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진정한 나로 피어나는 시간

<로그아웃 LOGOUT>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그아웃 LOGOUT>展의 입구
<로그아웃 LOGOUT>展의 입구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로그아웃 LOGOUT>展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전시장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관객의 온 감각을 자극해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도록 돕는다. 전시는 현실 속에서 물밀듯 터져 나오는 정보들에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쉼을 선물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LOGOUT’(로그아웃) 하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향기, 노래, 빛 등 감각적인 요소들이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당신을 이끌 것이다. 숨 막히는 일상 속 잊었던 감각을 일깨워 진정한 자신으로 피어날 때이다.

전시는 현실 속에 메말라버린 자신과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주 작고 볼품없는 나무 한 그루가 관객을 반기고 있다. 온통 까만 벽과 대조되는 하얗고 마른 나무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하염없이 고독해지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일상 속 잃어버린 나를 찾자는 취지답게,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자신이 얼마나 볼품없어졌는지를 자각하는 것에서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제2장 'Digital World'를 가득 채운 0과 1
제2장 'Digital World'를 가득 채운 0과 1

현대인의 건조한 일상 속 조그마한 위로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SNS 라고 할 수 있다. 바쁜 일상을 마치고 보는 유튜브 클립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보고 싶은 것을 추천해주고, 원하면 언제든지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보다 더 친밀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쉼이라 할 수 있을까? 유명 인플루언서의 화려한 일상과 나의 건조한 삶을 비교하고, 지인의 성공을 남몰래 시기 질투하기도 한다. 작은 세계인 SNS는 무시할 수 없는 큰 존재로 우리 앞에 나타나, 휴식을 명분으로 피로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전시의 두 번째 공간을 가득 채운 0과 1은 우리가 얼마나 디지털 세상에 매몰되어 살아가는지 자각하게 한다. 디지털 세계가 주는 피로감과 압박감을 표현하듯, 사방을 에워싼 0과 1은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린다.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내재한 감각을 깨워야 한다. ‘SENSE’ 존에 들어서면 전시장을 가득 채운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향수공방 ‘heera’에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으로, 직전에 보았던 강렬한  0과 1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향기는 어떤 기억보다도 강하게 남아, 고통을 선사하기도 하고 설렘을 안겨주기도 한다. 공감각 치유 전시라는 테마답게,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시그니처 향기가 기억 속에 각인될 정도로 따라다닌다.

시그니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제4장 'Sense'
시그니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제4장 'Sense'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계절에 대한 설렘 또한 잊어버리곤 한다. 여름을 떠올리면, 강렬한 햇빛에 타들어 갈 듯이 아픈 피부와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이 연상된다. 하지만, <로그아웃> 展은 청량한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 풀내음으로 여름날 깊은 숲 속을 구현했다. 끓고 있는 아스팔트 길이 아닌 두꺼운 나무껍질을 밟으며 푸르른 자연을 느끼고, 다양한 식물 오브제로 비 내리는 숲속 길을 떠올릴 수 있다. 한편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온다. 생명의 불씨가 꺼진 겨울처럼, 세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과 세상에서 가장 하얀 모래가 고독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가시광선을 최대  99% 흡수하는 영국에서 가장 검은 물감 (Black 3.0)을 가져왔다고 한다. 전시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하얀 모래를 바라보면, 오직 모래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만 존재하는 듯한 압도감이 든다.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는다는 테마에 맞게, 하얀 모래는 자신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제9장 'My World'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제9장 'My World'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이 지나면 마침내 봄이 찾아온다. 꽃봉오리에서 꽃이 만개하고, 갓난아이가 울음소리를 내는 것에 우리는 감동받곤 한다. 이처럼 생명의 성장은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한다. 타임랩스로 촬영한 만개하는 꽃들의 영상은 벅참과 감동을 선사한다. 현실이 비록 길고 어두운 밤과 같더라도 스스로 만개하는 꽃봉오리처럼 성장하고 피어나는 자신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 <LOGOUT : 진정한 나로 피어나는 시간>은 관람자로 하여금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만든다. 전시장에서 벗어나 다시  ‘LOGIN’(로그인) 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진정한 휴식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현실로 ‘LOGIN’(로그인) 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MY WORLD’ 존에서는 관람자가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향, 책, 멍, 잠, 차 등의 테마를 정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향기와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건조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감각의 끈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