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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건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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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후 청명전,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천둥이 대지를 울리고 번개가 하늘을 가르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 시기를 상징하는 《주역》의 괘는 뇌수해(雷水解)와 뇌천대장(雷天大壯)이다. <해>는 고난을 극복하고 새출발을 하게 될 시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하고, <대장>은 그 새출발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함을 역설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결정을 선고했다. 이로써 그 동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이 노골화함에도 불구하고 불통과 외면, 모르쇠로 일관하던 대통령은 그 즉시 파면되어 야반도주하듯 청와대에서 퇴거해야 했고, 곧이어 검찰의 수사까지 받아야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그 원동력이었던 133일간의 평화적 촛불 대장정은 구시대의 혁명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정치세력과 그 잔재를 청산하는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권출어민(權出於民) 군객민주(君客民主)의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반민주적 사상과 적폐를 청산하고 진정한 사회적 통합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새출발의 신호탄이 되었다. 그것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혁명(1960),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항거한 5·18 민주화운동(1980), 군사독재에 항거한 6·10 민주항쟁(1987)에 이어 30년 만에 행해진 혁명정신의 계승 및 실천으로서 우리 공동체의 민주적 법치국가성을 한층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각 정당은 현재 대통령선거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경선 실시에 몰두해 있고, 경선후보자들은 제각기 ‘통합’, ‘적폐청산’, ‘새로운 민주공화국’ 선창에 여념이 없다. 또한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우리 공동체의 정부형태를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즈음에서 우리는 시대정신이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이 어떠한 점에서 종래의 민주공화국과 차별화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은 우리나라의 민주공화국 형태를 구체화함에 있어 대의민주주의를 기본모형으로 삼고, 여기에 직접민주주의의 요소로서 국민투표제를 일부 가미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헌법하에서 중요정책 국민투표가 실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와 대통령의 구성 및 권력행사에 정당성만 부여하고 중요정책 결정과정에서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는 국민의 민주적 의식수준과 정치적 참여의지가 결코 낮거나 약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한 주체는 언제나 국민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장기간에 걸친 불법국가와 적폐를 체험하면서 인권과 민주적 법치주의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자각하였으며, 지속적인 교육의 확대와 강화, 정보사회의 이기와 혜택 등을 통해서 국가의 중요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소통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은 국민을 배제하고 중요정책 결정권을 독점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그것을 분점하거나 중요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국가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민의에 역행하는 국가기관을 국민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이어야 한다.

  요컨대 통합과 적폐청산, 새로운 민주공화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기득권 유지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중요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재의 국민주권 모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민심의 뇌성이다.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과 같은 국민의 정치적 참여와 통제는 국가권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정상화하거나 그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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