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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행복을 그리다

일러스트레이터 아리(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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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한 번쯤, 지나가다 문득 마주친 그림 하나에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받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고 마음에 와닿는 그림을 그리는 아리(Ari)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27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림에서 느낄 수 있듯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리 작가를 만나보았다.
 
Q. 2017년 5월 2일에 처음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업로드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게 된 계기와 인스타그램 계정명이자 활동명인 ari.nunnunano의 의미가 궁금하다.
A. 그림은 정말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려왔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그림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는 섬유공예를 전공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디자이너로 회사생활을 오래 하던 중 회사 작업 외에 ‘내 그림도 그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매일 끄적끄적 그림을 그려 올리다 보니 감사하게도 많은 분께서 좋아해 주시고, 찾아주셔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2017년부터 일러스트 작업을 처음 시작한 건 아니다. 원래 지금 그림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말고 2년 정도 캐릭터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던 계정이 따로 있었다. 이렇게 꾸준히 그림을 그려서 올렸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 지금의 스타일을 좀 잡고 이 그림체로 계속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활동명 Ari.nunnunano에서 ‘나노’라는 이름의 의미는 내가 키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고, 처음 시작할 때 매일 조금이나마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다. 새로운 그림체로 작업하면서 ‘나노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그림체로 그린 그림에는 싸인도 계속 나노로 하고 있다.

Q. 처음에는 색깔을 사용하지 않은 흑백 그림에, 사람 얼굴에 있는 주근깨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지금은 따뜻한 색감에 얼굴에 있는 점 하나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지금의 그림체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당시에는 회사 일과 다양한 상황으로 우울한 감정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림에도 그 감정들이 좀 더 반영됐던 것 같다. 그런 감정들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낙서하는 느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좀 더 간결하게 작업을 했었는데 점점 지금 그림체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중간중간 관심사도 많이 바뀌었다. 일상의 변화를 통해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로 인해 그림도 변화를 한 것 같다.

Q. 작가님의 그림에 꽃과 식물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출처: @ari.nunnunano
▲출처: @ari.nunnunano

A. 제일 친한 친구가 플로리스트여서 같이 꽃시장도 많이 가고 여기저기 자연을 구경하러 다니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삭막한 공간에도 화분 하나만 놓으면 그 공간이 순간 따뜻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내가 그린 그림이 그런 그림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꽃과 식물들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그리면서 나도 힐링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때까지 그렸던 그림 중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그림도 여자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있는 그림 시리즈이다. 처음 나의 작업들이 큰 사랑을 받게 해준 고마운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Q. 일러스트 작업은 그림 구상부터 스케치, 색칠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그 구체적인 과정이 궁금하다.
A. 원래는 태블릿을 이용해서 포토샵으로 많이 그렸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아이패드로 작업하고 있다. 어플은 ‘프로크리에이터스(Pro Creators)’를 사용한다. 그림을 그릴 때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소에 예쁜 사진들을 보는 걸 좋아해서 많은 사진을 보고 구경하면서 영감을 얻는다. 인물을 그릴 때 모델로 특별하게 삼고 있는 인물은 없다. 원하는 포즈를 그리고 싶을 땐 가끔 남편한테 포즈를 취해보라고 요청하고 사진 찍어서 참고한다. 그림 속 인물의 옷은 다양한 사진들을 많이 보고 의류 사이트 구경도 많이 하면서 참고하는 편이다. 그림에 사용하는 색깔은 최근에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의 파스텔톤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로 계절마다 색감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 계절을 많이 타는 편이라 사계절마다 내가 느끼는 색감들이 그림에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Q. 한국백혈병협회, 크린토피아, 데이터산업진흥원 등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 작업을 하시는데 기업마다 원하는 일러스트의 분위기나 내용이 있을 것 같다. 그에 맞춰 작업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그에 대처하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콜라보 작업도 궁금하다.

▲현대백화점x아리작가 #줄서봐영 캠페인
▲현대백화점x아리작가 #줄서봐영 캠페인

A. 아무래도 의뢰 주시는 기업마다 원하시는 톤들이 다르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재미있다. 새로운 느낌이 나오기도 하고,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늘 다른 기업들과의 콜라보는 재미있게 작업하는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콜라보 작업은 롯데백화점과 했던 ‘#줄서봐영 캠페인’이다. 인스타그램 줄서기 캠페인에 캐릭터를 조합 할 수 있게 작업하고 전체 캠페인 핵심 비주얼 작업까지 맡아서 했었다. 다양한 스타일을 그려보고 조합해보는 작업이 재미있었고, 많은 분들이 캐릭터를 조합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시는 걸 보는 재미도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뿌듯했던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속상했던 일도 있는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개인전의 기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의 SNS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나의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데, 전시회를 하면 그림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그림에 좀 지치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전시장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작업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한다. 그리고 속상했던 일은 아무래도 나의 그림과 비슷하게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 있다는 제보를 많이 받을 때다. 심지어 그 그림이 나의 그림인 줄 알고 계셨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들을 계속 접하게 되면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내가 더 좋은 그림을 그려서 그분들과 다른 나만의 색감을 더 뚜렷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Q. 지난 1월 3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 달간 ‘디어윈터(Dear winter)전’ 전시회를 개최하셨는데 추운 겨울 속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포근한 느낌의 그림들이 마음을 녹였다. 디어 윈터 전을 준비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디어윈터전
▲디어윈터전

A. 사실 처음에 겨울 전시를 기획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봄, 가을을 좋아해서 그동안은 그쯤의 작업들이 정말 많았다. 처음으로 겨울을 오롯이 담아보자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작업했다. 작업하면서 생각해보니 겨울이 오히려 더 따듯한 계절인 것 같았다. 사람들의 복장도, 마음도, 그리고 노래와 거리의 반짝이는 분위기도 너무 따듯하고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따듯한 느낌을 그림을 보시는 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겨울이지만 포근하고 따듯하게 표현하려고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Q. 무료로 개최하는 전시회라 수익적인 부분에서 이득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이 부분은 정말 온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같다. 전시할 때 공간을 꾸미고 전반적인 컨셉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등 전시를 준비하기 위한 모든 행위들이 다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 그리고 전시에 오시는 분들이 그 공간을 즐기고 제 그림을 봐주시고 좋아해 주시면 그게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크게 수익이 되지는 않지만 늘 전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Q. 전시회에 게시할 그림은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그림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다르게 진행된다면 어떤 부분이 다른지 궁금하다.
A. 전시에 게시할 그림도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그림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크게 인쇄되는 그림들은 무조건 태블릿과 포토샵을 이용해서 작업하고 있다. 아무래도 커다란 그림의 작업들은 아이패드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Q.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내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림이길 바라고 있다. 그게 내 그림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냥 나의 그림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으면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내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거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Q.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그림을 꾸준히 계속 그리다 보면 사람들에게 닿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한다면, 멈추지 말고 계속 해보길 바란다. 내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늘 따뜻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그림을 그리도록 항상 열심히 하겠다고,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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