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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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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실시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인 1인당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하루에 1잔꼴이다.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인 132잔의 약 2.7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커피를 우리는 어디서 마실까? 밥을 먹은 뒤 사람들은 연인과, 친구와 그리고 가족과 함께 카페로 향한다. 달콤한 디저트와 음료로 식사를 마무리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오늘날, 흔하게 마주하는 카페에 대해 알아보자.

카페? 카페테리아?
흔히 ‘카페(Cafe)’라 불리는 이 명칭은 프랑스어이며, 영어로는 Coffee에 해당하는 단어지만 ‘커피 마시는 집’이란 장소를 의미하는 개념으로도 쓰인다. ‘카페테리아’(Cafeteria)는 스페인어로 커피숍(Coffee Shop)을 일컫는 말이다. 카페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카페테리아는 커피를 마시는 장소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서빙하는 사람 따로 없이 손님이 직접 자신의 먹을 것을 가져와 먹는 음식점을 의미한다. 즉, 카페테리아는 카페보다 더 넓은 의미다. 요즘 한국에선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커피를 파는 집으로만 한정 짓기엔 다양한 컨셉을 가진 카페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글에선 어쩌면 카페보다 카페테리아에 더 가까운, 한국의 다양한 카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그럼 무슨 카페 갈래?
한국에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즉 대형 브랜드의 카페가 들어온 건 1998년 ‘할리스(Hollys)’ 강남점이 시작이었다. 뒤이어 1999년에는 이대 인근에 스타벅스(Starbucks) 1호점이 입점했다. 1990년도 후반부터 2000년도 초반 한국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전성기라 볼 수 있다. 할리스를 시작으로 현재 카페/디저트로 분류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국내 약 578개의 브랜드가 존재하며 2020년도 기준으로 전국의 프랜차이즈 매장은 1만 5천 개에 해당한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 여러 매장을 내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대거 등장하며 초반 한국 카페 문화의 틀을 다잡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2000년도 초반을 이끌어 갔던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하나둘씩 특색 있는 개인 카페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의 흐름 또한 변화했다. 평균 4‚500원 정도 했던 커피를 대용량 크기로 훨씬 더 싼 가격에 파는 커피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요리사 백종원의 첫 프랜차이즈 매장이었던 ‘빽다방’은 1‚500원이란 합리적인 가격의 대용량 커피를 유행시켰다. 따라서 빽다방 이후 ‘더벤티’,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와 같이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 판매하는 가성비 브랜드가 여럿 등장했다. 여기서 커피의 특색 있는 맛보다는 큰 크기와 착한 가격을 더 중요시하는 소비자층의 등장을 볼 수 있다.

 

비싼 가격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더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에서 너도나도 특이한 컨셉의 카페를 선보이겠다는 경쟁이 치열하다. SNS의 유행과 함께 커피 뿐만 아니라  카페 내부 인테리어, 커피잔, 그리고 디저트의 모양새는 카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한남동, 성수동, 연남동 등에 등장한 카페 거리는 새로운 문화의 길로 거듭났고 젊은 세대들은 하나의 유행이 된 카페 투어를 즐긴다. 또한 인생에 단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사진, 즉 ‘인생샷’을 찍기 위해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적합한, 좋은 사진 스팟을 가진 카페로 향한다. 단순히 커피의 맛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예쁘기만 한 카페를 넘어서 더 다양한 컨셉의 카페들이 등장했다. 일명 '이색 카페'로 강아지나 고양이가 카페 내부에 있거나 출입이 자유로운 카페를 시작으로 쉽게 보기 어려운 미어캣, 라쿤, 양 등이 있는 카페가 홍대와 강남 인근에 생겼다. 굳이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다른 확고한 컨셉을 가진 이색 카페도 여럿 등장했다. 이를테면 홍대입구역 인근 ‘943 킹스크로스’다. 이곳은 해리포터(Harry Potter) 시리즈를 배경으로 하고 1층부터 4층까지 전부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장소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아예 소비자층의 범위를 좁혀 확실한 컨셉을 가진 카페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이슈로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기 꺼려진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홈 카페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였다. 캡슐 커피 머신은 홈 카페의 접근성을 낮췄으며 유튜브(YouTube) 덕에 집에서도 쉽게 다양한 음료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개인적 취향에 맞춰 원두를 구매해 커피를 내려 마시는 홈 카페가 보편화 됐음을 알 수 있다.

카페와 공간 그리고 대화
앞서 봤듯 더 이상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카페라는 특수한 공간을 잘 보여주는 영상 매체 몇 개를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영화 <더 테이블(The Table)>(2017)이다. 이 영화는  하루 동안 같은 카페에 등장하는 커플 네 쌍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정석,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결혼 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결혼이란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영화에 나오는 8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대화를 나누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이들은 커피나 다른 음료, 디저트를 위해 찾은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의 삶을 나아가기 위해 카페를 찾았다. 이처럼 카페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대화의 장이다. 네 쌍의 커플은 모두 시킨 음료가 다르고 나누는 대화가 다르지만‚ 카페를 나설 때 후련한 표정만큼은 닮아있다.

이와 비슷하게, 영화 <풀잎들>(2018)에서도 카페는 대화를 위한 장소로 나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10명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들쑥날쑥한 인생사는 하나의 카페에서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카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주인공 ‘아름’의 시선으로 관객들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하루 동안 한 카페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과 이야기를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화가 허영만의 작품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2015)와 이를 배경으로 만든 웹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2021)는 두 명의 바리스타가 주인공이며 옴니버스 형식으로 카페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을 다루는 작품이다. 열정 넘치는 신입 바리스타 ‘강고비’가 커피 명인 ‘박석’을 만나면서 커피와 사람에 대해 배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화는 중앙일보에서 연재되었으며 16년도에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만화의 경우 커피 자체에 대한 정보와 카페 이야기를 꽤 전문적으로 다뤄 커피의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웹드라마는 사람 간 대화와 상황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카페에 오는 여러 손님들과 그들을 대하며 인생을 배우는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여러 매체에서 대화의 장소로 카페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대화와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기에 카페라는 공간이 꽤 좋은 장소이자 소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카페 공간 자체가 주는 차별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식사하기엔 부담스럽고 적당한 소음과 무관심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땐 카페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
이데일리에서 2019년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카페를 가는 이유로 47.6%는 ‘미팅과 대화 목적’을, 33.6%는 ‘순수하게 커피를 위해서’라 고 답했다. 또한 만남의 장소로 카페를 택하는 이유로 36.5%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를 꼽았다. 실제로 사람들 대부분은 커피를 마시기 위함이 아닌, 다른 이유를 가지고 카페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홈 카페의 유행에도 카페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수요가 끊기지 않는 이유에는 카페 공간 자체의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카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빠른 시대적 흐름과 코로나와 같은 특정 이슈 상황은 홈 카페나 배달이 더 주가 되는 카페 등 카페의 의미와 유형을 더욱 확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카페라는 공간 자체가 존속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글이었길 바라며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카페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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