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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책 속으로 이끄는 그림책 작가, 이야기의 끝에서 출발점을 그려내다.

조미자(회화92)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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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조미자(회화92)동문
사진1: ▲조미자(회화92)동문

 

그림책을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은 옛말이다. 짧지만 인상적인 글과 그림의 변주는 내일을 계획할 여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결말로 향하는 과정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한다. 한편, 결말에서 시작을 발견하는 그림책들이 있다. 지나온 날들을 천천히 되짚으며, 다가오지 않은 날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작 『책 속으로』으로 돌아온 조미자 작가를 만나러 춘천으로 향했다. 

 

Q.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동문의 직업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먼저 동화 작가보다 그림책 작가라는 명칭이 맞을 것 같다. 아동 문학 분야에서, 두 직업은 별도의 분야다. 가령, 동화 작가분들은 주로 글만 집필하신다면, 그림책 작가는 글과 그림 작업을 동시에 하기도, 혹은 그림만 그리기도 한다. 표현 방식에 대한 제약의 범위에 따라 구현되는 자율성이 다른데, 그림책 작가를 일반적으로 동화 작가로 통칭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림책 작가라는 명칭이 대중화되어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Q. 회화과 졸업 후 다양한 진로 중, 해당 직업에 매료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4학년 당시, 회화 작가에 대한 꿈은 있었지만,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그러던 중 졸업을 앞두고, 친구로부터 존 버닝 햄의 그림책을 선물 받았다. 재학 중, 봤던 좋은 그림들과 좋아하는 취향의 그림들이 그림책에 있었다. 보통, 그림책 하면, 상업미술의 한 갈래로, 아이들이 보는 책으로만 생각한다. 저 역시 그림책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해당 분야가 생각했던 것과 굉장히 다른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화의 그림들이 글과 어우러져 아이, 어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그림책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과의 관련성을 발견하며 자연스럽게 해당 직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Q. 동문께서 작업을 하실 때, 영감을 받는 감정이나 주제의식이 되는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작가이기 때문에, 작업에 임할 때, 하고 싶은 것들, 만들고 싶은 것들이 있다. 저의 경우, 활동을 관통하는 뚜렷한 주제의식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그때그때 일상에서, 아이디어나 이미지를 얻는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책 작가에 입문한 활동 초반에는 스스로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첫 책이었던 『어느 공원의 하루』는 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고향 춘천에서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독자들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아무래도 아이와 관련된 소재들에 집중했고,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저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찾는 편이다. 

최근에는 ‘감정’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사람의 마음에는 여러 가지 내적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다. 시작점은 서로 다를지 모르나, 감정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불안』이라는 책에서는 ‘불안’을 다루며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불안의 감정을 안아주며 끝이 난다. 내게 어려움을 주는 감정과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지난날의 행복한 감정과 소중한 추억은 돌고 돌아서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가장 최근에 집필한 『책 속으로』에서는 아이가 두려운 마음속에서 종국에는 용기를 발견한다. 불안을 불안으로,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끝내지 않고, 반대되는 감정이 만나 서로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진2: ▲『책 속으로』,2022
사진2: ▲『책 속으로』,2022

 

Q. 동문께서 집필하신 작품 중 가장 좋아하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하나를 특정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마음을 찡하게 하는 작품들은 있다. 『두 발을 담그고』와 『타이어 월드』가 그렇다. 『타이어 월드』의 경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필해,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책이다. 낡은 타이어가 세상을 여행하며, 산도 지나고, 어두운 길도 달리는 중 비도 맞으며 여정을 시작했던 낡은 카센터에 이른다. 삶의 한 사이클을 보내고 돌아온 폐타이어들이 각자 돌아온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두 발을 담그고』는 어릴 적 물놀이를 가서 낚시를 했던 기억에서 출발했다. 가족과의 추억,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담은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야기다. 

작가에게 개인적인 사연이 있는 책들은 작가 자신에게 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보편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보는 분들이 각자의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길 바라고 있다. 

 

사진3: ▲『두 발을 담그고』,2020
사진3: ▲『두 발을 담그고』,2020
사진4: ▲『타이어월드』,2020
사진4: ▲『타이어월드』,2020

 

Q. 어른들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구원’의 미디어로서 기능하는 그림책이 작금의 현실에서 기능하고 있는바에 대한 동문의 견해가 궁금하다. 

A. 먼저, 구원이라는 단어 안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동반’의 의미로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해결보다는 해소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데, 인간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발걸음을 같이 한다는 것은 한 개인의 감정이나 경험에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이 기능하고 있는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공감과 위로다. 

최근에는 다양한 미디어가 생성되고 있는 듯 하나, 큰 플랫폼과 포털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의해, 대중들이 접하는 정보가 되려 한정되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가령, 유튜브(YouTube)도 일종의 소통 창구로서 기능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들은 고립되며, 소통 방식이 협소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양한 군상들의 그보다 더 다양한 견해들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실상은 내게 필요한 공감을 받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림책에는 글 외에도 그림이 있다. 작가마다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저마다 다르고, 창작자의 표현은 한 층 더 다양해진다. 수용자가 느끼는 자극 역시 보다 다양해진다는 뜻이다. 그림은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작가의 의도를 수용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림책은 읽을수록 독자에게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Q. 그림책 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해당 진로를 희망하고 있을 본지의 독자들과 본교의 후배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궁금하다.

A. 졸업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림책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막막했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시작했던 것 같다.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은 수풀을 헤치며 매번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행히도 앞서 간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이 희미하지만 남아 있다면, 그것이 새로운 여정의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길은 뚜렷해지겠지만, 그림책 작가의 경우 회화 작가와 달리 아직까지 길이 명확하진 않다. 

좋아서 이 길로 들어서는 분들에게는 책이라는 형태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열심히 만들고, 많이 보여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본인이 만든 작업물을 남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그것은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잦아들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만 두려운 것이 아니고, 특별히 겁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면, 위로가 된다. 

근래 들어, 매체들이 다양해져 나를 알리기 더 쉬워진 것 같지만, 되려 눈에 띄기는 어렵다. 어떤 분야든지 꾸준함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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