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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속 철학을 찾아

매거진<B> 편집장 박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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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거진<B>
▲출처: 매거진<B>

‘브랜드(Brand)’는 주거, 식문화, 패션, 음악 등 각 분야 속에 개체들처럼 분포되어 해당 분야를 이루고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 속 브랜드에 대해 다루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Brand Documentary Magazine)’ 매거진〈B〉(이하 〈B〉)는 현재 창간 12년 차에 들어서며 디자인 및 창업 분야 전문가들뿐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브랜드를 중심 소재로 다루면서도 광고 없이 소비자 입장에서 구성되며, 특히 깊이 있는 인터뷰와 함께 브랜드의 철학과 창업 과정 등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어 굳건한 팬층을 지니고 있다. 그럼 〈B〉의 2대 편집장, 박은성 편집장과 함께 브랜드가 담고 있는 철학적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Q.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으로서 타 잡지들과 차별화되는 〈B〉만의 정체성이나 전문분야는 어떤 것인가?
A. 정기간행물이라는 포맷은 다른 잡지들과 동일하지만, <B>는 책을 만드는 태도나 책이 어떤 식으로 소비될 것이냐에 대해 단행본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잡지에겐 시의성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예를 들어 4월호가 나와야 한다면 그 4월에 화제가 될 수 있는 인물이나 뉴스, 트렌드들을 미리 제시하는 형태로 잡지가 기획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B>와 타 잡지들의 ‘과월호’라는 개념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기존 잡지에서 과월호란 지난 이슈, 즉 더 이상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개념이다. 서점에서 과월호를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반면에 <B>는 3년, 5년이 지나도 이 책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기획부터, 취재, 기사 작성, 편집 단계까지 계속 염두하면서 작업을 한다.
<B>는 브랜드 잡지이지만, 그렇다고 브랜드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광고 콘텐츠는 아니며, 브랜드라는 영역에 갇힌 전문잡지는 아니다. 첫 창간 당시부터 영화 전문지나 디자인 전문지 같은 전문지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길 의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브랜드라는 것을 다루고 있지만,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적거나 이해도가 높지 않은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하며, 더불어 삶의 태도나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한편으론 브랜딩을 업으로 가지는 사람 또한 소비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난이도 측면에서, 누구든지 쉽게 브랜드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식과 내러티브를 만들었다는 것이 우리의 핵심 아이덴티티(Identity)라고 할 수 있다.

Q. 〈B〉는 ‘Brand’뿐만 아니라 ‘Balance’의 첫 자인 ‘B’를 따온 것으로, 브랜드 선정에 있어 ‘균형 잡힌 브랜드’를 찾아 소개한다. 〈B〉가 가진 구체적인 브랜드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A. 요즘은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에 브랜드가 계속 진화해야 하는 것이 거의 필연적인 미션이 돼버렸다. 이런 시대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에 <B>에서도 그 ‘균형’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대해 처음과는 다소 의견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B>의 맨 뒷장을 보면 삼각뿔 도형이 있는데, 그게 <B>가 생각하는 균형을 시각적인 도식으로 표시한 것이다. 가격과 미의식, 실용성이라는 요소가 밑면에 있고 그게 만나는 꼭짓점에 철학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기엔 그 도형 밑면의 가격과 미의식, 실용성이 적절히 분배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그런 균형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아주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나 반대로 아주 저가의 가격으로 승부하는 브랜드, 혹은 너무 실용적인 쪽만 부각하는 브랜드들보다는 요소들이 적절히 안배된 브랜드를 고르려고 노력했다.
반면 요즘에는 꼭짓점의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쪽으로 점차 강조점을 바꾸었다. 철학이라는 것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가격 등의 요소 또한 철학에 맞게 구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럭셔리 브랜드의 철학은 굉장히 많은 재료와 에너지를 투입해 상품을 정말 가치 있게 만듦으로써, 그 가격이 합당한 이유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철학이 굳건히 있으면 그 밑의 요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요즘은 각자의 균형점이 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야도 좀 더 넓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철학을 기준으로 다른 요소들이 설득력을 가지는가에 대한 여부를 균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 매거진<B>
▲출처: 매거진<B>


