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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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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필요 없어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데요.  

 

본지는 지난 4월 18일(월)부터 10일간, 구직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층과 사회 초년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구직 과정의 절차와 주된 경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구직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3.6%가 ‘예’라고 대답했다. 한편, 구인·구직 정보를 취득하는 경로에 대해 대부분 취업 정보 사이트를 이야기했다. 전체 응답자의 63%가 진로 및 직업 설계에 대한  고민은 혼자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진로를 설정할 때 적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10대··· 실상은?

 

국내 한 교복업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54.9%가 진로 선택 과정에서 적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진로나 장래 희망 결정의 어려운 점을 묻자, 30.5%가 ‘나의 선호와 적성을 몰라서’라고 답했다. 위 설문조사를 통해 10대 청소년들은 향후 직업 선택 과정에서 적성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이뤄질 수 있는 주위 토양이 부재함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3.7%로 과거 년도△72.5%(2020)△70.4%(2019)△69.7%(2018) 와 비교했을 때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2019 OECD 연령별 취학률 중 20세에서 24세의 국내 취학률은 49.7%로, OECD 평균인 40.9%에 비해 높은 수치다. 미래에 대한 설계나 자아실현과 관련한 내적인 갈등과 고민이 건강하게 해소되는 경험 없이 10대는 20대가 되고, 취업을 앞둔 사회 초년생, 구직자가 된다.   

 

20대의 취업률과 구직 과정에서 보이는 획일화 현상 

 

앞서 언급한 본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은 학생이 전체 응답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를 살펴보면 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이 65.1%로 2011년 조사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 조사를 세부적으로 살펴본 학제별 취업률에서 일반대학원의 경우 80.2%, 일반대학은 61%인 것에 미루어, 고등학교에서 일반대학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무비판적 획일화 현상이 고등교육기관 내의 진학 과정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한편, 진로 설정 과정에서도 이 같은 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1년 ‘코로나19, 비대면 산업 동향과 대학생 취업인식’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 및 졸업생 응답자의 약 29.4%가 공무원 시험 응시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2021년도 제2회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의 경쟁률이 평균 50.4:1이었다는 점에 미루어, 이 같은 학생 사회의 의견들이 일관되게 편향된 국면으로 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자가 뽑은 자기소개서 최고난도 문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28.6%가 회사의 ‘지원 동기’를 언급했다.

 

선택을 번복하고 싶은 20대와 직업 선택의 방해 요인 

명확한 지원 동기 없는 직군 및 직무 선택은 잦은 이직으로 이어진다. 한국갤럽이 이직 경험이 있는 남녀 직장인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중 1년 이내 첫 이직한 비율은 20대가 50대에 비해 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68.2%(20대)△31.6%(30대)△20.4%(40대)△14.1%(50대 이상)가 직장 생활 1년 이내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이직이 이뤄지는 시기는 20대(29%)의 경우 6개월에서 1년 미만이었다. 

잦은 이직은 초기 직업 결정 과정의 실패를 암시한다. 이때, 진로 및 직업 탐색 과정을 방해하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비교적 쉽게 좌우되는 20대를 중심으로, 선택의 실패를 호소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선택 실패는 구직 과정에서의 획일화 현상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진로 설계 시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1997년 IMF 금융 위기로 대두된 ‘고용안정성’ 환상과 안전지향적 사고 

 

1997년 11월 21일, 한국은 외환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바 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들은 생산 자동화와 구조조정(고용 정리)을 통해 노동의 생산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의 취업 계수(명/억 원)는 △6.03(1990년)△4.56(1995년)△3.70(2000년)△3.48(2002년)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정년이 보장되었던 고용안정은 명예퇴직제 개념의 부상과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인해, 시민사회 전반에 사회 분위기나 경제 흐름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자리한다. 직업을 구하는 데 있어, 사회 전반에 안전지향적인 사고가 만연하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신기술이 산업 현장에 도입되며 새로운 일자리들이 대거 생성됐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이 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은 ‘하이브리드형 인재’다. 2020년 10월 7일, ‘2020 세계 과학 문화 포럼’에서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하이브리드형 인재’란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즉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며, 이에 대해 사유(思惟)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일례로, AI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platform 개발, 가상화 엔지니어, 웨어러블 등 관련 직무 분야가 다양해졌다. 반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취준생 4,147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 조사한 결과 ‘미래에 사라질 것 같은 직업’ 1위로 번역가(31.1%)가 선정됐다. 이어서 △캐셔(26.5%)△경리(20.0%)△공장 근로자(18.8%)△비서(11.2%)가 나란히 자리했다.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국가 주도 인재 양성 사업의 기조가 변화하는 것은 곧 특정 직무 및 직업군의 자연도태를 만들어낸다. 

