이른바 ‘무임승차’를 경계하는 개인들이 조직 설계 초기 단계에 보이는 수동적 태도는 조직의 실행력을 좌우하는 요소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소 무조건적인 반사와도 같은 소속감이 실은 부여받기도, 부여하기도 어려운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이 개인의 감시 하에 자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는 조직 성숙기에 이르면, 소속감은 종종 개인의 사고를 대체하고, 행동의 선택지를 제한시킨다. 나의 이해와 동떨어진 지상명령을 관성에 따라 받아들이게 되는 이 같은 ‘과몰입’ 단계에서,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기자가 시차나 온도차 없이 팬덤으로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아미’들을 대변할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한 것이 ‘방탄소년단’이었는지, ‘아미’였는지 확신이 없어진 요즘, 소속감에 대한 조악한 자기반성을 통해 다른 이를 계몽시키거나, 헐뜯고자 할 목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대상을 타자와 공유하는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이야기에는 앞으로도 같은 대상을 지속적으로 좋아할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염려가 들어있다. 가끔은 원점으로 돌아가 ‘혼자’ 누군가를 좋아했던 그 마음의 온도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