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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피난>, 1950, 지본담채, 25.9×38.7cm, 소장품 번호 2391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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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상반기에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사건은 단연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일 것이다. 전쟁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 난민이 된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 6.25 전쟁을 겪었던 우리의 아픔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은 6.25 전쟁으로 인해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 고암 이응노(顧庵 李應魯, 1904~1989)의 <피난>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응노는 현대회화로서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개척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문자추상과 <군상> 연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대표작을 제작하기 전까지 작가는 사군자와 사실주의적인 풍경을 그렸고, 해방 이후에는 당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작가가 사회상에 관심을 두고 있을 당시에 제작된 것이 <피난>이다. 

이 작품에는 피난길에 오른 가족의 모습과 전쟁 겪는 사람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작품의 중앙에는 짐을 싣고 나르며 피난을 떠나는 피난민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 위에서 아이들이 이불을 감싸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모습과 수레를 끄는 노인의 얼굴에서 드러난 고단한 표정은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한 개인만이 겪은 것은 아니라는 듯이, 작품의 상단부에서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차 위에 빽빽하게 앉아있는 피난민 무리가 표현되어 있다. 

이응노가 <피난>을 제작한 1950년은 6.25 전쟁이 발발한 해이다. 전쟁을 겪은 많은 작가가 그러하듯이, 이응노가 전쟁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는 작가의 경험이 있었다. 그는 피난길에 한강교 폭파사건을 마주했고, 전쟁으로 혼란한 가운데 아들과 헤어져 이산가족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작가는 전쟁의 상흔과 세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렇게 전쟁을 겪은 이응노는 자신이 경험한 전쟁의 아픔을 화폭에 담았다. 특히 <피난>에 등장하는 피난민들의 모습은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피난을 가는 길에 보따리를 들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모습, 만원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열차 지붕을 잡고 올라가려다 떨어지는 모습, 그리고 지붕에 한가득 앉아있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회고하였고, 그가 서술한 내용은 작품의 소재와 주제로 그대로 묘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이응노는 ‘피난’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피난민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전쟁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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