 

인식의 차이를 빚어내는 것은 교육의 차이 

1년 미만의 근속자 비율이 각각 14.2%, 17.8%로 국내 비율인 31.9%보다 현저히 낮은 독일과 스위스는 유럽 국가 중 도제식 교육의 선도모델로서 잘 알려져 있다. 도제식 교육이란 학생들이 중학교 재학부터 원하는 기업을 선택하고, 직무관련 교육을 들으며, 기업 맞춤형 인재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실무지향적 교육체계다. 독일의 직업학교 ‘Heinrich Kleyer Schule’와 스위스의 도제교육기관 ‘Bildungszentrum Interlaken’은 이를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적성을 조기에 고민하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럽의 도제식 교육을 모델링하고자 하는 시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수원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관내 지자체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을 위한 ‘수원형 도제학교’ 사업을 진행한 바 있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수원시의 이 같은 모델링은 특성화고등학교에 한정해 이루어지고 있어, 인문계 고등학교 및 일반대학의 학생들의 진로 및 진학 계획을 포괄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보장되어야 할 직업 ‘선택’의 자유란 무엇인가.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5조에 의거,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다. 이때, ‘선택’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것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는 것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보장하고 있는 자유란 그것을 선택하는 이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후보군이 선택지로 적절히 제시되었는지를 강조하는 셈이다. 

앞서, 안전지향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고착화된 인재상, 외국과 비교한 국내의 직업 훈련 및 교육의 실정 등 개인의 직업 선택 과정을 방해하는 외부 요인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선택’의 범주는 결과와 절차, 개인과 사회 측면에서 서로 다르게 분석될 수 있다. 

개인의 직업 선택 과정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답을 얻고자, 취업진로지원센터 김승범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교의 취업진로지원프로그램에 만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응답한 전체 응답자 14.8% 중 58.3%가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이 해당하는 전공 계열 관련 행사가 적게 개최돼서’라고 답한 바 있다. 학생 사회 일각에서 직업 훈련 및 교육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맞춤형 인재’의 집중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하다.

A. 본인의 진로와 부합하는 프로그램의 개설이 빈약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용 가능한 자원이 한정적이었다는 것을 앞서 밝히고 싶다. 예를 들어, 강연이나 멘토링의 경우 동시에 수 십 명의 멘토들을 모실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발생할 것 같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학생 본인이 원할 때, 취업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잡플래닛과 협약을 맺어 다양한 기업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본인이 원한다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Q. 2022년 취업진로지원센터가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A. ‘직무부트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언급하고 싶다. ‘코멘토’라는 업체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인데, 학생들이 4주 동안 현업에서 근무하는 현직자와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교과 내용 외에 학생들이 실무 역량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케팅, IT, 생산, 제조, 품질, 기획 등 최대한 다양한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Q. 취업진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아쉬웠던 점이 있거나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A. 아쉬웠던 점보다 안타까웠던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무엇을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직업 선택의 고민을 혼자 안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고민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정말 보장되고 있느냐”라는 문제 제기와도 연결이 된다. 구직자들이 원하는 직업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외부의 간접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에서부터 고민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은 남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에 편승하기보다는, 삶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이 같은 목표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성취하기는 어렵다. 

본교 취업진로지원센터는 ‘홍익인들이 취업에 성공해서 학생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센터’로 규정되어 있다. 본교 학생 구직자들의 다양한 수요에 미루어 센터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직종을 소개하고, 자체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경향성을 파악해 학생들이 원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한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그들이 속한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치영 기자(homme623@mail.hongik.ac.kr)

장혁재 기자(dooary123@g.hongik.ac.kr)

권민석 기자(c211013@g.hongik.ac.kr)

 

 

[참고문헌]

 

「직업의 자유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의 주요 법리 분석」, 권건보, 2018, 아주법학.

「청소년의 직업포부와 희망직업-대학전공 선택과의 관련성 분석」, 유홍준, 김기헌, 신인철, 오병돈, 2013, 한국직업교육학회.

「전공불일치 결정요인과 전공불일치 근속과 임금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임찬영, 2008, 한국노동연구원

「고용 및 직업 안정성의 노동시장 효과 연구」, 김유빈, 최충, 2018, 한국노동연구원.

「한국 경제의 변화와 노동의 위기」, 윤영모,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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