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토록 편리하고 사려 깊은 정보 전달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신문 한 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단 한 번도. 부끄럽지만 읽지 않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시사 상식을 얻는 것 말고는 딱히 장점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나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 시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했고, 굳이 내가 눈길 주지 않더라도 여러 사건 사고들은 흘러가고 또 발생하니 그저 물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방학을 즐기던 중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동기에게 ‘홍대 신문을 읽고’ 코너에 실릴 글을 부탁받았고, 신문 한 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됐다. 오랜만에 정보 전달성 글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수능 준비할 때 속을 썩였던 비문학 지문을 읽는 느낌까지 들었을까. 하지만 부탁한 기자님의 마음을 봐서라도 꿋꿋이 신문을 다 읽고 나서든 생각은 의외의 것이었다. ‘이렇게 편리하고 다정한 정보 전달망이 있다니!’
기사를 읽고 한다는 말이 ‘다정하다’라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본래 기사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글이며, 심하게 말하면 딱딱하고 차가워 보이는 종류의 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책보다 정갈하게 정리된 문단과 간결한 문체에 속아 가지게 된 인상이라는 것을 1307호를 읽는 도중 깨닫게 되었다.
신문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이슈들의 흐름은 갈등과 폭력이었다. 성폭력, 전쟁, 정치 세력 간 갈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갈등, 젠더 간 이해 부족으로 인한 갈등, 권력을 기반으로 한 폭력, 군내 폭력 등등이 그 예이다. (언급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폭력과 충돌이 신문 한 호에 실린 것이 안타깝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러한 이슈들 다음으로 담담한 위로가 담긴 영화 ‘풀잎들’ 취재 기사와 자유와 평등한 세상을 외치는 아이 웨이웨이의 전시 소개, 졸업생들의 경험담과 따뜻한 격려문, 젊은 기업인이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이 담긴 기사가 자리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물론 다양한 시사 정보를 담은 기사들도 유익하고 알차 신문을 읽는 내내 기분 좋은 긴장이 지속되었다. 1307호는 많은 갈등과 충돌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자세,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도록 돕는 호가 아니었을까. 이제 막 입학한 새내기 후배들이 받아보게 될 첫 신문이라는 데에서도 의미가 깊다.
본인의 삶 하나도 버겁게 느껴지는 현대사회에서 다른 삶과 관심 분야 밖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르고 지나치는 것, 또는 알면서도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 일들을 찾아내어 집요하게 파고들고,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가려내고, 고르고 골라 정갈하게 내놓는 글이 기사인 듯하다. 이런 면에서 기사는 섬세하고 사려 깊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우리를 개인으로 존재하도록 만들어놓고, 개인을 다시 어떠한 틀에 넣어 깔끔히 분리하려는 모순을 가진다. 굴곡 없이 매끈해 보이는 사회는 세련되고 편리하지만, 단절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누가 그었는지 모를 경계 밖의 일은 내 영역 밖의 일로 치부하고 내다보려 하지도 않는 것이다. 시선의 부재는 틈과 구석을 조용히 메우고 도려내 버린다. 기사는 바로 그런 크고 작은 굴곡을 비추는 손전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한 호만 읽었을 뿐이지만, 홍대 신문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뇌하며 갈고닦은 결과물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홍대 신문을 이끌어가는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