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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샤워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면 차가운 물이 나온다.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따뜻한 물 쪽으로 돌리면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와 다시 한번 놀란다. 또다시 수도꼭지를 차가운 물 쪽으로 돌리면 차가운 물이 나온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나오는 차가운 물에 놀라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 차가운 물 쪽으로 번갈아서 돌리는 바보 같은 행동 말이다. 이렇게 행동을 하는 사람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부른다. 샤워실에서 적당한 온도의 물로 샤워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잘 조절해야 하지만 성격이 급하면 차가운 혹은 뜨거운 물세례를 맞기 때문에 ‘조바심을 경계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1912-2006)은 ‘샤워실의 바보’를 정부의 부적절한 시장개입에 비유했다. 그는 경기과열이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혹은 중앙은행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및 정책 효과의 지연을 일으켜 오히려 경기불안을 가중시킨다고 보았다. 그는 유독 화폐 발행을 독점하는 중앙은행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비유했는데, 1970년대의 중앙은행은 마치 신(神)처럼 시장에 통화유통량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 1883-1946)와는 반대로 프리드먼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통화를 공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기조절 정책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1980년대 후반에는 일본 정부도 샤워실의 바보라고 불렸다. 이 당시 엔화가 강세였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수출 주도 성장을 포기하고 국내 수요에 의한 경제 성장으로 전환했다. 이는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후 뒤늦게 금리 인상 정책을 펼쳤으나, 이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과도한 정책 전환 태세는 마치 샤워실의 바보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도 샤워실의 바보 같다고 자주 비유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가 일어날 것 같으면 규제책만을 내세우고 시장이 침체될 것 같으면 부양책만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바보가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을 만들도록 두느니 로봇을 시켜 기계적으로 정책을 펴나가는 게 낫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샤워실의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면 ‘조바심을 경계하라’. 신중하지 않은 이들에게 딱 맞는 말이다.
 

참고문헌: 안근모, 『샤워실의 바보들』, 어바웃어북, 2014.
이군호 기자, 「[기자수첩] 또 ‘샤워실의 바보가 될 것인가?」, 머니투데이, 2009.06.29.
오형규,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글담, 2016.

최유빈 기자  neyobin@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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