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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보는 경험을 해보자, 그것이 술을 마시는 일이라 해도”

이유진(영어영문15)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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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이외에 글을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상당히 어색하지만 기고 부탁을 받고 후배님들을 위해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저의 대학생활을 떠올려봤습니다. 

입학 후 가장 먼저 교내 방송국에 아나운서로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인사만 해도 티가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말입니다. 아직도 면접 당시 “지금 사투리 쓰고 있는 거 알죠?”라는 아나운서부 선배의 질문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네! 고칠 수 있습니다”라는 당당한 대답이 선배들의 마음에 들었던지 운이 좋게 합격했고, 저는 그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처음 보는 사람이 들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표준말을 구사하게 됐습니다. 매일 목소리를 녹음하고 기성 아나운서와 비교해 보며 억양과 발음을 고쳐나갔습니다. 그렇게 교내 방송국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예쁜 목소리로 방송 진행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방송 기획,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냥 해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교내에 사건이 발생하면 취재를 나가고, 축제 시즌에는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무대 중계를 하러 달려가고, 교내 총선거 개표일에는 새벽까지 밤을 새우며 개표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송국 활동을 하느라 3학년 때까지 방학을 온전히 즐겨본 적도 없었습니다. 학과 동기들 사이에서 저는 항상 ‘바쁜 친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해본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능 공부도 밤새워서 못하던 사람이 밤새 편집 프로그램을 붙잡고 있었고, 아침잠도 많던 사람이 아침 방송 진행을 위해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등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저를 성장시켜 주었고, 사회에 나와 수많은 도전을 해야 하는 지금,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사실 방송국 활동을 한 만큼 술도 열정적으로 마셨습니다. 학과 동기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들과의 시간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전공 수업이 끝나면 동기들과 우르르 술을 마시러 가기도 하고, 처음 출시된 과일소주를 마셔보겠다며 주변 편의점을 다 같이 돌아다녔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시험이 끝났다고 한 잔. 내일 공강이니까 한 잔. 오늘 날씨가 좋으니까 한강 가서 한 잔. 술을 마실 이유가 어찌나 많던지 아주 열정적으로 동기들과 ‘짠’을 외쳤습니다. 물론 술 마시느라 보낸 시간만큼 학점을 위해 밤을 새워야 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너무 놀아서 후회된다’라는 생각보다는 ‘정말 후회 없이 놀아서 좋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생겼으니까요.

이렇게 저의 대학 생활을 적어보며 후배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빠져 보는 경험을 해보자’라는 겁니다.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예상치도 못했던 순간에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배웠던 촬영과 편집 프로그램이 저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줄. 스무 살 때 옆자리에서 어색하게 ‘짠’을 외치던 대학 동기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가 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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