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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正道)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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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사회적 거리두기 끝에 지난 4월 18일(월)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여러 부문에서 방역 체계가 바뀌었는데,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4월 28일(목)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발표 일자와 지침 적용 일자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에 본교도 교육부 지침에 맞게끔 1일(일)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지를 내렸다. 반발도 있었다. 수업 시간 전후로 아르바이트를 잡았다든지, 통학 거리가 멀어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데 당장 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자 주변에도 통학 시간이 2시간 걸려 급하게 본교 인근 자취방을 알아보느라 피로를 호소하는 지인도 있다. ‘원칙’적으로 반대에 대한 의견은 반려됐다. 학교본부는 “1학기 수강신청 기간에 모든 수업이 상황에 따라 대면으로 변동할 수 있음인 대면 수업 원칙을 공지하였고, 교육부 지침으로 인하여 5월 1일까지 불가피하게 시행 공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본래 규칙은 원칙과 예외를 두기에 원칙을 규칙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대면으로 변동”된다는 내용의 원칙은 위 사례에서 봤다시피 주장의 강력한 근거로 활용됐다. 원칙은 사회 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사회인에게 영향을 준다.
단체나 개인, 둘 간의 계약도 그러한 형태이다. 계약을 통해 양 측은 임금은 얼마이며, 휴식 시간은 어느 정도로 할지 설정한다. 최근 본교 서울캠퍼스가 시끄럽다. 본교 하청업체의 용역노동자들의 시위 때문이다. 학교와 하청 업체가 계약해 학교가 하청 업체에 현금을 지급하면 그 중 일정 부분은 하청 업체에 속한 용역노동자에게 떨어진다. 시위에서 그들이 말하는 주된 주장 중 하나는 쉽게 말하면 “임금을 올려달라”이다. 최근 무섭게 치솟는 물가를 보면 일괄 이해는 된다. 통계청이 3일(화)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2021년 4월 소비자물가지수인 101.98과 비교하면 1년 전보다 4.8% 올라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다만 ‘원칙’을 따지면 그들을 옹호할 수는 없게 된다. 원칙상 용역 업체는 본인과 계약한 노동자에게 계약한 대로 임금을 지급하면 되고, 원칙상 계약 당사자가 아닌 본교는 시위에 응답할 의무는 없다.
기자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이 자율이 아니었다. 야자를 희망하는지 의사를 묻는 야자 신청 동의서에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동의함’ 공란을 채우는 것이 당연한 문화였다. 당시 ‘법과 정치’에서 법치(法治)라는 매력적인 통치 방법을 배웠던 ‘정의로운 학생’으로서 이러한 부조리를 참지 못했고, 당당히 필자가 야자를 안 해도 될 권리를 요구했다. 주장의 주된 근거는 원칙이었다. 원칙상 야자는 학생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오랜 투쟁 끝에 야자를 안 할 자유를 얻어냈지만, 학년 부장으로부터 찝찝한 말 한 마디를 듣게 된다. “양측이 원칙대로 하면 둘 다 피해를 본다” 야자를 강제로 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 자체는 일리가 있다. 원칙대로, 법대로 산다면 상대의 사소한 실수에 분쟁이 증가하며, 둘 다 피로해진다.
다시 처음 사례로 돌아가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WE, HIGHER’는 5월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면 전환을 늦추도록 본교에 목소리를 냈다. ‘WE, HIGHER’에 따르면, 본교도 학생이 느낄 불편, 혼란에 공감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수업 담당 교수가 사흘간 1학기 수업방식에 대해 수강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확보해, 실질적으로 한 주 정도 전면 대면 수업을 늦출 수 있었다. 이 사례에서 원칙만 고집하지 않고 소통, 공감, 양보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론 정도(正道)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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