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시 공간의 이야기를 쓰는 디자이너

박준호(산업디자인09) 동문을 만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호(산업디자인09)동문
▲박준호(산업디자인09)동문

자동차의 외관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있고 그 디자인의 컨셉을 설명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자동차가 가진 특징과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소개할지 기획하는 일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현대자동차에서 전시 기획을 하는 디자이너 박준호(산업디자인09) 동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동문은 산업디자인과에서 운송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는 현대 자동차에서 일하고 있다. 초반에는 자동차 디자이너로 입사했다고 들었는데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현대 수소 전기차 넥쏘/출처: 현대자동차
▲현대 수소 전기차 넥쏘/출처: 현대자동차

 A.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다. 자동차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부모님 추천으로 갔던 미술학원에서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미술과 자동차‚ 두 개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 자동차 디자이너란 생각에 예술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고 대학에서도 산업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Q. 현대 자동차에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포트폴리오를 따로 준비했다면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A. 현대에서 운영하는 장학금 제도로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졸업 후 바로 현대자동차로 취직을 하는 것이 확정돼 있던 상황이었다. 다른 회사로 취직할 시에는 받은 장학금을 다시 반환해야 해서 다른 선택사항이 없었다.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점으로 생각했던 건 자동차 외관 디자인보단 전체적인 컨셉이었다. 이 차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디자인이 돼야 하고 어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같은 포트폴리오를 유럽 회사에 보여줬을 때와 현대자동차에 보여줬을 때 반응이 달랐다. 유럽 쪽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외관 디자인 중점의 포트폴리오를 원했다. 내 포트폴리오로 현대자동차에 입사하기가 오히려 더 까다로웠던 셈이다. 


 Q. 현재는 자동차 디자인이 아니라 자동차 전시장 디자인 기획 팀에서 일하고 있다. 직업을 바꾸게 된 이유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A.  4년 정도 자동차 디자인 팀에 있다가 인테리어 쪽으로 옮긴 건 이제 3년 차가 된다. 자동차 디자인을 하다 보니 이 일이 내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시작할 땐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일을 꿈꿨는데 의미 없이 껍데기만 계속 바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한 가지 일만 하는 것은 길게 봤을 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다른 분야로 넘어가 새로운 걸 배워 보자는 생각에 팀을 옮겼다.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다기 보단 전시 자체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과 기획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 전시 기획 쪽으로 처음 팀을 옮겼을 땐 국내가 아니라 해외 전시 팀이었다. 라스베이가스에서 하는 세계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와 이탈리아에서 하는 밀란 디자인 위크 기획 일을 주로 했다.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특징을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는 전략을 짜며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더 효과적인 디자인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올리기 직전 코로나19로 인해 팀이 해체됐다. 

그래서 현재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쪽 일을 하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국내에는 서울, 부산, 고양, 하남점이 있고 세계적으론 중국에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점이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의 가치관인 휴머니티에 집중해 관객에게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 장소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어떤 컨셉을 가지고 공간을 구성할지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현대모토스튜디오 내부/출처: 현대모토스튜디오 홈페이지
▲현대모토스튜디오 내부/출처: 현대모토스튜디오 홈페이지

 Q. 입사 후 회사에서 진행한 자동차 디자인 혹은 기획했던 전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앞서 말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란 디자인 위크 전시 기획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대자동차에서 밀란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던 건 2013년도부터였지만 다른 부서에서 맡아 하다가 우리 팀에서 진행한 건 2019년도부터였다. 2019년도에 1회차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20년도에 열려야 했던 2회차 프로젝트는 거의 내 주도하에 기획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때문에 실행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크고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밀란 디자인 위크가 디자인계에서 워낙 위엄 있는 전시이기에 참여하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그 전시를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나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것을 자주 보고 경험해야 그것이 무의식 속에 남아 내 디자인에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기업의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전시가 무기한 연장된 지금으로선 그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Q . 동문이 기획하는 전시는 전시장의 규모나 들어가는 요소 모두 일반적인 전시회와는 다를 것 같다. 밀란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을 때나 현재 현대 모터스튜디오 전시 기획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회사에선 우리에게 명확한 주제와 방향성을 알려주지 않는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에 잘 맞춰 가되 시대의 흐름이나 유행도 파악해야 한다. 그 뒤에는 사람들이 전시 공간에 방문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느끼게 할지 고민한다. 따라서 전시를 다 본 후 관객들에게 어떤 메세지가 남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답을 알려주는 방식보다 더 부드럽게 회사의 생각과 전망을 보여줄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녹여서 만들어진 공간은 관객에게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요즘은 영상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도 영국 미디어 아트그룹인 ‘유니버설 에브리띵(Universal Everything)’과 협업해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이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식과 기술을 활용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한다. 

 

▲유니버설 에브리띵 회사와 협업해 만든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수소 모빌티리 기술을 보여주는 영상/출처: 현대자동차 유튜브
▲유니버설 에브리띵 회사와 협업해 만든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수소 모빌티리 기술을 보여주는 영상/출처: 현대자동차 유튜브

 

Q. 기업에 디자이너로 취직을 희망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기술들을 잘 배웠으면 좋겠다.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대학에 오기에 대학에서 기초를 충분히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이라 하면 프로그램이나 디자인 툴(tool)을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는 기술 도 포함한다. 기술을 배우고 난 뒤엔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졸업하자마자 급하게 회사에 취직한 경우라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면 복수전공을 하거나 유학을 가볼 것 같다. 유행도, 기술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다양한 분야를 배우면 한 가지 일을 할 때도 더 넓게 생각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또한 이 시기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어떤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마음만으로 취직하면 생각보다 다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시간도, 생각도 없어진다. 게다가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러니 인생을 더 길게 보고 계획을 세워나갔으면 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