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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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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교수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재밌게 읽었던 기자는 어떤 주제에 대해 할 말이 없을 때 00이란 무엇인가 하고 혼자 되뇌이곤 한다. 그래서 이번 코너를 맡고도 생각했다. 기자란 무엇인가 또 기사란 무엇인가?
처음 S동 211호에 입성했을 때 그 떨림을 기억한다. 기자는 어쩌면 운이 좋았다. 신문사가 인력난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수습기자 지원서를 내밀어 경쟁자도 없이 덜컥 합격했다. 때는 마침 동계훈련 기간이었기에 수습기자 딱지를 바로 뗄 수 있었고 기사를 신문에 바로 실을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기자는 첫 신문에 5개의 기사를 작성했다. 2주 만의 고속 승진이었다.
언뜻 보면 좋게 보이는 이 상황은 기자가 느끼기엔 달걀 프라이 할 줄 아니까 당장 포슬포슬한 계란말이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글은 쓸 줄 알지만 기사는 쓸 줄 몰랐고 기자는 되었지만, 기자가 무엇인지는 몰랐다. 기자란 무엇이며 또 기사란 무엇인가. 커지는 의문 속에서 기자는 내가 쓰는 것이 곧 기사이고 계란말이다! 라며 합리화를 했다. 텅 빈 한글 파일과 마감 일정이 기자의 목을 졸라왔기 때문이다. 당시엔 뭐라도 써야 했다. 기자는 마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마감 날에 기자는 계란말이든 에그 스크램블이든 무언가를 완성했다. 형체도 없어 보이던 것이 여러 피드백을 거쳐 형색은 갖춘 듯하게 보였다. 마감이 끝나고 놀고 있던 기자에게 편집 국장은 기사나 더 읽으라며 『시사IN』 대학 기자상에서 2017년도에 대상을 탄 기사를 보여주었다. 이는 회기동 위반 건축물에 대해 취재한 기사였다. 도예·유리를 전공하는 기자는 이 기사를 읽으며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떠올렸다.
도자기는 물레를 차는 시간, 굽을 깎는 시간, 기물을 말리는 시간, 초벌 시간, 기물의 온도가 내려가는 시간, 시유 시간 그리고 재벌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는 최대한 빠르게 해도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며 사실상 일주일 안에 저 모든 과정을 끝내려 한다면 작품의 높은 품질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만들어진 작품은 마지막 재벌 과정에서 가마 혹은 유약 문제로 처참히 망가질 수도 있다. 일주일 넘게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이 하루아침에 재활용도 못하는 쓰레기가 되는 것, 도예란 그런 것이다.
대상을 탄 기사는 기사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도 단연 취재력이 대단한 기사였다. 고작해야 A4용지 한 장을 채울까 싶은 이 기사는 한 줄, 한 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했을지가 훤히 보이는 알찬 글이었다. 이 짧은 글을 쓰기 위해 기자는 정말 많이 뛰어다녔을 것이다. 원하는 하나의 노란색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10개 이상의 테스트 피스를 만들 듯, 한 명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10명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결국 기사란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 취재한 사건을 원고지 기준 7~8장으로 정리해버리는 글이다. 시간 대비 굉장히 비효율적이며 가성비는 최악이다. 사실만을 전달해야 하기에 사족은 최대한 생략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마감을 위한 분량에선 딱히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취재한 사건이 마감 바로 전날 외부 사항에 의해 무너질 수도, 윗선에서 잘릴 수도 있다.
기자는 어쩌면 비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사람이다. 쓸모없어질지 몰라도 한 명이라도 더 인터뷰하고 한 곳이라도 더 돌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잡히는 소재가 있고 가마에서 살아남는 기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오늘도 비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S동에 출근한다. 맡은 기사가 아직 없어도, 마감이 남았어도 선배 기자의 땅땅거리는 기타 소리 들으며 텅 빈 한글 파일에 뭐라도 적어본다. 기자가 된 지 약 두 달차, 기자가 무엇이라고 확답을 주긴 어렵다. 하지만 매일 달걀 10개쯤 깨다 보면 포슬포슬한 계란말이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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