Q. 최근에 ‘창업’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현재 수많은 스타트업 형태의 기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기업 수립에 브랜딩은 필수적인 요소로, 빈번한 창업에 따라 브랜딩 또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각 기업이 브랜딩을 하는 방식과 그에 쏟는 역량은 다양할 것 같은데, ‘브랜드’라는 개념을 ‘기업체’라는 개념과 동일시할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A.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흔치 않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애플(Apple) 같은 경우는 기업과 브랜드를 거의 동일시하는 좋은 사례 중에 하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브랜드라는 것은 꾸준한 항상성이 중요하다는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 기업은 이해관계에 얽힌 채로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야 하는 미션들이 있다. 때문에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확실히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브랜드랑 기업체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브랜딩이라는 것은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 경제활동의 전면에 서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아’를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업에는 인물과 같은 입체성이나 생명력은 없지만, 브랜딩이라는 것은 그런 가상의 자아, 인물을 만들어 이 기업체가 갖고 있지 못한 이상적인 자아 및 캐릭터로 생명력을 불어넣고 소비자와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출처: 매거진<B>
▲출처: 매거진<B>


Q. 특정 분야에서 특히 인상적인 입지 및 철학을 가졌다고 느낀 브랜드가 있는가?
A. 워낙 많은 브랜드를 다뤘기에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는다는 것은 꽤 어려운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들은 매번 달라진다. 다만 현재 인상적인 브랜드로는 ‘르 라보(Le Labo)’가 떠오른다. 작은 하우스 브랜드로 시작해서 지금은 에스티 로더(Estee Lauder)라는 그룹에 인수된 상태다. 그래서 취재 당시 이들이 이 큰 기업에 인수가 되고 난 후에 얼마나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다소 반신반의하며 갔었다. 그런데 브랜드 인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철저히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브랜드의 철학 혹은 기업 문화,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지키는 방식을 보니, 기존 창업 당시부터 계속 끌고 왔던 그 하우스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을 100퍼센트 일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곤 그것을 어떻게 유통할 것이냐, 어떻게 알릴 것이냐에 대한 부분에서는 에스티 로더가 가진 전문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두 연결고리의 접점을 잘 찾은 케이스였다. 한편 창업자 듀오(Duo) 중 한 명은 캘리포니아 근교에 살고 있는 상황으로 비즈니스에서 이미 손을 뗀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그는 이 브랜드의 구루(Guru) 같은 느낌이었다. 본인이 사업의 전면에 나서진 않지만 이 브랜드에 계속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의 영감, 아이디어와 태도로부터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영향을 받고 있고, 결국 이 브랜드가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르 라보’라는 초기의 베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렇게 하나의 ‘아이콘’ 같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이 측면에서는 ‘블루보틀 커피(Blue Bottle Coffee)’도 마찬가지였다. 블루보틀은 네슬레(Nestle)에 인수되면서 구조가 좀 바뀌게 됐는데, 여전히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이라는 창업자가 그 브랜드의 토양을 갈고닦는 것에 대해 일종의 철학자적인 태도로, 브랜드에 기여하는 방법을 계속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브랜드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는 미션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이때 창업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두 브랜드가 일종의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출처: 매거진<B>
▲출처: 매거진<B>


Q. 에디터 혹은 브랜드,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청년 및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A.우리가 발간한 단행본 시리즈 중 ‘JOBS’라는 단행본의 첫 이슈를 에디터라는 직업을 주제로 시작했다. 그 책의 부제가 내가 에디터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좋아하는 것을 골라내는 사람’. 에디터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직업을 꿈꾼다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일에 예민하게 감각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저 매일 걷던 동네라도, 그곳에서 어떤 상점들이 많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 뭔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떤 이유로 바뀐 것인지에 대해 세세한 변화를 캐치해서 분석을 시작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지라도, 본인이 그 변화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그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나만의 관점이나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미지를 잘 찍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과 촉을 세우는 훈련이 그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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